[박물관]<4.3 에세이>통한과 질곡의 역사, 그 깊고 깊은 슬픔, 4·3 평화공원을 다녀와서...
[박물관]<4.3 에세이>통한과 질곡의 역사, 그 깊고 깊은 슬픔, 4·3 평화공원을 다녀와서...
by 임영섭 2008.07.31

제주의 4월은 무겁다. 가지마다 움트는 봄의 기운에 사위는 온통 초록으로 물들지만 4월을 맞는 제주도민의 가슴에는 지난했던 역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제주현대사에 있어 깊은 상흔으로 남아있는 4·3 사건이 발발한지 오늘로 꼭 60년이 됐다.
갑자년의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4·3이 남긴 비극적 파편들은 지금도 오롯이 남아 제주의 하늘과 제주의 바람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아릿한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무엇이 이토록 제주도민들로 하여금 영겁의 고통과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지...
제주의 역사에 서려있는 4월의 한을 되새기며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4·3평화공원을 찾았다.
길게 뻗어 있는 남조로를 타고 4·3 평화공원으로 향하자 차창을 살며시 감싸는 봄 기운이 마치 팔랑거리는 나비의 날개짓 마냥 따스함을 선사한다. 온통 초록으로 물든 주위 풍경과 남실거리는 춘풍에 바야흐로 봄이 도래했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점점 공원에 가까워질수록 알 수 없는 엄숙함과 비통함이 지근거리에서 전해져 온다.
그렇게 얼마쯤 달리자 봄의 손길이 채 닿지 않은 메마른 풍경 속에 오롯이 자리한 4·3평화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제주현대사에 있어 깊은 상흔으로 남아있는 4·3 사건이 발발한지 오늘로 꼭 60년이 됐다.
갑자년의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4·3이 남긴 비극적 파편들은 지금도 오롯이 남아 제주의 하늘과 제주의 바람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아릿한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무엇이 이토록 제주도민들로 하여금 영겁의 고통과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지...
제주의 역사에 서려있는 4월의 한을 되새기며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4·3평화공원을 찾았다.
길게 뻗어 있는 남조로를 타고 4·3 평화공원으로 향하자 차창을 살며시 감싸는 봄 기운이 마치 팔랑거리는 나비의 날개짓 마냥 따스함을 선사한다. 온통 초록으로 물든 주위 풍경과 남실거리는 춘풍에 바야흐로 봄이 도래했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점점 공원에 가까워질수록 알 수 없는 엄숙함과 비통함이 지근거리에서 전해져 온다.
그렇게 얼마쯤 달리자 봄의 손길이 채 닿지 않은 메마른 풍경 속에 오롯이 자리한 4·3평화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두 개의 솟대 위에 새 모양의 거무스름한 현무암이 놓여 있다. 망자의 길이라도 인도하는 것일까. 우뚝 솟은 솟대 뒤로 4월의 파란 하늘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솟대와 여러 가지 조형물이 세워진 입구를 지나 위령제단으로 나 있는 길을 밟는다. 청승맞은 까마귀가 때 이른 이방인의 방문에 경계의 목소리를 높인다.
높다란 오르막을 오르자 아직 본연의 색을 찾지 못한 잔디밭 뒤로 4·3희생자들의 위패가 고이 봉함돼 있는 제단의 모습이 보인다.
솟대와 여러 가지 조형물이 세워진 입구를 지나 위령제단으로 나 있는 길을 밟는다. 청승맞은 까마귀가 때 이른 이방인의 방문에 경계의 목소리를 높인다.
높다란 오르막을 오르자 아직 본연의 색을 찾지 못한 잔디밭 뒤로 4·3희생자들의 위패가 고이 봉함돼 있는 제단의 모습이 보인다.

제단 앞에는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분향함이 놓여져 있다. 지난해 피어올랐던 진혼의 향이 채 가시지 않은 탓일까. 강요된 침묵과 공권력의 야만을 목도해야 했던 지난 반세기의 아픔이 여전히 피어오르고 있는 것만 같다.
분향함을 지나 제단 안으로 들어섰다. 묵직한 글귀가 새겨진 커다란 비석이 앞을 가로막는다.
‘여기는 한라산 거친 오름 기슭
4·3으로 희생된 영령들이 좌정하신 곳.
인류의 염원인 평화와 상생의 기운을 한데 모아 진혼의 불을 지폈으니
그 불꽃은 언 가슴을 녹이고 닫힌 마음을 열리라.
자애로운 숨결은 훈풍으로 흐르고
용서와 화해의 꽃은 영원하리니
여기는 평화의 정토. 세계평화가 이로부터 발원하리라.’
상생과 평화의 손길로 억울한 망혼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사하려는 깊은 마음이 음각된 글자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상위에 놓인 하얀색 방명록에 이름 석자를 써놓고 비로소 제단 안으로 들어간다.
사방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망혼의 위패들. 반세기전의 피 끓는 고통이 세 글자의 이름과 함께 손바닥 만한 위패 위에 새겨져 있다. 희생자들의 넋이 머무는 적요한 공간에서 먹빛 위패가 발하는 조용한 숨소리가 마치 역사의 깊은 상흔에 대해 증언이라도 하듯 귓가에 들리운다.
분향함을 지나 제단 안으로 들어섰다. 묵직한 글귀가 새겨진 커다란 비석이 앞을 가로막는다.
‘여기는 한라산 거친 오름 기슭
4·3으로 희생된 영령들이 좌정하신 곳.
인류의 염원인 평화와 상생의 기운을 한데 모아 진혼의 불을 지폈으니
그 불꽃은 언 가슴을 녹이고 닫힌 마음을 열리라.
자애로운 숨결은 훈풍으로 흐르고
용서와 화해의 꽃은 영원하리니
여기는 평화의 정토. 세계평화가 이로부터 발원하리라.’
상생과 평화의 손길로 억울한 망혼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사하려는 깊은 마음이 음각된 글자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상위에 놓인 하얀색 방명록에 이름 석자를 써놓고 비로소 제단 안으로 들어간다.
사방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망혼의 위패들. 반세기전의 피 끓는 고통이 세 글자의 이름과 함께 손바닥 만한 위패 위에 새겨져 있다. 희생자들의 넋이 머무는 적요한 공간에서 먹빛 위패가 발하는 조용한 숨소리가 마치 역사의 깊은 상흔에 대해 증언이라도 하듯 귓가에 들리운다.

누가 제주현대사에 이처럼 깊은 상처를 남겼단 말인가. 누가 제주의 상처를 강요된 침묵과 망각으로 덮으려 했던가. 역사의 혼돈 속에서 국가의 권위에 짓밟힌 민초들의 삶이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진실을 외면해야 했던 지난한 세월의 아픔에 4·3의 무게가 한없이 크게 느껴진다.
제단 밖을 나선 먹먹한 가슴에 거친오름을 타고 온 바람이 서걱거리며 부딪친다. 회한의 역사가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이 환영 인 듯 바람결에 실려 있다.
제단 밖을 나선 먹먹한 가슴에 거친오름을 타고 온 바람이 서걱거리며 부딪친다. 회한의 역사가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이 환영 인 듯 바람결에 실려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추념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쉬운 마음에 고개를 돌리자 제단으로 향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세월의 무게 탓에 느릿해진 걸음으로 천천히 제단으로 향하는 노부부의 뒷모습. 처연한 슬픔의 그림자가 짙게 베어있다.
공원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길을 지나 추념광장에 다다랐다. 광장 한켠의 연못위에는 하얀색 조형물과 함께 남녀가 서로 부둥켜안은 채 한 곳을 응시하는 모습의 조각이 세워져 있다.
공원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길을 지나 추념광장에 다다랐다. 광장 한켠의 연못위에는 하얀색 조형물과 함께 남녀가 서로 부둥켜안은 채 한 곳을 응시하는 모습의 조각이 세워져 있다.

그 시선이 닿는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니 공허한 시선의 끝에 무언가 있기는 한 것일까. .부디 4·3의 잔흔을 치유할 수 있는 따스한 평화가 시선 너머에 있길 소망해본다.
솟대가 세워진 입구를 나서며 다시 한 번 머릿속에 4·3을 떠올려 본다.
너무나 순박했던 도민들을 향한 총부리와 하얗게 피어오른 연기, 무참히 짓밟힌 생의 소망, 남겨진 자들이 감내해야 했던 한의 세월, 권위라는 이름의 강요된 침묵과 망각 그리고 반세기가 지나 비로소 4·3에 참회한 위정자들의 모습.
시리도록 푸른 4월의 하늘 빛을 머금은 태극기가 저 멀리 위령제단에서 조용히...... 조용히 펄럭인다.
솟대가 세워진 입구를 나서며 다시 한 번 머릿속에 4·3을 떠올려 본다.
너무나 순박했던 도민들을 향한 총부리와 하얗게 피어오른 연기, 무참히 짓밟힌 생의 소망, 남겨진 자들이 감내해야 했던 한의 세월, 권위라는 이름의 강요된 침묵과 망각 그리고 반세기가 지나 비로소 4·3에 참회한 위정자들의 모습.
시리도록 푸른 4월의 하늘 빛을 머금은 태극기가 저 멀리 위령제단에서 조용히...... 조용히 펄럭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