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공원]휴애리
[테마공원]휴애리
by 하루이야기 2008.07.31


休愛里 는 무척 궁금하게 읽히던 마을이다. 사랑하는 마음까지 내려놓고 쉴 수 있다는 것인지, 쉬면서 사랑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쉬다보면 사랑도 생기게 되는 마을이라는 것인지 꼭 한 번 확인하고 싶었다.
휴애리를 찾아가는 길은 그다지 어렵지가 않다. 왜냐하면 제주도 전역의 도로마다 친절하게 안내판을 설치해 뒀기 때문이다. 이정표만 믿고 찾아가다가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자주 있었으므로 가급적 믿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변변한 내비게이터를 갖추지 못한 까닭에 그래도 이정표와 지도는 초행의 길을 찾아가는 유일한 방편이기도 하다.
휴애리는 서귀포 바다를 감상하면서 달릴 수 있는 1119번 도로 인근에 있다. 제 철을 좀 벗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억새물결이 일렁이는 길을 달리다보면 자칫 휴애리를 놓칠 수도 있다. 바다와 반대편에는 한라산이 정말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한라산 만큼 든든한 ‘빽’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실제의 휴애리는 이름에 비해, 상상에 비해 조금 못 미치는 듯한 느낌이다. 그것은 딱히 휴애리의 시설이나 경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을 쉰다’는 이름이 주는 환상이 지나치게 큰 까닭에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기대치가 엄청나게 높아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휴애리는 지명(地名)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 공원으로 느낄수도 있고 정원으로 느낄 수도 있다. 물허벅을 져 볼 수 있게 한 것이나, 토끼를 만져보고, 흑돼지를 몰아보고, 소달구지를 체험할 수 있게 한 것은 공원에 가까운 듯 하다. 그러나 화산 송이가 깔린 길을 느릿느릿 걸으면서 돌담과 들꽃을 느끼게 해놓은 것은 정원이라는 이름에 더 가깝겠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공원이면 어떻고, 정원이면 어떠랴. 지친 눈이 쉬고, 귀가 쉬고, 손발이며 머릿속의 숱한 고민들 다 내려놓고, 마음까지도 내려놓고 쉴 수 있다면 그만일 테니까.
휴애리로 접어들면 시원스런 물소리가 귀를 해방시킨다. 나름대로 꽤 공을 들인 듯한 인공폭포에서 쏟아지는 소리인데, 갖가지 수초 사이로 알록달록한 금붕어가 헤엄쳐 다닌다. 대체로 인공으로 설치한 연못에는 비단 잉어가 기본인데 이 곳의 금붕어는 이름만큼이나 소박하고 또 귀엽다. 파도 소리는 언제든지 들을 수 있지만 개울물 소리를 듣기는 좀처럼 어려운 곳이 제주이다 보니 흐르는 물소리가 반갑기 까지 하다.
폭포의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몇 개단 올라가면 폭포의 수원이랄 수 있는 또 다른 연못인데 이 곳에서는 물허벅을 직접 져 볼 수 있다. 구덕(대바구니)에 담긴 허벅에다 물을 담아 몇 걸음 옮겨 붓는 것인데 허벅의 무게가 상상을 초월한다. 아무리 강인한 이 땅의 여성이라 해도 남성에게도 어깨가 휘어질 무게인데 주야장차 허벅으로 물을 져 날랐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평탄하게, 유려한 곡선으로 이어진 길을 걷다보면 오밀조밀 돌탑을 세워 놓은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른바 돌탑 쌓기 체험장인데 쌓는 걸 체험해도 좋고, 보는 걸로 만족해도 좋다. 일부 개구쟁이들은 무너뜨리기를 체험하기도 하는데 재미있기도 하지만 좀 거슬리기도 한다.
길게 이어진 산책로에는 이처럼 체험을 해도 좋고 보기만 해도 좋을 장소들이 심심치 않을 만큼 마련돼 있다. 토끼 사육장이 있어서 먹이를 주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운이 좋으면 만져 볼 수도 있는데 어찌나 재바른지 웬만한 실력이 아니면 털끝도 한 번 못 건드리기 십상이다. 연이어지는 흑돼지 우리는 제법 긴 올레를 둘러 제대로 돼지를 몰아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새까만 돼지 새끼와 인간의 새끼가 엉켜서 노는 모습은 웃음을 절로 나게 한다.
아무래도 휴애리의 절정은 이른 봄이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산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곳이 매화밭이기 때문이다. 열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매실밭이라고 불러도 좋다.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제주도에서 한라산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만큼 가까이서, 이 만큼 온전하게 한라산을 본 적이 없는 것 같기는 하다. 완만하게 이어지던 한라의 능선이 백록담에 이르러 급격하게 가팔라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왕에 찾을 휴애리라면 이른 봄 매화꽃 만발할 즈음이 절정일 것 같다. 매화향기 가득한 휴애리에서 눈 덮인 한라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매화밭을 뒤로 하고 조금 더 내려오면 족욕장이다. 지금이야 발이 시려 제대로 그 기능은 마비됐지만 샛노랗게 읽은 채 매달린 귤 하나 따서 물고 발을 담그고 있으면 세월이 가는 것인지, 오는 것인지도 모르게 흐르지 않을까.
휴애리는 자극적인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지만 일상에서 가득 쌓인 삶의 더께를 내려놓고 마음을 비웠다 가려는 사람에게는 추천할 만 하다. 잠시나마 사랑에서조차 놓여 날 수 있는 자유를 휴애리에 가면 만날 수 있다.
휴애리를 찾아가는 길은 그다지 어렵지가 않다. 왜냐하면 제주도 전역의 도로마다 친절하게 안내판을 설치해 뒀기 때문이다. 이정표만 믿고 찾아가다가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자주 있었으므로 가급적 믿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변변한 내비게이터를 갖추지 못한 까닭에 그래도 이정표와 지도는 초행의 길을 찾아가는 유일한 방편이기도 하다.
휴애리는 서귀포 바다를 감상하면서 달릴 수 있는 1119번 도로 인근에 있다. 제 철을 좀 벗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억새물결이 일렁이는 길을 달리다보면 자칫 휴애리를 놓칠 수도 있다. 바다와 반대편에는 한라산이 정말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한라산 만큼 든든한 ‘빽’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실제의 휴애리는 이름에 비해, 상상에 비해 조금 못 미치는 듯한 느낌이다. 그것은 딱히 휴애리의 시설이나 경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을 쉰다’는 이름이 주는 환상이 지나치게 큰 까닭에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기대치가 엄청나게 높아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휴애리는 지명(地名)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 공원으로 느낄수도 있고 정원으로 느낄 수도 있다. 물허벅을 져 볼 수 있게 한 것이나, 토끼를 만져보고, 흑돼지를 몰아보고, 소달구지를 체험할 수 있게 한 것은 공원에 가까운 듯 하다. 그러나 화산 송이가 깔린 길을 느릿느릿 걸으면서 돌담과 들꽃을 느끼게 해놓은 것은 정원이라는 이름에 더 가깝겠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공원이면 어떻고, 정원이면 어떠랴. 지친 눈이 쉬고, 귀가 쉬고, 손발이며 머릿속의 숱한 고민들 다 내려놓고, 마음까지도 내려놓고 쉴 수 있다면 그만일 테니까.
휴애리로 접어들면 시원스런 물소리가 귀를 해방시킨다. 나름대로 꽤 공을 들인 듯한 인공폭포에서 쏟아지는 소리인데, 갖가지 수초 사이로 알록달록한 금붕어가 헤엄쳐 다닌다. 대체로 인공으로 설치한 연못에는 비단 잉어가 기본인데 이 곳의 금붕어는 이름만큼이나 소박하고 또 귀엽다. 파도 소리는 언제든지 들을 수 있지만 개울물 소리를 듣기는 좀처럼 어려운 곳이 제주이다 보니 흐르는 물소리가 반갑기 까지 하다.
폭포의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몇 개단 올라가면 폭포의 수원이랄 수 있는 또 다른 연못인데 이 곳에서는 물허벅을 직접 져 볼 수 있다. 구덕(대바구니)에 담긴 허벅에다 물을 담아 몇 걸음 옮겨 붓는 것인데 허벅의 무게가 상상을 초월한다. 아무리 강인한 이 땅의 여성이라 해도 남성에게도 어깨가 휘어질 무게인데 주야장차 허벅으로 물을 져 날랐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평탄하게, 유려한 곡선으로 이어진 길을 걷다보면 오밀조밀 돌탑을 세워 놓은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른바 돌탑 쌓기 체험장인데 쌓는 걸 체험해도 좋고, 보는 걸로 만족해도 좋다. 일부 개구쟁이들은 무너뜨리기를 체험하기도 하는데 재미있기도 하지만 좀 거슬리기도 한다.
길게 이어진 산책로에는 이처럼 체험을 해도 좋고 보기만 해도 좋을 장소들이 심심치 않을 만큼 마련돼 있다. 토끼 사육장이 있어서 먹이를 주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운이 좋으면 만져 볼 수도 있는데 어찌나 재바른지 웬만한 실력이 아니면 털끝도 한 번 못 건드리기 십상이다. 연이어지는 흑돼지 우리는 제법 긴 올레를 둘러 제대로 돼지를 몰아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새까만 돼지 새끼와 인간의 새끼가 엉켜서 노는 모습은 웃음을 절로 나게 한다.
아무래도 휴애리의 절정은 이른 봄이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산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곳이 매화밭이기 때문이다. 열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매실밭이라고 불러도 좋다.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제주도에서 한라산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만큼 가까이서, 이 만큼 온전하게 한라산을 본 적이 없는 것 같기는 하다. 완만하게 이어지던 한라의 능선이 백록담에 이르러 급격하게 가팔라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왕에 찾을 휴애리라면 이른 봄 매화꽃 만발할 즈음이 절정일 것 같다. 매화향기 가득한 휴애리에서 눈 덮인 한라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매화밭을 뒤로 하고 조금 더 내려오면 족욕장이다. 지금이야 발이 시려 제대로 그 기능은 마비됐지만 샛노랗게 읽은 채 매달린 귤 하나 따서 물고 발을 담그고 있으면 세월이 가는 것인지, 오는 것인지도 모르게 흐르지 않을까.
휴애리는 자극적인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지만 일상에서 가득 쌓인 삶의 더께를 내려놓고 마음을 비웠다 가려는 사람에게는 추천할 만 하다. 잠시나마 사랑에서조차 놓여 날 수 있는 자유를 휴애리에 가면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