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그 섬에 가고 싶다 - 우도
[섬] 그 섬에 가고 싶다 - 우도
by 임영섭 2008.06.13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비경(祕境)
매몰차기 그지없는 환영인사
아무래도 내 팔자에 섬은 없는 모양이다. 지난 달 추자도에 갔을 때도 난데없는 풍랑주의보에 발이 묶이더니 우도행 역시 첫발을 떼자마자 하늘을 반쯤 가린 먹구름 사이로 조금씩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바람 또한 점점 거세진다. 우도8경은커녕 섬에 발이나 들일 수나 있을지....
아니나 다를까 제주시에서 한 시간여를 달려 성산항에 도착하고 보니 바다상황이 좋지 않다. 평소 깊고 짙은 푸른색을 자랑하던 바다는 파도가 일으킨 포말로 온통 허옇게 덮여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상산항과 우도를 연결하는 도항선은 장상 운항되고 있었다.
관광객들과 함께 배에 올랐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 마냥 배가 이리저리 기우뚱 거린다. 지난 추자도여행처럼 또 원치 않는 1박을 강요당하지나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된다.
성산항에서 출발해 우도에 닿기까지 대략 15분이 소요됐다. 육안으로도 성산항에서 우도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니 확실히 가깝긴 가까운 모양이다.
아무래도 내 팔자에 섬은 없는 모양이다. 지난 달 추자도에 갔을 때도 난데없는 풍랑주의보에 발이 묶이더니 우도행 역시 첫발을 떼자마자 하늘을 반쯤 가린 먹구름 사이로 조금씩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바람 또한 점점 거세진다. 우도8경은커녕 섬에 발이나 들일 수나 있을지....
아니나 다를까 제주시에서 한 시간여를 달려 성산항에 도착하고 보니 바다상황이 좋지 않다. 평소 깊고 짙은 푸른색을 자랑하던 바다는 파도가 일으킨 포말로 온통 허옇게 덮여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상산항과 우도를 연결하는 도항선은 장상 운항되고 있었다.
관광객들과 함께 배에 올랐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 마냥 배가 이리저리 기우뚱 거린다. 지난 추자도여행처럼 또 원치 않는 1박을 강요당하지나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된다.
성산항에서 출발해 우도에 닿기까지 대략 15분이 소요됐다. 육안으로도 성산항에서 우도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니 확실히 가깝긴 가까운 모양이다.
우도항 한 켠에 관광객을 기다리는 몇 대의 전세버스가 세워져 있다. 무슨 무슨 고등학교라는 푯말이 앞 유리창에 붙어 있는 걸 보니 수학여행단이라도 방문했나 보다.
“자전거 한번 타 봅써. 자전거 타 봅써“
“껍질까지 먹을 수 있는 우도 땅콩 있수다~ 땅콩 삽써”
관광객을 유혹하는 장사꾼들의 외침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껍질까지 먹을 수 있는 우도 땅콩이라... 마음 같아서는 땅콩 한 봉지를 손에 들고 천천히 섬 한 바퀴를 돌아보고 싶지만 오후 늦게부터 풍랑주의보가 발령될 수 있다는 항구 관계자의 말이 있었던 터라 급히 차에 올라 해안도로로 향했다.
자연을 닮은 우도의 푸르름
해안도로를 얼마쯤 달렸을까. 저 멀리 하얀색 해변과 조화를 이룬 에메랄드 빛 바다가 찬연한 모습을 드러낸다. 우도 8경중 하나인 서빈백사(西濱白沙)다.
산호의 고운 알갱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부신 하얀색이 태곳적 푸름을 간직하고 있는 바다와 묘하게 대비된다. 잠시 차에서 내려 산호사 해변으로 향했다.
“자전거 한번 타 봅써. 자전거 타 봅써“
“껍질까지 먹을 수 있는 우도 땅콩 있수다~ 땅콩 삽써”
관광객을 유혹하는 장사꾼들의 외침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껍질까지 먹을 수 있는 우도 땅콩이라... 마음 같아서는 땅콩 한 봉지를 손에 들고 천천히 섬 한 바퀴를 돌아보고 싶지만 오후 늦게부터 풍랑주의보가 발령될 수 있다는 항구 관계자의 말이 있었던 터라 급히 차에 올라 해안도로로 향했다.
자연을 닮은 우도의 푸르름
해안도로를 얼마쯤 달렸을까. 저 멀리 하얀색 해변과 조화를 이룬 에메랄드 빛 바다가 찬연한 모습을 드러낸다. 우도 8경중 하나인 서빈백사(西濱白沙)다.
산호의 고운 알갱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부신 하얀색이 태곳적 푸름을 간직하고 있는 바다와 묘하게 대비된다. 잠시 차에서 내려 산호사 해변으로 향했다.
부스럭대는 소리와 함께 산호사 속으로 발이 푹푹 빠진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과 걸음을 붙잡는 산호 알갱이 탓에 다소 걷기 힘들지만 기분만은 상쾌하다. 저 멀리 먹구름 사이로 간간이 비추는 햇빛이 산호사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진다.
바다와 바람의 땅에 오직 나 혼자 서 있는 듯하다.
바다와 바람의 땅에 오직 나 혼자 서 있는 듯하다.
이국의 경계에서 애써 자리를 뜨고 다시 해안도를 달렸다. 낯선 표석 하나가 세워져 있다.
‘드렁코지.’ 사람이 최초로 테우배를 타고 우도에 들어온 곳이라 하여 ‘드렁코지’란 재밌는 지명이 붙었단다.
그 옛날, 처음으로 우도에 발을 딛었을 이의 기분을 만끽해볼 요량으로 ‘드렁코지’로 향했다. 하지만 갯바위를 타고 넘어오는 거센 파도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다. 여벌옷을 가져오지 않은 터라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드렁코지’ 해변을 두 눈에 오롯이 담는다.
우도봉에 오르기 위해 검멀레 해변으로 향했다. 궂은 날씨 탓에 우도의 모든 것이 흐릿했지만 우도봉의 위용만은 아주 또렷이 보인다.
‘드렁코지.’ 사람이 최초로 테우배를 타고 우도에 들어온 곳이라 하여 ‘드렁코지’란 재밌는 지명이 붙었단다.
그 옛날, 처음으로 우도에 발을 딛었을 이의 기분을 만끽해볼 요량으로 ‘드렁코지’로 향했다. 하지만 갯바위를 타고 넘어오는 거센 파도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다. 여벌옷을 가져오지 않은 터라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드렁코지’ 해변을 두 눈에 오롯이 담는다.
우도봉에 오르기 위해 검멀레 해변으로 향했다. 궂은 날씨 탓에 우도의 모든 것이 흐릿했지만 우도봉의 위용만은 아주 또렷이 보인다.
높다랗게 솟은 우도봉의 아래쪽에는 검은 자갈과 검은 모래로 이뤄진 검멀레 해변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검멀레 해변을 경계로 까마득한 절벽이 서있다. 우도 8경중 하나인 ‘후해석벽(後海石壁)’이다.
멀리서 불어온 해풍이 석벽에 선연한 족적을 남기며 우도봉 뒤로 사라져 간다.
자연의 웅장함에 숨이 막혀온다.
들물 시간인 탓에 또 하나의 우도 8경인 동안경굴(東岸鯨窟)을 확인하지 못했다. 고래가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올 만큼 큼지막한 동굴이라는데 지난 2006년, 이곳에서 동굴음악회가 열렸었다고 한다.
음악회가 열릴 만큼 큰 규모의 동굴이라....너무나 박복한 내 여행 운이 또 한 번 원망스럽다.
거무스름한 돌담, 푸른 대양, 초록의 대지....그리고 바람
금방이라도 굵은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은 날씨 탓에 우도봉 등정은 포기하고 다시 동쪽 해안도로를 타고 바닷길을 달렸다.
멀리서 불어온 해풍이 석벽에 선연한 족적을 남기며 우도봉 뒤로 사라져 간다.
자연의 웅장함에 숨이 막혀온다.
들물 시간인 탓에 또 하나의 우도 8경인 동안경굴(東岸鯨窟)을 확인하지 못했다. 고래가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올 만큼 큼지막한 동굴이라는데 지난 2006년, 이곳에서 동굴음악회가 열렸었다고 한다.
음악회가 열릴 만큼 큰 규모의 동굴이라....너무나 박복한 내 여행 운이 또 한 번 원망스럽다.
거무스름한 돌담, 푸른 대양, 초록의 대지....그리고 바람
금방이라도 굵은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은 날씨 탓에 우도봉 등정은 포기하고 다시 동쪽 해안도로를 타고 바닷길을 달렸다.
섬 특유의 거무스름한 돌담이 계속 이어진다. 굵은 낱알을 잔뜩 물고 있는 보리들이 돌담을 타고 넘어온 바람에 출렁인다. 자연이 만든 초록의 물결이다.
태곳적 생명의 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의 푸르름이다. 거친 돌담의 질감에 지상의 푸름이 더욱 짙게 느껴진다.
보리밭 풍경에 반 쯤 넋이 나가 있을 때쯤 노부(老夫)의 걸음을 닮은 경운기 한 대가 느릿느릿 지나쳐간다.
보리밭 풍경에 반 쯤 넋이 나가 있을 때쯤 노부(老夫)의 걸음을 닮은 경운기 한 대가 느릿느릿 지나쳐간다.
거무스름한 돌담, 푸른 대양, 초록의 대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바람... 모두 우도를 만들고 우도를 채우고 있는 것들이다. 섬이 전해주는 찰나의 아름다움과 찰나의 깨달음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해안도로가 거의 끝나갈 때쯤 또 하나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돌칸이.’
해안가의 움푹 들어간 모양새가 마치 소나 말에게 먹이를 담아주는 여물통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옛 선인들의 기발한 발상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해안가의 움푹 들어간 모양새가 마치 소나 말에게 먹이를 담아주는 여물통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옛 선인들의 기발한 발상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돌칸이’ 너머로 이제 막 작업을 끝낸 해녀 한분이 뭍으로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큼지막한 그물 속에 싱싱한 톳이 한 가득 들어있다.
짙은 바다 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비경(祕境)
풍랑주의보에 대한 걱정과 궂은 날씨 속에서도 어찌어찌 섬 한 바퀴를 돌아보고 다시 항구로 돌아왔다.
적어도 우도8경은 접해야 우도관광을 했노라고 말할 수 있으련만 한 낮의 ‘야항어범(夜航漁帆. 하고수동 해변에서 바라보는 밤 고깃배들의 풍경)’은 애당초 불가능했고 ‘주간명월(晝明月. 햇볕이 해식동굴의 천장에 반사되어 보름달이 뜬것 같은 모습을 하는 것)’과 ‘천진관산(天津觀山. 동천진항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는 풍경)’ 역시 여행초짜의 박복한 운에는 감히 허락되지 않은 우도의 깊은 속내였다.
까마득한 우도 봉에 올라 섬 전역을 두 눈 가득 담았을 때야 비로소 느끼게 된다는 ’지두청사(指頭靑沙)‘는 더욱 언감생심이었다.
짙은 바다 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비경(祕境)
풍랑주의보에 대한 걱정과 궂은 날씨 속에서도 어찌어찌 섬 한 바퀴를 돌아보고 다시 항구로 돌아왔다.
적어도 우도8경은 접해야 우도관광을 했노라고 말할 수 있으련만 한 낮의 ‘야항어범(夜航漁帆. 하고수동 해변에서 바라보는 밤 고깃배들의 풍경)’은 애당초 불가능했고 ‘주간명월(晝明月. 햇볕이 해식동굴의 천장에 반사되어 보름달이 뜬것 같은 모습을 하는 것)’과 ‘천진관산(天津觀山. 동천진항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는 풍경)’ 역시 여행초짜의 박복한 운에는 감히 허락되지 않은 우도의 깊은 속내였다.
까마득한 우도 봉에 올라 섬 전역을 두 눈 가득 담았을 때야 비로소 느끼게 된다는 ’지두청사(指頭靑沙)‘는 더욱 언감생심이었다.
결국 부실한 체력과 박복하게 타고난 여행 운 탓에 8경중 오직 3경만을 확인하는 조촐한 일정으로 우도여행을 끝마쳤다. 제주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 짧았던 여행을 갈무리하며 언제고 다시 한 번 우도를 찾으리라 다짐해본다. 박복한 여행 운에 잠시 행운이 깃드는 그날에는 너른 우도의 등허리에 앉아 옅은 해무위로 피어오른 한라산과 우도의 깊은 속내를 꼭꼭 눈에 담을 것이다. 그리고 우도 곳곳에 산재한 또 다른 이름의 우도를 보고 만지고 느낄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도의 비경들과 함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도의 비경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