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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체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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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나는 오늘, 또 우도로 간다”

[섬]“나는 오늘, 또 우도로 간다”

by 제주교차로 2010.10.06

섬과 인연이 없는 한 사나이의 눈물어린 우도 여행기 - 1
소가 엎드려 누운 듯 한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우도. 성산 항에서 바라보면 가옥들의 수를 셀 수 있을 만큼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정작 내가 우도 땅을 밟은 적은 지금껏 딱 한번 밖에 없다. 그것도 삭막한 초겨울의 삭풍 탓에 에메랄드빛을 자랑하던 우도의 바다가 희뿌연 색깔을 띠던 재작년 11월의 어느 날에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와 섬은 그리 인연이 없는 것 같다. 뭐 제주야 말이 섬이지 행정구역상 엄연한 도(道)로 지정될 만큼 규모를 자랑하니 예외로 접어두고, 상식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여타 섬들을 ‘섬’이라 규정지었을 때 고 녀석들과 나와의 인연은 차라리 악연에 가깝다. 그다지 많은 섬을 가보진 않았지만 앞서 말했듯 서른 평생 처음으로 찾아간 우도는 갑자기 찾아온 악천후 속에 겨우 2시간 남짓 체류했을 뿐이고, 조기와 멸치젓갈로 유명한 추자도 역시 쨍쨍한 날씨 속 뜬금없는 풍랑주의보로 이틀간 꽁꽁 발이 묶여야만 했다. 덕분에 가까운 지인의 결혼식도 참석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민박집 방구석을 긁으며 ‘아맛나’ 아이스크림만 쪽쪽 빨아댔다.
암튼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섬으로 떠나는 것에 대한 생득적인 거부반응이 있는데 지난달, 짧은 여행을 통해 제주의 멋과 맛을 알리자는 취지로 결성된 ‘소도리 팀’의 결정으로 내 인생 두 번째의 우도 여행을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섬이 나를 거부하는 것인지 아님 내 팔자에 섬으로 떠나는 역마살은 없는지 나와 섬, 특히 우도는 삼겹살과 딸기 요플레 마냥 단 1g도 맞지 않았다. 이번 우도 여행 역시 전날 몰아닥친 태풍으로 인해 회백색 바다와 바위위에 까마득히 널브러져 있는 미역만이 나를 반겼기 때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내가 다시 한 번 우도 여행기를 쓰는 건, 섬 속의 섬이란 우도만의 생경한 느낌과 뭍에서 느낄 수 없는 그 소박하고 소담한 설렘이 아직도 가슴속에 오롯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럼 언제나 그렇듯 날씨만 받혀줬음 더없이 뛰어난 풍광에 눈이 호사를 누렸을 쾌남의 두 번째 우도여행기, 섬에게 배척받은 한 남자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그 역경의 드라마에 대해 ‘썰(?)’을 한번 진탕 풀어보겠다. 두둥!

Chapter no.1
아침 댓바람부터 우도로 향하다.
토요일 아침 7시. 계절은 벌써 초가을에 접어들었지만 뭐가 아쉬운지 하늘 위 태양 녀석은 여전히 저 높은 곳에서 이글대는 눈빛을 사정없이 쏘아댄다. 그리하여 때 늦은 더위를 조금이라도 피해볼 요량으로 나를 비롯한 우리 ‘소도리’ 일행은 아침 댓바람부터 여행길에 나섰다.
목적지는 우도. 2년 전, 우도를 처음 갔을 때의 그 암담했던 날씨와 도저히 답이 안 나오던 바다상태를 생각하면 쉽사리 발이 안 떨어지지만 그래도 ‘소도리 팀’에서 결정한 사항이기에 팀원들과 함께 우도 도항선이 있는 성산 항으로 향했다. 봉개 근처 편의점에서 구입한 김밥으로 대충 요기를 하고 남조로를 타고 신나게 달린지 한 시간여, 저 멀리 성산일출봉의 위용과 함께 성산 항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차 안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이동할 때는 몰랐는데 성산 항 입구에 차를 잠깐 세우고 승선권을 끊기 위해 내린 순간 바람이 장난 아니게 휘몰아쳤다. 텍사스 버팔로 소떼 마냥 미친 듯이 여기 저기 들이받는 바람 탓에 제대로 걷기 조자 힘들 정도였다.
‘내 이럴 줄 알았지...내가 섬에 가는데 날씨가 좋을 리가 없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도 까지 들어가는 도항 선은 풍랑주의보에 가까운 날씨 속에서도 정상 운항 했고, 그렇게 나와 팀원들은 마치 ‘쓰레빠’(어감의 분위기를 위해 비속어를 사용했음^^;) 모양의 배에 올라 오늘의 목적지인 우도로 들어갔다.

Chapter no.2
내가 아는 우도 바다는 회색이라네...ㅜㅜ

10여분 남짓한 짧은 시간동안 이리 저리 출렁거리는 ‘쓰레빠’의 승차감을 아주 그냥 온 몸으로 체감하며 카메라 셔터를 몇 번 누르자 곧 우도 항에 도착했다. 차를 가져간 덕분에 자전거며 스쿠터를 대여하는 호객꾼들의 손짓을 가볍게 스킵해주고 섬의 바깥쪽으로 나있는 해안도로를 따라 산호사 해변으로 유명한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해수욕장으로 가는 중간 중간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난 (한국인이라 할 수 없을 만큼 까맣게 그을린 피부의)젊은 하이킹 족들과 스쿠터 하나에 둘이 꼭 붙어 있는 커플관광객들을 제법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역시 제주의 많은 부속 섬들 중 관광지로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섬답게 휴가철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도를 찾은 관광객의 수는 꽤 많았다.
길이 워낙 좁은 탓에 자전거 및 스쿠터 족들을 피해 조심조심 차를 운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색 산호해변으로 유명한 산호사 해변에 도착했다.
산호사 해변. 바다의 생명과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한 산호가 오랜 세월 풍랑에 닳고 닳아 모래사장을 이룬 우도의 절경! 특히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우러진 산호사 해변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3000데시벨 급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는 really nice view!!
하지만... 세속에 찌든 내 눈에 푸르른 산호사 해변이란 호사를 선사하겠다는 당초 계획은 차에서 내리는 순간,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전날 남해를 휩쓸고 지나간 태풍으로 에메랄드빛을 자랑하던 청아한 물색은 여러 물감을 마구 섞어놓은 듯 한 탁류(濁流) 그 자체였고 휴가철이 지난 해변의 모습 역시 아주 그냥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뿐만 아니라 태풍이 흘리고 간 바람 녀석은 사방에서 내 따귀를 때리기 바빴고 어느새 내 머리는 살짝 넘겼다는 말보다는 널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한 절대적 1:9가르마의 운도형표 헤어스탈로 변해있었다.
‘아름다운 운도형표~ 머어리!!!! ㅜㅜ’
두 번째로 찾은 우도에서 두 번째로 보게 되는 먹빛 바다....
하지만 이미 도항 선에 발을 디딜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던 상황이기에 1:9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차에 올랐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건 휴가철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아리따운 여성분들이 상콤한 비키니자태를 맘껏 뽐내주셨다. 마음씀씀이마저 예쁜 고마우신 분들 같으니라구.
정말... 정말....고마우신 분들이었다.

Scene no.3
미역, 미역, 미역, 미역...

처음 향한 해수욕장이 적잖은 실망을 안겼지만 그래도 우도에 왔는지라 근처 해변에서라도 섬의 풍광을 감상해보고자 우도 봉으로 가던 도중 차에서 내려 비양도로 향했다.
우도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비양도는, 규모가 아주 작은 섬으로 우도와 다리로 연결돼 있어 우도를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누구나 꼭 한 번은 찾는 곳이다. 우리가 찾아간 이날 역시 비양도 까지 걸어가는 사람들과 스쿠터를 이용해 스릴 만빵의 비양도 탐방을 하는 무리들로 제법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푸른 바다의 음영 속에서 특유의 빼어난 풍광을 자아내는 바위들을 태풍으로 올라온 미역들이 온통 점령해버린 것. 40여m에 이르는 긴 거리를 걷는 동안 길옆에서 만난 것은 오직 미역, 미역, 미역, 또 미역.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 마른 미역을 마구 집어넣다 끓는 물과 함께 화산 분출하듯 냄비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미역에 깜놀하는 것 마냥 비양도로 향하는 길은 우도 바다표 생미역 부대에 완전 초토화된 상태였다. 게다가 더운 날씨 탓에 미역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사정없이 괴롭히는 통에 그냥 대충 비양도를 둘러보고 서둘러 차로 돌아와야 했다.
섬과 나와 관계가 분명 악연이란 건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