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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체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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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비가 오는 날 더욱 아름다운 ‘비자림’

[숲]비가 오는 날 더욱 아름다운 ‘비자림’

by 제주교차로 2018.04.25

천천히 걸으며, 숨 쉬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숲 ‘비자림’
비가 오는 날이면 항상 떠오르는 초록으로 진하게 물든 깊은 숲이 있다.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 그리고 봄, 가을 모두 아름답고 신비로운 숲이지만 어느 계절이든 비가 오는 날 안개가 자욱할 때의 구수한 흙냄새와 발밑을 구르는 화산송이로 심신이 편안해지는 곳이다. 그곳은 바로 은은한 비자향이 코를 통해 온 몸으로 퍼지는 ‘비자림’이다.

‘비자림’은 제주도에서 처음 생긴 삼림욕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단일 수종의 숲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비자림 안 쪽에는 평균 수령이 500~800년인 오래된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하늘을 가리고 있는 매우 독특한 숲으로 천연기념물 374호로 지정되어 보호, 관리되고 있다.​​​​​​​ 낮은 키의 비자나무가 양 옆으로 뻗은 입구를 지나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면 비자나무들이 서로 햇빛을 보기 위해 하늘 위로 더 멀리 뻗어 아주 키가 큰 비자나무만 살아남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자연적인 현상 때문에 비자림은 더욱 울창해지고 있어 찾을 때마다 모습이 조금 변하지만 더욱 깊은 숲이 되어가고 있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비자림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비자나무의 비자열매와 나무는 예로부터 민간과 한방에서 귀중한 약재와 목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열매의 경우 고서에서도 비자는 “눈을 밝게 하고 양기를 돋군다”라고 표현되어 있으며, 강장 장수를 위한 비약이라 했다. 또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작용도 있어, 비자를 상시 먹으면 고혈압 예방에도 도움을 주며, 요통이나 빈뇨를 치유하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기침, 백탁을 다스리고 폐기능 강화, 소화촉진, 치질, 탈모, 기생충 예방에도 좋으며, 충독과 악독 제거에도 쓰이고 있다. 나무의 경우에는 고급가구재, 장식재 등 각종 도구재료로 쓰이는 귀중재이며, 특히 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은 시중에서 보기 힘들만큼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비자림에서 걸으며 숨 쉬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진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비자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테르팬이란 성분 때문이다. 테르팬이란 식물 속에 들어있는 정유 성분이며, 피톤치드와 같이 숲속의 공기에 포함되어 있다. 테르팬은 편백, 삼나무, 비자나무, 소나무 등 침엽수에 많이 들어있는데, 방향성, 살균성, 살충성은 물론, 독특한 치료효과를 가지고 있기도 한다. 테르팬 물질은 숲 속에서 천천히 걷는 사람의 자율신경을 자극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며, 체내 분비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감각계통의 조정 및 정신집중 등의 뇌 건강에 좋은 작용을 한다. 이에 비자림에서는 가만히 서서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맑아지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비자나무 숲 속의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코스가 두 곳으로 나뉘는데, 40분 거리의 짧은 코스와 1시간 20분 거리의 긴 코스가 있다. 짧은 코스는 유모차와 휠체어 통행이 가능해 누구나 부담 없이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이처럼 비자림은 편안하게 산책하며 건강도 챙길 수 있고, 마음도 치유할 수 있는 아주 고마운 숲이다. 햇살이 내리쬐는 날 시원한 그늘 아래 걷는 비자림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보슬 비가 내리는 날 촉촉하게 젖은 화산송이를 자박자박 걷는 느낌이 훨씬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