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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체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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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공원]금릉 석물원

[테마공원]금릉 석물원

by 하루이야기 2008.07.31

금릉석물원 아니더라도 제주에는 돌을 소재로 한 몇 몇 공원이 있다. 규모 면에서 최대를 자랑하는 ‘돌 문화공원’이 그렇고, 아기자기한 산책 코스로 이루어진 ‘돌하르방 공원’이 그렇다. 뿐만 아니라 이름에 ‘돌’이 들어가지는 않았더라도 공원을 장식하거나 꾸미는 데에 사용된 재료는 어느 곳에서도 돌이 으뜸이다.
금릉 석물원은 비슷한 규모 여느 공원처럼 일사불란 하거나 작품들이 정교하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좀 헐렁한 듯 하고, 또 무질서하게도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 곳은 제주에서의 돌의 역할을 대체적으로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일사불란 하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롭다는 뜻이 되고, 정교하지 않다는 것은 친근감을 더 해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돌을 이용해 제주 사람을 표현해낸 것은 관객의 입장에서 제주의 과거를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사실 제주의 풍속을 재현한 여러 전시관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좀 괴기스러울 수도 있다. 옷이라는 것이 사람이 입으면 자연스러운 맵시가 되지만 사람이 아닌 사물에 입힐 경우에는 어쩐지 선뜻 손을 내밀어 만져보고 싶은 느낌은 덜하다.
가장 보편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사람 옷을 입은 사물은 허수아비이다. 허수아비를 직접 제작한 사람은 어떻게 느끼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우스꽝스러워서 재미있기는 하지만 막상 다가가 허수아비를 만져야 하는 입장이라면 막연히 바라보던 것과는 좀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네킹에다 옛날 옷을 입혀 과거의 생활을 재현한 곳에서는 그 상황에 대한 감탄보다는 낡은 옷을 입은 마네킹이 주는 일말의 공포감이 더 크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자의 의도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제주에서 살아온 남자와 여자, 아이들 모두를 언제든지 손을 내밀어 느껴볼 수 있도록 한 석물원은 어딘지 모르게 정감이 더 간다.
이 곳에서 제주의 역사는 고난과 역경마저도 익살스런 표정과 방식으로 이겨내고 있다. 투실투실 살집이 좋은 아주망들의 차원이 다른 섹시함도 발견할 수 있고, 커다란 엉덩이를 드러내놓고 올라앉은 돗통시 위의 여인은 육지의 시선으로는 당혹스럽고 또 곤혹스러운 것임에 틀림없지만 태연하게 고개를 돌리고 똥돼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애초에 작가의 의도가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세밀하거나 자질구레하지 않아서 기원전부터 듬성듬성 건너뛰면서, 얼키설키 엉키면서 살아온 이 섬의 이야기를 더 실감나게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돌하르방에 골몰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마음가는대로 눈, 코, 입을 새겨 넣은 것이 설문대 할망의 전설로부터 이어져 온 탐라의 갖가지 얼굴들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다. 형태나 윤곽만으로 ‘저것이 인간의 얼굴이려니’하고 짐작하게 하는 장면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금릉 석물원의 하이라이트는 한라산처럼 우뚝 솟아올라 탐라의 모든 숨 탄 것들 불러 모아 젖을 먹이는 설문대할망으로 추정되는 조각이다. 웬만한 장정 몇을 더 해놔야 크기가 비슷해지는 빅 사이즈의 젖가슴이 축 늘어져 있는 모양이 과연 할망은 할망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늘어진 가슴은 설문대 할망이 거의 유일할 뿐, 여타의 아주망들은 마치 수술이라도 한 것처럼 빵빵하다. 듣기로 꽤 연세가 있으시다는 제작자께서 요즘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집어낸 모양이다. 대체로 예술작품은 작가의 정신세계를 반영한다고들 하는데 만나지는 못 했지만 제작자 역시 펄펄 끓는 열정의 소유자 일 것이라는 짐작이 빗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섬의 관광지에는 미니 사이즈의 미로를 조성해 놓은 곳이 많다. 아마도 김녕의 미로공원에서부터 비롯된 전통일 듯싶은데 이 석물원에도 미로처럼 꼬불꼬불 이어진 올레가 예상외로 길게 조성돼 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쏠쏠한 재미를 제공해 준다.
출입구 바로 옆으로 뚫린 동굴사원은 입장할 때 들러도 좋고, 퇴장할 때 들러도 좋다. 지하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동굴 특유의 무거운 공기가 차가운 외부 기온보다 훨씬 따뜻하게 느껴진다. 누군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일도 이처럼 따뜻하고 경건하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