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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중섭의 숨결 - 이중섭 문화의 거리

[미술관]이중섭의 숨결 - 이중섭 문화의 거리

by 김동일 2008.07.31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컸다.
일본으로 건너가 공부하다가 해방을 맞아 귀국하여 원산에서 미술선생을 했다.
전쟁이 터지자 부산으로 피난을 왔고 다시 제주로 건너 왔다.
그리고 가난과 굶주림에 지친 식솔들을 이끌고 터벅터벅 걸어서 서귀포로 찾아 들었다고 한다.

이중섭, 불우했던 한 천재가 전쟁과 예술이라는 전혀 어울릴 수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에 끼인 채 비명소리를 내면서 전쟁통의 와중에 그렇게 서귀포를 방문했다. 이중섭은 마음씨 좋은 주민을 만나 초가집 조그마한 구석방에 거처를 얻을 수 있었다. 서귀포시 정방동 312-1 번지, 바다가 보이는 비탈길에 있는 야트막한 초가집이었다.

이중섭은 여기에서 보낸 기간이 채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서는 굶주리는 아내와 아이들을 처가인 일본으로 떠나보내는 생이별을 해야 했고, 그 역시도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고난에 찼던 삶을 마감해야 했다.

가난했지만 식구들과 함께 부대낄 수 있었던 제주생활은 그에게는 그리움이었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제주의 기억은 그의 예술과 삶을 지배했다. 서귀포에서의 생활은 ‘섶섬이 보이는 풍경’ ‘서귀포의 환상’ ‘파란 게와 아이들’ 등을 탄생시켰고, 떨어져 있는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길 떠나는 가족’ ‘춤추는 가족’ 등은 어쩌면 온 가족이 동고동락했던 서귀포 생활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이었다.
1995년 문화관광부는 미술의 해를 맞아 이 불우했던 화가를 기념하기 위하여 이중섭이 거주했던 집 앞에 기념표석을 세웠고, 1996년에는 서귀포시에서 이중섭 거주지가 있는 거리 남북 360m를 이중섭거리로 명명하였다. 97년에는 이중섭 거주지를 복원하여 단장하고 99년에는 문화관광부에서 이중섭거리를 문화의 거리로 지정하였다.

2002년에는 이중섭 거주지가 내려다보이는 동쪽 언덕 위에 이중섭 미술관을 개관하였다. 미술관 1층에는 안내소와 기념품이 진열되어 있고, 2층에는 이중섭의 작품이, 3층에는 이중섭과 불우했던 시대를 보냈던 화가들의 작품이 걸려있고, 옥상에는 전망대가 있다.
미술관 전망대에 서서 바라보면 섶섬이 눈앞으로 달려들고 이중섭이 그렸던 섶섬이 보이는 풍경은 발 아래 어디쯤 될 듯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보이는 서귀포의 파도소리는 이중섭이 살았던 은박지만한 방안에도 찾아들고, 화가는 가고 없지만 매년 10월경에는 약 7일간의 기간으로 이중섭 예술제가 개최되고 있다.

전쟁통에서는 꿈꿔서는 안될 예술을 꿈꾸었던 화가의 꿈처럼, 번잡한 서귀포 시내의 한복판을 지나 어렵게 만나보게 되는 이중섭문화의거리는 그래서 사막 한가운데의 오아시스처럼 반가워진다. 예술가는 불우했고 유한했지만 예술가의 꿈은 불우하지 않았고 무한했으려니, 오늘도 여기에 이중섭은 바람으로 오는 것은 아닐까.

/ 김동일 기자 day-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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