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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체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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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마음을 비우기 위해 길을 나서다...

[유적지]마음을 비우기 위해 길을 나서다...

by 하루 이야기 2008.10.07

慾(욕심)을 버리고 工(비움)을 행하라..
비움의 마음과 용서는 그에 따를 만큼의 용기가 있어야 한다
9월의 마지막 태양이 뜨거웠던 지난 토요일 오후 무엇인가 끌린듯한 마음에 카메라 메고 나선 곳이 관음사다.
일주문 입구에서 사대천왕문 지나 대웅전 못 미쳐 작은 연못까지 세워져 있는 갖가지 형상의 부처님 상은 오늘 나에게 한가지 화두를 주고자 하는 것 같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솔직히 절을 나서는 시간까지도 나는 자신에게 단 한마디 질문도 못한,아직도 사바세계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를 발견할 뿐이었다

慾(욕심)을 버리고 工(비움)을 행하라..
서울 어느 유명대학교 근처에서 홀로 식당을 하시면서 평생을 모은 돈 수십억을 장학금으로 기부하시다가 임종을 앞두고 마지막 남은 당신의 재산 전부를 또 장학금으로 기부하신 어느 할머니의 유명한 말씀이다. 종교나 철학을 배우시지도 않은, 글을 전혀 모르는 할머니가 남기신 말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신적 충격을 가한 말씀이 아닐지…
주변에 물려 줄 마땅한 자식이나 일가친지가 없다고 하더라도 기부를 그만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우리가 비움과 용서의 법칙을 몰라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 관계자들과 학생들이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러 병원에 갔을 때의 나눈 대화 중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공부 하지 않고 왜 왔느냐' 며 오히려 학생들에게 핀잔을 하셨던 할머니….
"나는 배우지 못하였기에 배우려고 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줘서 기쁘고 이제 나는 다 비우고 가니 하늘에 가서 염라대왕을 만나더라도 떳떳하지 않겠냐.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데 무엇이 그리 억울 하겠느냐?"
'다들 평탄하게 잘들 살아가는데 나는 왜 이렇게 늘 어려울까? 저 사람은 아우토반 고속도로처럼 잘 나가는데 내 길은 왜 만날 울퉁불퉁 가시밭길인가?'
그렇게 우리들은 남의 손에 쥔 떡을 크게 보고 내 손에 쥔 액(厄)을 더 크게 보면서 지금을 살고 있다.
가진 사람들의 우선권과 절대적인 권력에 휘둘리는 지금의 세태에 무언의 경종을 울리는 인간승화적인 이야기를 나의 좁은 가슴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목적으로 세상을 살아왔는가?
내가 행하고 살아온 삶의 궤적이 관음상 불상들의 평온한 모습과는 너무나 비교되는 것 같아 저절로 부끄러워지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잠시 산신각에 들러 좌정한채 눈을 감고 조용히 부처님께 소원해본다.
나를 찾기 위해,나를 더 비우고 버려야 할 일들을 …

욕심에 묻혀 인생의 정체성을 잃어 버리고 있는 내가 혹시 이 세상을 피하기에만 급급하여 살아 오지는 않았는지?
나비의 고통과 인내를 우리는 배워야 한다. 애벌레와 나비의 꿈은 분명히 틀리듯이 우리가 목표한 바대로 세상이 움직여지지는 않는다.그러나 우리는 무수히 나비의 꿈을 꾼다.
오늘 나를 비우고 마음의 평정을 찾는 일보다 지금의 나의 현실을 되짚어 보는 충분한 계기와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면 이보다 더 다행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 동안 풀지 못했던 마음의 소원함과 작은 갈등을 언젠가 한번 이런 조용한 장소를 찾아 마음의 근심을 풀어 버리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힘들고 어렵게 사시다가 돌아 가셨지만 할머니의 마음이야 말로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자비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비움은 곧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다. 욕심에서 생기는 병은 비우지 않으면 치료가 될 수 없듯이…..
일주문을 나서자 머지않아 불어 올 가을의 바람향기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