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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600여년 동안 제주를 지키는 ‘제주성’

[유적지]600여년 동안 제주를 지키는 ‘제주성’

by 원지애 기자 2012.11.12

“ 적들이 온다 . 활을 쏘아라 !” 사극에서나 봤음직한 왜적과의 전투가 제주 도심에서 치열하게 펼쳐졌었다면 .

명종 10 년 (1555) 을묘왜변 당시 왜적이 제주 앞 바다에 닻을 내린 뒤 일주일 만에 제주성을 포위하고 공격한다 . 이때 제주군대가 치열한 전투 끝에 왜구를 물리치는데 성공했는데 , 당시 전투가 벌여졌던 바로 그 지점의 일부가 제주 도심 ( 이도 1 동 ) 한가운데 있다 .

제주성은 조선시대 제주목사가 근무하던 제주목 관아와 그 주변을 둘러쌓던 성곽을 일컫는다 .
특히 탐라국이 문헌상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는 5~7 세기 후반 무렵 , 현재의 ‘ 묵은성 ( 진성 )’ 일대에 탐라국 성이 축조됐으며 이후 점차 확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제주성은 언제 처음 쌓아졌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 . 다만 1411 년 ( 태종 11) 정월 제주성을 정비도록 명하였다는 기록이 ‘ 태종실록 ’ 에서 확인 되는 것으로 보아 , 1411 년 이전에 축조되었음을 미뤄 짐작할 뿐이다 .
제주성은 조선조 500 년간 제주의 행정과 역사 · 문화의 중심지였으나 일제강점기 전국에 내려진 읍성 철거령으로 상당부분 헐리고 파괴됐고 , 1925 년부터 1928 년까지 제주항을 개발하면서 성벽을 허물어 바다를 매립하는 골재로 사용하면서 제주성의 옛 자취는 대부분 없어졌다고 한다 .

해방 이후에는 도로개설과 주택건립 등의 도시개발로 원형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됐으며 결국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진 오현단과 옛 제주대병원 일대 등 일부에 그 잔해가 있을 뿐이다 . 제주성지는 1971 년 제주도기념물 제 3 호로 지정됐으며 , 성벽 길이 약 1,400m 에 달하던 제주성은 현재 오현단 남측으로 170m 구간이 복원됐다 .
치열한 전투를 끝내고 전사한 장군처럼 500 여년간 제주를 지키고 지금은 제주항 매립터 어딘가에 매립되어 있을 성벽 . 제주의 역사까지 매립된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

여느 성곽보다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지만 제주성에 가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성벽을 따라 걷는 것뿐이었다 . 복원을 하면서 전통 성문 문루와 성문을 보호하는 시설인 옹성까지 복원했다면 제주 성을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됐을 것이다 .

또한 안전의 이유로 성으로 올라가는 계단엔 철문이 세워져있고 그 철문은 자물쇠로 잠겨있었는데 , 전투가 진행됐던 제주성의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었다 .
성벽에 뿌리내려 매년 피고 지며 성벽을 덮고 있는 담쟁이 넝쿨처럼 , 제주의 역사도 성벽에 덮여져있었다 .

늦은 오후 가족들의 저녁상을 위해 시장을 보고 돌아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은 , 제주를 지키기 위해 묵묵히 600 여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성벽과 닮아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