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테마체험여행

테마체험여행

[유적지]김만덕과 순국 열사들의 충성스런 마음을 사모합니다

[유적지]김만덕과 순국 열사들의 충성스런 마음을 사모합니다

by 원지애 기자 2012.12.03

사라봉을 오르내리고 , 우당도서관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어도 그 주변에 있는 ‘ 모충사 ’ 는 한 번도 가 본적이 없었다 . 모충사 정문의 위엄 때문일까 . 선뜻 들어갈 수 없었던 것 같다 .

평일 낮 , 주차장을 가득 매울 정도로 꽤 많은 사람들이 사라봉공원을 찾았지만 그 기슭에 있는 모충사로 발을 돌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보였다 .

모충사는 제주시 건입동 사라봉공원 안에 1977 년 제주도민들이 성금을 모아서 세운 사당이다 . 조선 후기 흉년으로 도탄에 빠진 제주도민을 구휼한 김만덕과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순국한 열사들의 충성스런 마음을 사모한다는 뜻으로 ‘ 모충사 ’ 라고 이름하였다고 한다 .

현재 모충사에는 1909 년 제주 의병 항쟁을 이끌었던 고사훈과 승려 김석윤 등의 고귀한 뜻을 기리는 ‘ 의병항쟁 기념탑 ’ 과 ‘ 순국지사 조봉호 기념비 ’, ‘ 의녀반수 김만덕의인묘비 ’, ‘ 김만덕 할망 기념탑 ’ 과 함께 ‘ 김만덕 기념관 ’ 등이 세워져있다 .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수많은 나무들과 정면으로 보이는 20m 높이의 거대한 의병항쟁 기념탑이다 .

눈 앞에 보인다고 바로 의병항쟁 기념탑으로 올라갈 필요는 없다 . 모충사는 산책로 잘 정비되어 있어 입구에 들어서서 왼쪽 산책길을 따라 한 바퀴 둘러보는 코스가 가장 좋다 .

입구에 들어서 왼쪽 산책길을 따라 가다보면 먼저 ‘ 순국지사 조봉호 기념비 ’ 를 만날 수 있다 . 조봉호는 1884 년 귀덕리에서 태어나 선교활동을 하다가 독립운동이 일어나자 독립희생회 제주지방 조직을 강화하는 등 독립운동을 하다 1920 년 대구형무소 복역 중 옥사했다 . 조국을 찾겠다는 그의 정신을 기리기고 후세에 알리기 위해 도민들은 기념비를 세웠다 .
잠깐의 묵념을 하고 다시 산책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겨 가다보면 정문에서 봤던 ‘ 의병항쟁기념탑 ’ 에 다다른다 .

‘ 의병항쟁기념탑 ’ 은 1907 년 고조황제가 강제로 퇴위 당하자 국권이 흔들이면서 전국에서 의병들이 일어나게 되는데 , 제주에서도 고사훈 , 김석윤 등이 의병을 모집하고 거사를 준비하게된다 .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의병들이 체포되거나 항쟁 중에 순국하게 된다 .
탑에는 그 당시 대한독립의 간절함을 보여주는 의병 , 학생 , 노인의 동상이 각각 위치해있다 .

그 다음은 ‘ 의녀반수 김만덕의인묘탑 ’, 장사로 많은 재산을 모은 김만덕은 1794 년 제주에 흉년으로 많은 도민들이 굶주리게 되자 전 재산으로 쌀을 구입해 굶주린 도민을 구하게 된다 . 이러한 김만덕의 정신을 살려 제주에서는 매년 탐라문화제가 열리기 전날 ‘ 김만덕제 ’ 를 봉행하고 ‘ 김만덕 봉사상 ’ 을 수여하고 있다 .

기념탑에서 조금 걸어내려가다보면 ‘ 김만덕의 ( 구 ) 묘비 ’ 와 김만덕의 영정과 일대기 그림이 전시된 ‘ 만덕관 ’ 이 보인다 .

원래 김만덕의 묘는 제주시 건입동에 있었는데 도로확장으로 묘를 옮기게 되자 유해는 묘탑에 원묘에 있던 묘비 , 상석 , 동자석 등은 묘탑 아래인 이 곳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

전 재산을 굶어 죽어가는 도민들을 위해 바쳤던 김만덕에게는 20m 나 되는 거대한 기념묘탑 보다는 소박한 이 원묘가 더 맞는 것 같았다 .

원묘 옆에는 추사 김정희가 김만덕을 기리며 제주 유배 중 적은 ‘ 은광연세 ’ 네 글자가 있다 . 이는 ‘ 은혜의 빛은 온 세상에 뻗어나간다 ’ 는 뜻이다 .
그 밖에도 모충사 안에는 20 세기 모든 문화역사 자료를 수장한 ‘ 타임캡슐 ’ 조형물과 결혼 · 신혼여행 · 수학여행식수 등 몇 십개의 ‘ 기념식수 ’ 가 있는데 , 순국열사들의 얼을 기리는 이 곳 ‘ 모충사 ’ 와는 전혀 맞지 않는 것들 이었다 .

제주에 제주의 근대사를 기념할 만한 유적이 많지 않은 점을 비추어 볼 때 ‘ 모충사 ’ 는 의미있는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

도민들의 성금으로 후손들에게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조성된 이곳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았으면 한다 . 인적드문 이곳에 잠시 머물고 있으려니 초겨울 바람이 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