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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체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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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가까이 보아야 예쁘다, 제주도 작은 마을 '선흘리'

[마을]가까이 보아야 예쁘다, 제주도 작은 마을 '선흘리'

by 이현진 객원기자 2017.08.17

선흘리라는 마을로 이사 왔을 때,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사람보다 꿩이나 노루가 더 많아 보이는 중산간 마을. 당시 운전을 하지 못했던 내게는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싸인 감옥 같았다.

제주시이지만 같은 제주시 중심에 사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버스를 타고 행선지를 말할 때면, 컴퓨터 음성마냥 매우 정확하게 "선.흘.리"라고 외쳐보아도 한 번에 넘어간 적이 없다. 매번 '성읍'으로 알아들어 요금이 잘못 찍히는 바람에 불필요한 실랑이도 두어 번 했다. "여기 호랑이 나오니까 조심해요"라고 농을 건네는 기사 아저씨에게 '저 이 동네 살아요'라고 차마 말하지 못한 적도 있다.

꼭 운전을 시작해서가 아니라, 2년 가까이 살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이 동네가 참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우선 1리의 랜드마크인 동백동산은 산책하기 좋은 장소다. 2리의 거문오름도 좋지만, 예약이 필요 없고 입장료도 무료인데다가 숨이 차게 오르지 않아도 되는 곶자왈이라 부담이 없다.

곶자왈이란 용암에 의해 형성된 제주도만의 독특한 지형으로, 나무와 덩굴 따위가 엉클어져 수풀같이 된 곳을 일컫는다. 특히 습지로서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람사르협회에 등록돼 있다. 먼물깍 습지를 지나 한 바퀴 도는 코스가 약 5km 정도다. 오름은 아니지만 돌이 많기 때문에 꼭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자연이 만든 관광지가 아닌 사람이 꾸며놓은 명소도 있다. 제주 돌집을 개조한 카페, 숲속에 와 있는 듯한 나무 카페, 큰 창을 하나 뚫었을 뿐인데 바깥 풍경이 요즘말로 ‘열(심히)일’해준 덕분에 탁월한 포토존을 얻은 카페 등이 인스타그램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그 목적지만을 위해 선흘리를 찾는 관광객들도 있을 정도다. 녹지가 많은 환경을 십분 활용해 자연스러운 멋을 살린 것이 공통점이다.

식당 역시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건강 밥상을 차려내는 곳들 위주다. 고기반찬 없이도 여러 가지 나물을 한입씩 다 맛보는 것만으로 밥 한 그릇을 금세 비운다. 작년에는 제주시 아라동에 있던 맛집이 선흘로 이전해 아라동 주민들의 탄식이 이어졌다는데, 이 외딴곳에서도 성업 중이다. 여기에 자연의 기운을 한껏 들이마시며 심신을 단련할 수 있는 요가원도 있으니 이만하면 이 산속도 괜찮다.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웬 풀만 가득하냐고 불평을 늘어놨었다. 불편하게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이 마을을 머물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 그걸 알아본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건물이 생기고 못 보던 가게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미칠 듯한 적막이 깨지는 게 반가우면서도 사람 손을 조금은 덜 타길 바라게 된다. 여행지 느낌 물씬 나는 바닷가는 없지만 적당한 고요함을 즐기고 싶다면 우리 동네 한 바퀴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