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제주 숲길, 이런 곳에 녹차밭이
[숲]제주 숲길, 이런 곳에 녹차밭이
by 이현진 객원기자 2017.10.19
제주도에 살기 전, 여행 오면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해서 찾았던 곳이 녹차밭이었다. 한 대기업이 서귀포시 안덕면에 설립한 이곳은 한국 최초의 차 전문 ‘박물관’이라는 수식에 걸맞게 녹차밭의 규모가 크고 건물도 화려하다.
과연 관광의 명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행자로서 한 두번 갔을 뿐 더 찾지 않게 됐다. 눈에 걸리는 것 없이 온통 초록일색인 녹차밭에서의 셀카와 녹차아이스크림 인증샷은 한 번으로 족했으니까. 무엇보다 수많은 인파에 치이다가 화장실 바로 앞 의자에라도 낑겨 앉을 수 있는 것에 반가워 할 만큼 북적한 곳에서 녹차를 마시고 싶지 않았다.
그 뒤로 녹차밭을 다시 찾은 건 조천읍 선흘리 집앞에서였다. 이웃주민이 녹차를 키우고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올해 다원을 공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 방문했다. 서귀포의 유명 티뮤지엄과 크기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몇 가구가 모여사는 작은 동네에 10만 그루의 녹차밭은 적은 규모로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그냥 들어가도 되는지 발걸음이 조심스러울 정도로 ‘아무도 없는’ 고요한 다원이라니. 새끼노루 몇 마리가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고 마치 풀어놓은 강아지처럼 미로같은 나무 사이에 숨었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며 놀고 있었다. 녹차밭 옆 내리막길로 내려가니 또 다른 녹차밭과 건물이 나타났다.
“차밭에 노루는 키우시는 건가요?”
“아니에요~ 아직 어려서 사람 무서운 줄을 몰라 그래요.”
과연 관광의 명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행자로서 한 두번 갔을 뿐 더 찾지 않게 됐다. 눈에 걸리는 것 없이 온통 초록일색인 녹차밭에서의 셀카와 녹차아이스크림 인증샷은 한 번으로 족했으니까. 무엇보다 수많은 인파에 치이다가 화장실 바로 앞 의자에라도 낑겨 앉을 수 있는 것에 반가워 할 만큼 북적한 곳에서 녹차를 마시고 싶지 않았다.
그 뒤로 녹차밭을 다시 찾은 건 조천읍 선흘리 집앞에서였다. 이웃주민이 녹차를 키우고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올해 다원을 공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 방문했다. 서귀포의 유명 티뮤지엄과 크기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몇 가구가 모여사는 작은 동네에 10만 그루의 녹차밭은 적은 규모로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그냥 들어가도 되는지 발걸음이 조심스러울 정도로 ‘아무도 없는’ 고요한 다원이라니. 새끼노루 몇 마리가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고 마치 풀어놓은 강아지처럼 미로같은 나무 사이에 숨었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며 놀고 있었다. 녹차밭 옆 내리막길로 내려가니 또 다른 녹차밭과 건물이 나타났다.
“차밭에 노루는 키우시는 건가요?”
“아니에요~ 아직 어려서 사람 무서운 줄을 몰라 그래요.”
말도 안되는 질문을 하며 들어간 차밭 앞의 찻집은 찻집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차를 마실 수는 있지만 팔지는 않는다. 물론 차가 마음에 든다면 포장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시음을 위해 사장님 앞에 앉았는데, 물이 끓는 소리와 차 내릴 준비를 하는 손놀림밖에 없다. 처음에는 그 적막함이 어색해서 마른 침만 삼켰는데, 데워진 찻잔에 녹차향이 번지면서 차라리 그 고즈넉함이 녹차의 풍미를 완성해주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화룡점정으로 말린 녹차꽃을 얹으니 뜨거운 차 위에서 말갛게 피어났다.
티백에 든 현미녹차만 마실 줄 알았지, 다도라고는 모르는 내가 ‘이것이 다도구나’ 느꼈다면 좀 우습겠지만 실제로 그런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녹차 특유의 떫은 맛이 혀끝에 남지 않고 개운하다. 어린이 입맛인 내게 더 어울리는 말차라떼도 한 잔 더 얻어 마셨다. 홍차도 있었으나 시음에 세 잔은 실례인 것 같아 흡족한 입맛을 다시고 다실을 나와 산책을 하기로 했다.
녹차나무의 물결을 지나서 이어진 숲길로 살짝 올라가니 처음에 발을 들였던 녹차밭이 나타났다. 셀카 찍는 무리와 관광버스 대신 거문오름이 가까이 보인다. 노루들은 아직도 나무 사이에서 놀고 있었다.
티백에 든 현미녹차만 마실 줄 알았지, 다도라고는 모르는 내가 ‘이것이 다도구나’ 느꼈다면 좀 우습겠지만 실제로 그런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녹차 특유의 떫은 맛이 혀끝에 남지 않고 개운하다. 어린이 입맛인 내게 더 어울리는 말차라떼도 한 잔 더 얻어 마셨다. 홍차도 있었으나 시음에 세 잔은 실례인 것 같아 흡족한 입맛을 다시고 다실을 나와 산책을 하기로 했다.
녹차나무의 물결을 지나서 이어진 숲길로 살짝 올라가니 처음에 발을 들였던 녹차밭이 나타났다. 셀카 찍는 무리와 관광버스 대신 거문오름이 가까이 보인다. 노루들은 아직도 나무 사이에서 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