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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체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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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밭담길에서 만난 작은 제주 ‘감수굴 밭담길’

[마을]밭담길에서 만난 작은 제주 ‘감수굴 밭담길’

by 제주교차로 2018.11.01

제주인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감수굴 밭담길’
제주섬엔 해안가에서 중산간에 이르기까지 밭담이 구석구석 꽉 들어차 있다. 얼핏 보면 뒤죽박죽 질서가 없는 듯하면서도 정연하게 물길, 발길 비켜가며 밭과 밭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도의 밭담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여기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제주의 밭담은 농업과 방목 그리고 토지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제주도에는 바람과 여자 그리고 돌이 많은 삼다의 섬으로 무수히 많은 돌을 이용해 거센 바람으로부터 농작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바람막이가 바로 밭담인 것이다. 그리고 마소를 방목하는 과정에서 마소가 밭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 쌓는 경우도 있고, 농지와 관련한 재산권 다툼을 방지하기 위한 경계용 밭담을 쌓았다는 기록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용도로 제주도 전역에 차곡차곡 쌓인 밭담은 보존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2014년 FAO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그리고 제주밭담을 활용한 농촌마을 6차산업화 사업으로 제주밭담과 농촌의 문화, 환경을 체험하고, 지역 홍보와 활성화를 위해 각 마을마다 특색을 살린 밭담길이 지정됐는데, 그 중에서도 이번에는 작은 마을을 거센 바람으로부터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밭담을 감상할 수 있는 ‘감수굴 밭담길’을 소개한다.
지난주에 소개한 ‘진빌레 밭담길’은 농작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용도로 세워진 밭담길을 많이 볼 수 있었다면, 지금부터 소개하는 ‘감수굴 밭담길’은 마을 내에서 토지의 경계를 나누는 용도로 세워진 밭담을 많이 볼 수 있다. 작은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도록 코스를 만든 ‘감수굴 밭담길’에서는 천천히 걸어 다녀야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올레길을 볼 수 있다.

이 코스가 만들어진 마을의 해안가는 월정리만큼은 아니지만 이미 많은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해안가는 차도 많고 사람도 많아 북적거리지만, 한 블록만 마을 안쪽으로 들어오면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고요하고 한적한 분위기의 마을이다.
평대리 중동회관에서부터 시작하는 감수굴 밭담길은 작은 골목과 골목으로 이어져 약 30분이면 충분히 돌 수 있을 정도로 짧은 코스지만, 그 안에서는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펼쳐져 있어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보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제주도 여행길에 테마파크, 박물관, 맛집 등을 다니며 빡빡한 일정으로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도 많은 경험을 하기엔 좋지만, 가끔은 이런 짧은 코스라도 천천히 조금씩 느리게 걷는 시간이 더욱 많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