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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체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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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여행]팥빙수 시켰는데...오징어가 왜 거기서 나와 '카페 위미(WEME)'

[테마여행]팥빙수 시켰는데...오징어가 왜 거기서 나와 '카페 위미(WEME)'

by 이현진 객원기자 2019.05.22

집 근처 카페 앞을 지나다가 열린 문 사이로 보인 메뉴 이름에 기겁했다. '무늬오징어 팥빙수'. 잘못 본 거겠지. 며칠 뒤 다시 지나치며 이번에는 제대로 메뉴를 읽기 위해 잠깐 멈춰 섰다. 맙소사, 친절하게 오징어 그림까지 그려져 있었다.

카페 위미(WEME)는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의 위미초등학교 앞에 자리하고 있다. 2013년 개업했지만, 내가 이 동네에 이사를 왔던 작년 7월에는 '오늘은 쉽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닫혀 있었다. '오늘은'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2019년이 되도록 카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후 간간이 공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더니, 드디어 지난 4월 리뉴얼을 마치고 재오픈했다.
내가 알지 못했을 뿐, 이곳은 이미 그 '무늬오징어'로 TV 방송에까지 나온 곳이었다. 카페에서는 흔히 쓰이지 않는 기이한 재료 덕분에 tvN <수요미식회>, MBC <TV특종 놀라운 세상> 등에 소개된 것. 무늬오징어의 표준명은 흰오징어인데, 죽으면 몸에 있는 무늬가 없어지면서 흰색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미즈이까, 아오리이까라 불리고 국내에서는 주로 제주도에서 낚시로 잡힌다.
(사진출처: 카페 위미)
무늬오징어를 회로 접해 본 남편은 "오징어보다 비리지 않고 쫀득하다"며 "오징어는 갖다 댈 것도 아니"라고 극찬했었다. 그 쫀득한 식감에서 착안한 것인지, 카페 위미에서는 잘게 썬 오징어를 팥빙수의 찹쌀떡처럼 고명으로 쓴다. 오징어빙수뿐 아니라 오징어아이스크림도 있다. 무늬오징어가 우리가 흔히 먹는 오징어보다 비리지는 않지만, 빙수와 아이스크림에는 모양과 맛이 적합한 몸통만 사용한다. 하긴, 아무리 식감이 좋아도 오징어다리가 올라간 아이스크림은 개인적으로 상상하고 싶지 않다.

오징어 때문에 이 카페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막상 내 지갑을 열게 한 건 착한 가격의 빵이었다. 관광지인 제주에서 웬만한 카페의 베이커리 가격은 커피값과 맞먹는 4~5천원대를 넘어서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곳 팥빵과 소시지빵은 각 1200원이고 식빵 종류는 3000원대다. 소박한 구움빵 외에 마카롱과 허니브레드, 딸기수플레 등의 디저트가 있다. 커피 역시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3000원이라는 부담 없는 금액으로 시작한다.
가격만큼이나 친근한 건 이 카페의 분위기다. 어마어마한 오션뷰 대신 아담한 초등학교를 앞에 둔 이곳에서는 늘 통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있는데, 동네 아이들이 창밖에 옹기종기 매달려 차 마시는 엄마들과 웃고 있는 모습은 '노키즈(No Kids)'를 내세우는 여느 카페에서 보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SNS용 인증샷을 위해 밥보다 비싼 커피도 감내하는 핫플레이스가 굳이 필요 없었던 내게는 참 반가운 동네사랑방이다.

차마 오징어빙수에 도전하기 어렵다면 오징어, 새우, 우삼겹 토핑이 올라간 피자도 있다. 하루 5판까지만 판매하기에 전화로 문의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소개를 하면서도 쓸데없는 걱정이 든다. 사장님이 오징어를 직접 잡는다는데, 너무 유명해지면 매일 낚시를 가셔야 하는 건가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