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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체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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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여행]법정사 항일운동에 대하여 ‘법정사의 돌담’

[테마여행]법정사 항일운동에 대하여 ‘법정사의 돌담’

by 장성자 동화작가 2019.06.17

요즘 나의 관심사는 제주도의 항일 운동이다.
올 해는 3.1 운동과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 주년이기에 자연스런 생각의 흐름일 수도 있겠지만, 동화 <모르는 아이>를 쓰면서 제주의 독립 운동이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얼마 전, 제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다. 며칠 제주에 머무는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마침, 한금순 제주대학 교수의 <제주도의 항일독립운동> 강의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한 줄 문장으로만 알았던 법정사 항일운동은 둥둥둥 북소리를 내며 내 마음으로 들어왔다.
<법정사 항일운동>은 1918년 10월 7일에 일어났다. 1919년 3.1 운동 보다 6개월 먼저 일어난 독립운동이기에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법정사는 제주도 서귀포시 도순리, 한라산 중턱에 있는 절이다. 법정사의 주지 김연일 스님은 예불 때마다 일제 침략의 부당성을 설법했으며, 국권회복을 위한 거사를 준비하고 신도와 주민들의 참여를 권하였다.
법정사 항일 운동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혹세무민의 난이 아니었다. 거사를 일으키기 위해 조직을 만들고 마을 사람들에게 격문을 배포하고, 곤봉과 깃발을 제작하고 화승총도 준비한 무장 항일운동이었다. 주민 700 여명의 참여는 일제의 침략과 수탈을 견디지 못한 제주 사람들의 함성이었고, 일제를 몰아내고자 하는 의기투합의 행동이었다.
한라산 동백길 초입, ‘무오법정사 항일운동 발상지’라는 작은 표지판을 따라가면 허물어진 돌담 사이 푸릇푸릇 돋은 풀에 덥힌 작은 터가 나온다.
법정사 스님들과 주민 700 여 명의 항일 독립운동 거사는 일제의 총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주동자들은 붙잡혀 형을 선고 받았으며 법정사는 불태워졌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의 닻에 해당되는 형국이다. 제주도로부터 독립운동의 닻을 들어 올려야 전국으로 그 기운이 올라간다.”
김연일 스님이 신도들과 주민들에게 강조했던 말이라고 한다.
법정사 터 앞에 섰다. 허물어진 돌담과 샘물이 말라 있어 마음이 아렸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분주히, 긴밀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일제의 침략에 맞서 국권회복을 위해 당당히 일어섰고, 그 기운을 우리나라 전역으로 밀어올린 제주 사람들의 함성이 보이고 들렸다.
돌담을 세우고 샘물을 차오르게 하여 그날을 기억해야 할 일이다.
장성자 동화작가
제주에서 태어났다.
<모르는 아이>로 마해송 문학상 수상.
<초희의 글방 동무><여기가 상해 임시 정부 입니다><내 왼편에 서 줄래?> 등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