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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체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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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향하는 길목, 산책하기 좋은 비밀코스

가을로 향하는 길목, 산책하기 좋은 비밀코스

by 장미라 객원기자 2019.09.04

그 어느 해보다 요란한 여름을 보내는 지금,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에는 짭쪼롬한 짠내가 가시고 풀내음이 가득하다.
가는 여름이 못내 아쉬운 듯 가을 문턱의 심술인가? 여름 장마보다 긴 지루한 가을장마로 습기 잔뜩 머금은 이불을 반짝 내민 햇살 아래 툭툭 털어 널어본다.
빨랫줄 위로 미세먼지 하나 없는 푸르다 못해 시린 쾌청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사를 연발. 이 계절의 독백은 달력의 두께가 얇아질수록 깊어짐을 느낀다.

● 켜켜이 쌓인 수만 년 시간의 결, 용머리해안
노곤노곤한 늦여름 바람을 따라 몇 년 만에 찾은 용머리해안. 산방산 해안에 자리하고 있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초입에서 바라본 모습은 평범하지만 좁은 입구를 따라 바닷가로 에둘러 걷다보면 켜켜이 쌓인 사암층 암벽을 볼 수 있다.
180만 년 전 수중폭발이 형성한 화산력 응회암층으로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감탄사외에는 형언할 수 없는 아우라.
가늠할 수 없는 암반의 밀도와 결을 따라가며 누군가의 오늘이었을 시간을 따라 가본다.

● 원시 제주의 모습 그 자체, 화순 곶자왈
언젠가 우연히 와 본 화순 곶자왈에서 깊은 감동을 쏟아낸 기억이 있다.
제주 입도 1년차에 거문오름에서 느꼈던 그 감동을 이곳에서 다시 느꼈기 때문이다.
마을주민들이 만든 생태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전망대에서 산방산을 거쳐 마라도까지 볼 수 있는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곳.
아무도 모르는 원시림 속을 걷는 듯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숲의 생명력이 피부를 뚫고 전해진다. 이끼가 뒤덮은 바위마다 콩짜개덩굴이 생명력을 이어가며 곶자왈의 오늘은 다시 내일이 된다.

● 박수기정부터 가파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산방연대
산방산 앞을 숱하게 지나다니면서도 그동안 알지 못했던 곳이 바로 산방연대.
연대는 횃불과 연기를 이용해 정치 군사적으로 위급한 소식을 전하던 통신수단을 말한다.
지금 남아있는 연대는 최근 보수한 것으로 동쪽으로 당포연대, 서쪽으로 무수연대와 교신을 했다고 전해진다.
용머리해안·산방산 지질트레일이 지나는 이곳은 형제섬과 송악산 그리고 마라도가 한 시야에 들어오는 명당 중의 명당. 뒤로는 산방산이 자리하고 있고 날씨가 쾌청한 날이면 왼쪽으로 한라산까지 지척에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