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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체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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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여행]2020년 2월, 뻔하지 않은 제주 속 제주여행

[테마여행]2020년 2월, 뻔하지 않은 제주 속 제주여행

by 제주교차로 2020.02.20

2020년 2월은 여느 때와는 다른 제주를 맞이하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으로 인해 제주를 찾는 발길이 거의 끊어져 제주의 어디서도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 제주여행의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제주의 매력이 뭘까? 뻔한 관광지? SNS로 전해지는 맛집? 여행에서 당연히 빠져서는 안되는 요소들이지만, 제주의 가장 큰 매력은 조용히 제주스러움을 즐기는 게 아닐까. 그런 차원에서 이번에 찾은 여행은 제주스러움을 느끼기에 충분한 발걸음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제주의 수많은 마을들 중에 굳이 대평리를 찾은 이유는 바로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 때문이다.

지금부터 제주올레 8코스를 지나는 조용한 어촌마을, 대평리로 떠나본다.
531번, 633번, 751-2번 버스가 서는 마을의 작은 정류장에서 여행이 시작된다. 관광지를 이동할 때가 아니라면 동네 투어에서는 절대적으로 뚜벅이를 추천한다. 마을의 소소한 재미는 차로 이동할 경우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들어가기 전, 대평리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대평리는 '용왕난드르 마을' 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난드르' 란, 넓은 들판을 의미하는 말로 대평리의 과거명칭이라 한다. 이 마을은 과거 용왕의 아들이 살았던 넓은 들판이 있는 곳이라 하여 '용왕난드르 마을'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제주에 있는 다양한 구전 중 하나로 각 지명, 마을에 얽힌 이야기는 제주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을 전해준다.
마을 초입에 있는 표지석은 동네 어른들이나 여행자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작은 정자를 두고 있다. 여행이 끝나면 버스를 기다리며 잠시 쉬어 갈 수 있다.
천천히 마을 안으로 걸어가 본다. 여느 제주의 마을과 같이 집집마다 작은 담벼락이 앙증맞다. 아기자기한 집과 함께 상당히 어울리는 그런 담벼락이다. 하지만, 이 마을의 특징이 하나 있다면 집집마다 명패가 걸려있다. 우리가 흔히 보던 직사각형의 명패가 아니라 투박한 듯 개성 있게 자신을 표현한 명패가 걸려있다.
담은 있는데 대문이 없다? 우리내 시골은 그나마 싸리문? 현대식으로 바뀌면서 그나마 철제대문이라도 있지 않은가? 이곳 마을은 그저 돌담뿐이다. 도둑이 없는 걸까? 이웃간의 정이 그만큼 넘치는 걸까? 여러 생각을 하며 지나다보니 주민들의 대부분이 고령이던데, 되려 대문이 없어서 왕래가 쉽고 그만큼 서로 의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실 이 마을을 찾은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올레 9코스, '박수기정'. 높이가 약 130m 에 이르는 이 절벽은 '박수'와 '기정'이 합쳐진 말로, 바가지로 마실 샘물(박수)이 솟는 절벽(기정)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올레길을 걷는다면, 저 위에서 제주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겠지만, 바라보는 그 자체에서 감탄을 금하지 못한다.
마치 봄이 온 것처럼 동네는 화려하게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다. 이제 막 피어나고 있으니, 꽃이 만발한 3월의 대평리가 벌써 기대된다. 마을의 한 카페 앞 정원은 이미 SNS에서 봄꽃 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으며, 연예인 이하늘씨가 스몰웨딩을 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제주스러움이 가득한 마을이지만, 빈집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아쉬운 마음이다. 그 비어있는 집들로는 조금씩 개발이라는 변화가 생겨나고, 이로 인해 사라져가는 제주의 작은 바닷가 마을의 모습에 씁쓸함이 느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인건지 문을 닫고, 심지어 영업을 안 한지 좀 되어 보이는 그런 가게들도 많았다.

여행의 묘미는 느리게 걸으며, 많이 보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평리 여행은 제주스러움을 느끼기기에 충분했다. 이런 여행을 권해본다. 약 1시간 남짓 여행 동안 휴대폰도 이어폰도 다 가방에 넣고 골목을 구석구석 걸어보자. 대단한 즐거움을 주지는 않겠지만, 여행의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