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우린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새 봄이 왔고, 제주도가 형형색색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3월~4월, 이 시기의 제주는 여기저기 꽃놀이에 붐벼야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럴 수 없다.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잠시만.. 그런 우리를 위해 제주의 봄소식을 전해본다.

제주에서 손꼽히는 벚꽃명소는 사실 양손으로 다 꼽을 수 없다.
얘기를 나누다보면 중복되는 곳도 있지만, 각자 본인들만의 숨겨진 곳 또한 많다.
이곳 장전리 마을은 공항에서 가까운 벚꽃명소로 이미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다. 장전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많이 걸어가는 방향으로 자연스레 걸어본다.

다들 가족끼리 연인끼리 걷고 있지만, 혼자가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다. 마을회관 옆 벚꽃나무가 장관이다. 잘은 모르지만, 나무가 큰 걸로 봐서 꽤나 오래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벚꽃을 즐기기 전, 마을을 둘러본다.
마을회관을 지나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장전리 향토지 편찬위원회’ 라는 이름의 건물이다. 건물의 모양도, 색깔도, 앞에 있는 기계부속 같은 것들도 지나가는 눈길을 잡기에 충분하다. 사실 장전리 방문은 처음이라 향토지를 본적이 없어서 개인적으로도 궁금한 부분이다.

지도를 검색했을 때, 마을이 생각보다 컸다. 실제 가보니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 아니라서, 무작정 길을 따라 가본다. 이 마을 역시 주변에 건물이나 높은 산이 없어서 볕이 잘 들어 주변이 모두 감귤밭이다. 다른 마을과 다르게 시원스레 넓게 펼쳐진 풍경이 잠시 발길을 멈추고 쉴 수 있게 해준다.

마침 눈에 확 들어오는 건물이 있다. ‘포제청’. 마을의 무사안녕을 빌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이제는 흔적만 남아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나는 이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좋은 곳이다.

잠시 쉬었으니, 이젠 본격적으로 벚꽃명소를 찾아서 발길을 옮겨보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진 않지만, 지나다보면 운치 있는 집들이 눈에 띈다. 벚꽃나무랑 분위기가 너무 잘 어울린다.

사실 어디로 가야 벚꽃길이 있는지 알아보지 않고, 마을투어를 위해서 무작정 가보려 했다. 하지만, 눈에 띄게 많은 이들이 가는 방향이 있었으니, 생각보다 쉽게 찾게 된다. 그리 길지 않은 구간의 벚꽃길은 역시나 명소답게 꽃들이 만개하고, 방문객들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공식적인 왕벚꽃 축제는 취소되었다.
주민들도, 관광객들도 분명 많이 아쉬운 부분이지만, 우리 서로를 위해서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할거 같다. 벚꽃은 내년에 또 피지 않는가.

매 순간이 아름답고 아쉬운 제주의 봄날이다. 올해는 참 많은 이들이 아프고 힘든 봄날이기도 하다. 때로는 ‘나는 괜찮아’ 라고 하는 마음이 들긴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나 때문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빨리 이 힘든 시간이 지나고 많은 사람들이 그 계절의 매력적인 제주를 즐길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