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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쓰메 소세키 / 고양이 시선

[도서]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쓰메 소세키 / 고양이 시선

by 제주교차로 2020.01.23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처음은 이렇게 시작된다.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소설로 나쓰메 소세키가 작가로 등단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애초에 단편으로 잡지사에 연재하고 있던 이 소설은 고양이 시선으로 바라보는 당대의 지식인을 적나라하게 꼬집고 여러 인간군상의 위선적 모습과 뻔뻔함을 풍자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잡지사에서는 단편이 아닌 장편을 권유했고 이 소설은 그렇게 장편소설로 탄생되었다.
이름이 아직 없음에도 자신을 도둑고양이라고 함부로 칭하는 주인집 하녀를 예의없다 표현하고, 빈둥거리며 주인집에 기거하며 지내는 자신의 삶에 대해 주인에게 깊은 감사와 은혜를 가지고 있다. 고양이 주제에 얼마나 영특하게 삶에 대한 체념과 달관을 보여주는지 모른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로써 나도 가끔 내 고양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말 궁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두고 요물이라고 하는 걸까? 언젠가 어느 외국 만화영화에서 고양이가 두 손을 사용하게 되면 그때는 인간의 보살핌이 필요 없게 된다고 했다. 두 손만 사용할 수 있다면 캔을 따고 화장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하던 고양이는 두 발로 서고 두 손으로 활동하는 인간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행여 내 고양이가 두발로 오랫동안 서서 창문을 바라보며 있을때면 미동 없이 왜 그렇게 골똘히 창밖을 바라보는지 고양이의 머릿속이 늘 궁금하다. 알 수 없는 고양이의 눈동자!
고양이는 교양인으로 인식하는 영어 선생님인 주인집에 오며가며 모여드는 당대의 지식인들이 담론을 자연스럽게 듣는다. 오만에 빠진 인간의 허세와 위선을 풍자한다.
- “내 주인은 나와 얼굴을 마주치는 일이 좀체 없다. 작업은 선생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하루 종일 서재에 틀어박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식구들은 그가 뭐 대단한 면식가인 줄 알고 있다. 그 자신도 면학가인 척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식구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가끔 발소리를 죽이고 그의 서재를 엿보곤 하는데, 대체로 그는 낮잠을 자고 있다. 가끔은 읽다 만 책에 침을 흘린다. 그는 위장이 약해서 피부가 담황색을 띠고 탄력도 없는 등 활기 없는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 주제에 밥은 또 엄청 먹는다. 그 다음에 책장을 펼친다. 두세 페이지 읽으면 졸음이 몰려온다. 책에 침을 흘린다. 이것이 그가 매일 되풀이 하는 일과다.” 나쓰메 소세키-나는 고양이로소이다中 P.19 -
이런 뜨끔하다! 지금도 나를 보며 눈을 깜빡이고 있는 고양이 앞에서 나는 왠지 조심을 해야 할 것 같다. 내 모습을 보고 나쓰메 소세키의 고양이처럼 너도 나를 때로는 경멸하거나 한심해하지 않을까? 나른한 오후, 우리집의 고양이는 나른하다.
고양이님, 많이 졸리세요? 응, 그래. 집사야. 자고 일어나면 간식을 준비하렴. 화장실도 좀 깨끗이 치우고! 야옹!

-여행작가, 라라
애월에서 소규모숙소<달빛창가302호>를 운영, 여행서<연애하듯 여행>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