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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써칭 포 슈가맨

[영화]써칭 포 슈가맨

by 박혜림 기자 2013.10.10

기자 , 문화를 추천하다

써칭 포 슈가맨
▲ 영국 / 스웨덴 2012 년 개봉

나의 젊은 시절을 모두 바쳐 쓴 한 권의 책이 있다고 하자 . 하지만 아무도 이 책을 출판해주겠다는 사람은 없고 나는 겨우겨우 그것을 책의 형태로 만들 수 있었다 . 하지만 그 책은 출판사와 나에게 큰 피해만을 남기고 마치 세상에 태어난 적 없는 것처럼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그러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 나의 젊음이 모두 가버린 후 우연히 먼 나라에서 그 책이 번역되어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 그것은 그곳에서 작자 미상으로 알려져 나의 작품임을 알고 있는 이가 아무도 없다 . 이 때 나는 어떤 기분을 느낄까 . 이제라도 인정받은 것에 대해 행복을 느낄까 , 나의 젊은 시절에 대한 서러움이 앞설까 .

잠이 오지 않는 늦은 밤 , 혹은 마음마저 자꾸 쌀쌀해지려는 요즘의 어느 한가한 오후 , ‘ 슈가맨 찾기 ’ 라는 달달한 제목의 영화는 참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

그러나 미국 디트로이트의 삭막한 풍경을 보여주는 어둡기 그지없는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은 이 영화 .

영화는 로드리게즈라는 미국 옛 가수의 동료들을 인터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 가수이며 동시에 부둣가의 막노동꾼이었던 로드리게즈 . 현자와도 같았다는 그의 모습과 재능 넘치는 그의 음악들을 추억하는 동료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훌륭했던 로드리게즈의 음악이 왜 실패했는지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

또 다른 인터뷰이들은 남아공의 로드리게즈 팬들이다 . 미국에서는 단 6 장이 팔렸다는 그의 앨범이 남아공에선 엄청난 인기를 끈 것이다 . 하지만 당시 국제 사회에 폐쇄적이었던 남아공에서 일어난 이 일을 로드리게즈도 , 그의 동료들도 , 미국의 그 누구도 ‘ 전혀 ’ 몰랐다 . 더욱 재미있는 일은 남아공의 사람들은 로드리게즈가 미국에서 ‘ 전혀 ’ 유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 전혀 ’ 몰랐다는 것이다 .

자유분방한 가사로 당시 남아공에선 반항의 아이콘과도 같았던 로드리게즈가 무대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이 남아공에 전해졌을 때 그들은 그의 죽음이 어떤 연유에서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 남아공 사람들에게 남은 거라곤 로드리게즈가 낸 단 두 장의 앨범 뿐 .

어느 새 카메라는 로드리게즈의 행적과 죽음을 ○○○는 남아공의 한 음악 평론가를 잡는다 . 3 년에 걸친 그의 ‘ 로드리게즈 찾기 ’. 그 결말은 실로 놀랍다 .

실존인물인 씨스토 로드리게즈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라는 영화의 형식상 지루해지기 쉬우나 , 적절한 순간마다 흘러나오는 로드리게즈의 절절한 음악들이 영화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게 한다 .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스토리의 반전에는 기대치 않은 감동까지 있다 .

조용히 많은 이들의 인생을 바꾸어놓은 무명 가수 로드리게즈의 인생을 담은 영화 , 매력적이긴 하지만 성공하긴 어려운 음악 영화 중 ‘ 원스 ’ 다음으로 기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 서칭 포 슈가맨 ’ 이다 .

글의 시간을 돌려 , 잠이 오지 않는 늦은 밤 , 혹은 마음마저 자꾸 쌀쌀해지려는 요즘의 어느 한가한 오후 , ‘ 슈가맨 찾기 ’ 라는 달달한 제목의 이 영화를 보며 ‘ 숨은음악찾기 ’ 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