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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

[도서]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

by 박혜림 기자 2013.10.04

기자, 문화를 추천하다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걷기여행-서명숙 저(북하우스)

'대한민국 관광 일번지'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촌스러운 관광상품 일색이던 제주에 언제부턴가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멋스러운 게스트 하우스들을 비롯한 숙박업소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분위기 좋기로 유명한 홍대의 카페골목에서나 봄직한 가게들이 이젠 제주에도 즐비하다. 돌하르방 열쇠고리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던 기념품에도 변화가 생겨 많은 젊은 예술가들이 작업한 엽서, 열쇠고리, 인형 등 여자들 의 눈을 사로잡는 다양한 상품들을 찾는 것이 이젠 어렵지 않다. 제주사람들도 들어본 적 없는 제주의 작은 시골 마을들을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 대표적인 마을이라 할 수 있는 월정 리는 '과연 저 동네에 컴퓨터가 있는 집이 몇 집이나 될까' 싶게 작은 시골 마을이었지만 최근 인터넷 등의 매체에선 월정리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양의 관광 정보들을 쏟아낸다. 그만큼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월정리엔 최근 '제주의 홍대'라는 별명 까지 붙었단다.

근 몇년에 거쳐 불어닥친 이러한 제주 변화의 바람에선 젊은 힘이 느껴진다. 돈과 시간이라는 여유만 있으면 해외로 떠나던 많은 젊은이들이 이제는 제주로 발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를 방문하는 이런 젊은이들 중에서도 여성의 비율은 압도적이다. 왜 그럴까?

아마 제주에 살고 있는 이들이든 그렇지 않은 이들이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올레길.”

아름답고 안전하며 서울에서 와도 비행기로 한 시간, 멀지도 않으니 젊은 여성이 혼자 찾기에도 망설여짐이 거의 없단다.

이런 올레길을 만들 생각을 맨 처음 한 사람은 누 굴까?

이 책은 올레길의 창시자, 아니 발견자라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까, 하여간 그 대단한 사람, 그것 도 '여성'이 쓴 책이다. ('여성'이 하면 더 대단한 것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성차별적인 발언이라고 태클은 걸지 마시라,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도 '여성'을 더 편애하는 '여성'이니까.여자가 만든 길이기에 본능적으로 여자들이 더 올레길에 끌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

사실 평소 여행책자는 거의 읽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제주 사람인 내가 굳이 제주에 관한 책을 돈 주고 사서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던 기 자도 이 책을 읽는 내내 여성으로서, 제주사람 으로서 많은 공감과 감탄, 응원, 반성 등 다양한 감정들을 느꼈다. 소위 '육지사람'이라는 이들이 쓴 제주도에 대한 글들을 볼 때 그 내용이 제주도를 찬양하는 내용일지라도 은근히 심술이 나고 제주도에 대해 약간이라도 비하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이라면 더더욱 기분이 나빠지는게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일진대 마침 올레길을 만들고 이 책을 쓴 당사자 서명숙씨가 제주토박이 출신인 것이다.

'내 집 앞길'을 부르는 말인 제주의 '올레'를 연결 시켜 그 의미를 확대시키고, 제주를 잘 모르던 이들에게도 아름다운 제주길을 선물해 준 한 여자의 이야기, 그리고 제주도의 이야기.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