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리뷰

리뷰

[공연]가을과 함께 찾아온 ‘버스커버스커’

[공연]가을과 함께 찾아온 ‘버스커버스커’

by 박혜림 기자 2013.09.27

기자, 문화를 추천하다

가을과 함께 찾아온 ‘버스커버스커’
지난해 벚꽃이 휘날리던 봄, '벚꽃엔딩'으로 그야말로 전국에 그들의 노래를 '흩날렸던' 버스커버스커가 지난 25일 두 번째 앨범을 발매했다.

버스커버스커는 슈퍼스타 K라는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린 후 첫 앨범에서 타이틀곡 '벚꽃엔딩'으로 소위 대박이 났다. 작년에 나온 앨범임에도 올해 봄, 이 곡은 또 다시 각종 음원을 휩쓸며 당시 신곡들의 기를 죽였다. 과연 이 정도면 '봄의 캐롤'이라 불러도 과함이 없을 것이다.

봄에 어울리는 상큼한 노래와 풋풋한 외모로 '봄'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그룹이 된 이들이 이번엔 가을이란다. '너무 빤한거 아냐?' 고개가 외로 꼬아진다. 2집의 앨범 표지도 광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버스커버스커 1집 앨범 표지 그림에 낙엽 몇 장이 추가 됐을 뿐이다. 1집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은 '봄바람'이더니 이번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은 '가을밤'이다. 삐딱한 시선으로 보자니 '이 무슨 자신감인가' 싶다. 같은 패턴이라면 질색팔색을 하는 대한민국이 아닌가.

비난을 하고 싶다면 일단 알아야 한다. 나오자마자 음원 1위에 이름이 올라와 있는 그들이 조금은 못마땅하지만 거기에 한 몫을 하며 앨범을 플레이 시켰다. 그런데 첫 번째 트랙인 연주곡 '가을밤'이 흘러나온 지 얼마 안 되어 마음이 잠잠해진다. 갑자기 주변도 쌀쌀해진 듯하다.

아...

'가을'을 느끼는 순간이다.

평소 기자는 버스커버스커의 보컬인 장범준의 작사 실력을 높게 평가해 왔다. 특별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커다란 철학을 담은 것도 아닌데 큰 울림을 주는 순간들이 그가 쓴 노래 가사에 있다. 마치 "어쩜 이렇게 썼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를 읽은 기분이랄까.

이번 앨범에도 그의 작사가 돋보이는 노래들이 있다. 특히 8번 트랙의 '아름다운 나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이'라는 단어는 해석의 즐거움을 준다. 버스커버스커 노래의 매력은 편안한 멜로디 외에도 이런 ○○○히는 맛이 있는 가사에 있지 않은가 싶다.

한결 힘을 뺀 듯한 보컬 장범준의 목소리도 이 가을과 썩 어울린다. 올 가을은 당분간 이들의 노래가 거리를 채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