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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 시대의 31 가지 위대한 질문” -『 김대식의 빅퀘스천 』

[도서]“우리 시대의 31 가지 위대한 질문” -『 김대식의 빅퀘스천 』

by 박혜림 객원기자 2015.02.25

기자, 문화를 추천하다

“우리 시대의 31가지 위대한 질문” -『김대식의 빅퀘스천』
참 재미없게 생긴 표지가 아닌가?

그런데, 재미있다. 정말이다. 지인의 SNS에 올라온 이 책에 대한 감탄 글에 솔깃하여 리스트에 올려놓고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다. 다른 책을 구매하다 생각이 나 찾아보니 이리도 재미없게 생긴 표지가 ‘진짜 나를 읽을 거야?’ 한다. 평소 너무 세련되거나 예쁘게 제본된 서적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필자도 선뜻 손이 가질 않았다. 지인의 안목을 믿고 눈 딱 감고 구입해 처음 몇 장을 넘기고 나자 ‘역시 사람이고 책이고 겉모습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지’ 싶다.

저자는 책을 통해 서른 한가지의 위대한 질문을 제시한다.
▶<Big Question. "삶은 의미 있어야 하는가?" 中> ‘존재는 왜 존재하는가?’가 그 첫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을까?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하는데 왜 존재하냐고 묻다니! 생각을 하기도 전에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기에 평소에는 생각하지도 않는 것들에 대해 어린아이 같이 의문을 품는 저자와 함께 해보자. “그러니까, 도대체 왜?”

저자는 독일과 미국에서 뇌과학으로 박사 및 박사 후 과정을 밟은 현 카이스트 교수이다. 뇌과학자답게 철학적인 질문들에 과학으로 대답한다. 책을 보면 저자가 단순히 과학적 지식을 해답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질문들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얼마나 심도 있게 고민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
▶ <Big Question. “만물의 법칙은 어디에서 오는가?” 中> ‘끝까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러니까, 스스로 답을 찾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는, 어쩌면 답이 없을지도 모를 어떤 문제에 대해 끝까지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말이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친구와의 토론은 어떠한가? 좁혀지지 않는 각자의 의견을 얘기하다 보면 맞춰지지 않는 퍼즐 앞에 선 기분이다. 퍼즐을 맞춰보기도 전에 친구 중 하나가 “에이, 복잡한 얘기는 이쯤에서 그만둬, 어제 개그콘서트에서 말이야” 해버리지는 않는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와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었다. 슬슬 이쯤에서 그만두고 싶은데 저쪽은 끝낼 마음이 없는 듯 계속해서 새로운 퍼즐 조각들을 내민다. 예상치 못한 신선한 퍼즐 조각 에 또 마음이 동하여 나도 모르게 작가와 커다란 그림을 만들어 가는 기분.

어려운 것은 ‘빅퀘스천’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아침에 눈을 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드는 생활을 하며 누구나 가끔은 ‘인생이란 무엇인가?’하고 자문(自問)할 것이다. 어려운 것은 이러한 자문에 ‘끝까지’ 고민해 보는 것이다. 혼자서 고민할 자신이 없다면 똑똑한 작가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도 좋고 “도대체 그런 고민을 왜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고민을 왜 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 책을 들여다봐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묘미는 다양한 삽화(揷畵)들이다. 삽화 자체가 묘미가 아니라 삽화에 대한 설명이 전혀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 묘미이다. 이 부분 또한 저자의 고민으로 결정된 것이 아닌가 싶다. 표제가 붙은 것들에 대해 사람들은 표제를 읽는 것만으로 그 그림에 대해, 사진에 대해 알게 됐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는 그림을 ‘이게 뭐더라?’하며 잠시 바라보고 있으면 그 그림의 작가나 연혁이 아닌, 그림의 의미가 보이는 법. 이것이 저자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인생에서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생의 시작부터,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죽음’ 또한 마찬가지다. 심지어 스스로 선택한 죽음인 자살조차도 “내가 죽고 싶을 때를 선택하기 위해 지금 죽을래”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환경이, 상황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인생을 살아야 하는 인간이 인생에 대해, 인간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것, 또는 빅퀘스천을 머릿속에 품는 것은 삶을 영속해야 하는 인간이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위대한 질문들에 대해 글쓴이가 제시하는 답을 따라가도 좋다. ‘에이, 이 부분은 너무 억지다’ 반박해도 좋다. 그것이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 읽어야만 하는 이유가 아닌가.

박혜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