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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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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 』 2015, 한국 외, 감독 장건재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 』 2015, 한국 외, 감독 장건재

by 박혜림 객원기자 2015.07.22

기자문화를 추천하다

『한여름의 판타지아』 2015한국 외감독 장건재
잔잔하다. 인생의 젊음을 연상케 하는 ‘한여름’이라는 단어거기다가 환상곡까지 붙었다면 요란하고 화려해도 될듯한데 이 영화한없이 잔잔하기만 하다.

누적관객 3만 명을 넘어서며 올해 독립 영화 중 가장 흥행한 영화가 된 「한여름의 판타지아」에 대한 평은 거의가 긍정적이다. 이 정도의 잔잔함이라면 ‘지루하다’‘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대체 뭐냐’ 등의 평들이 난무할 법도 한데 도대체 이 영화의 어떤 매력이 관객들을 이토록 너그럽게 만드는 것일까.

영화는 2부로 나뉘어 흘러간다. 그 중 1부는 흑백이며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조용한 일본의 소도시인 고조시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싶은 영화감독 ‘태훈’은 조감독 ‘미정’과 고조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움직인다.

'태훈'과 '미정'의 첫 번째 인연은 현지 공무원 '유스케'. 도쿄서 나고 자라며 배우의 길을 꿈꾸던 청년이 일본의 지방 도시 중에서도 아주 작은 시골인 고조시의 지방공무원으로 3년째 살고 있다는 다소 흥미로운 사연을 갖고 있다.

오래된 마을의 낡은 가게를 지키며 인생의 끄트머리를 살고 있는 고조 출신 주민들의 모습과 저 크고 낯선 도시에서 떠나와 그 땅에 스며가는 젊은이낯선 장소와 느낌을 찾아 영화를 찍고 싶어 하는 이방인들의 움직임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영화는 그렇게 흘러간다.

한결같은 것과 변하는 것인생의 한여름을 추억하며 살아가는 이들모두가 떠나버린 곳을 반대로 찾아온 이. 아주 잠깐 스쳐 보여주는 첫사랑 요시코의 모습처럼 1부는 한 편의 이야기보다는 조용한 단상(斷想)으로 다가온다.
이제 색깔이 있는 현실의 세계다. 감독이 상상한 고조에서 있을 법한 로맨스를 그린 2부는 시나리오도 없이 상황 설정만을 배우들에게 던져주고 촬영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상대의 말이 끝나고 그 말을 받기까지의 몇 초간의 머뭇거림은 여행을 온 '혜정'과 고조의 주민인 '유스케'의 첫 만남 속 어색함을 실감나게 한다. 현실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센스 넘치는 대사를 매끄럽게 주고받는 영화 속 장면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주는 것이 또 이 영화라는 것에 실소가 난다.

감이 유명한 고조에서 감을 재배하고 말리는 일이 직업인 '유스케'는 이름 없는 지역인 고조에 무엇인가를 찾으러 왔다는 이방인 '혜정'에게 자꾸만 관심이 간다. 그래서 자신이 재배하고 말린 감을 권하고 또 권하는 '유스케'. '혜정'은 그런 '유스케'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가보다. 감정 그대로 어색해하며 거리를 유지하기도 하고 고마워하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혜정'이 '유스케'에게"하는 일은 재미있나요?"하고 묻는 대목이다.

"감을 말릴 때는 내가 한만큼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너무나 재미있는 일이에요. 반대로 날씨나 그런 것의 영향을 받기도 하는 것은 어렵지만...그래도 회사에서 사장님에게 '도장 찍어 주세요!'하며 고개를 숙이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는 일이죠"-'유스케'의 대답이다.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분위기 속에서 실체 없는 것들의 눈치를 보느라 스스로의 행복에 족쇄를 채우며 사는 것이 현대 직장인들 아닌가. 한만큼의 결과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모두에게 공평한 자연 뿐인 삶이라면 참 살만하겠다. '유스케'처럼 낯선 이에게도 웃으며 다가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도 하겠다.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 결말더운 여름날의 신선한 단상사소한 것들에서 나오는 특별한 분위기가 필요하다면 추천할 만한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다.
박혜림 객원기자
hyerim10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