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리뷰

리뷰

[영화]기자, 문화를 추천하다 『구타유발자들』

[영화]기자, 문화를 추천하다 『구타유발자들』

by 박혜림 객원기자 2017.07.26

기자, 문화를 추천하다 영화 『구타유발자들』
십수 년 전 장준환 감독, 신하균 주연의 ‘지구를 지켜라’를 보는 내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고민하며 얼굴의 온갖 근육을 사용해 본 후 블랙 코미디는 나의 최애 장르가 되었다. 이후 접한 블랙 코미디 영화 중 추천작을 꼽는다면 단연 이 영화, 「구타유발자」들이다.

음흉한 속셈으로 제자 인정(차예련)을 새로 뽑은 벤츠에 태우고 인적 드문 교외로 나간 성악과 교수 영선(이병준). 신호위반으로 교통경찰인 문재(한석규)에게 딱지를 떼이는 것을 시작으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일들이 우습게 벌어진다.

산골 계곡에 차를 세우고 자신을 덮치려는 영선에게서 도망친 인정은 우연히 오토바이로 터미널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순박한 청년 봉연(이문식)을 만나게 되고 친절한 봉연은 소름 돋게도 그녀를 다시 영선이 있는 계곡으로 돌려놓는다.

봉연과 봉연의 패거리 세 청년이 계곡에서 벌이는 떡삼겹 파티에 초대된 인정과 영선.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인정도, 영선도, 보는 관객도 어안이 벙벙하다.

복잡해 보이지만 등장인물은 위에서 이야기 한 일곱 명과 봉연 패거리의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리는 현재(김시후)까지 여덟 명이 전부다. 장소도 강원도 산골의 계곡을 벗어나지 않는다. 평소라면 마음의 안정감을 줄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알 수 없는 시골 청년들과 결합되며 묘하게 공포감을 유발한다.

어린아이의 원초적이고 순진한 잔인함을 연상시키는 봉연과 봉연의 패거리. 실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저질렀어도 당혹스러웠을 폭력을 다 큰 어른들이 너무나 순진하고 자연스럽게 행사한다. 소위 배우지 못한 순박한 시골 청년들의 무지함으로 보기에는 영화 후반부에 재등장한 경찰 문재의 폭력이 한수 위다. 돌고 도는 폭력의 굴레가 드러나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마저 희미해진다.
불편한 상황이 벌어지고 그것을 도와줄 인물을 등장시켜 관객이 안도하는 순간 더 불편한 상황을 벌이는 영화. 성추행, 욕설, 폭력, 무식함, 찌질함 등 거르지 않은 인간성의 추한 부분을 그대로 들이밀며 우리를 마구 불편하게 하는 이 영화가 싫지 않은 건 한석규, 이문식, 오달수 등 인정받는 배우들의 천연덕스러운 연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