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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책 속에 부활한 제주 신화

[도서]책 속에 부활한 제주 신화

by 한지숙 객원기자 2017.10.12

『제주 당올레』,『제주신화』,『녹디생이, 사라진 변기를 찾아라』
지난 가을, 한국여행업협회와 여행 전문 조사기관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에서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 1위는 단연 제주도였다. 제주도는 국내 선호 여행지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한 지 이미 오래다.

서점에는 보도여행, 버스여행, 맛집여행 등 테마도 다양하게 제주 여행서가 가득하다. 생경함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풍경과 이색적인 먹거리, 섬 특유의 소박함과 투박함, 여기에 요즘 현대적 세련미까지 곳곳에 더해지면서 제주는 경쟁적으로 소모되고 있다.

관광지로 각광받을수록 아이러니 하게도 뭔가 더 평범해지고 있는 제주에 아쉬운 독자라면 여기 제주에 관한 조금 다른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어보고 떠나길 권한다.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신비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제주, 예쁜 카페와 바다색깔이 좋아 찾았던 세화에 서당할마님의 이야기가 있었다는 사실과 너무나 ‘관광지’스러운 제주 속 도시 중문관광단지에 용궁아가씨 신화가 내려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언제부터인가 찾지 않던 그곳을 다시금 한 번 가보고 싶어지게 한다.
『신화와 함께하는 제주 당올레』는 제주 무속신앙 속 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냈다. 척박한 삶의 터전을 일구며 살아가던 민초들에게 정신적 힘이 되었던 1만 8천여 신들의 이야기가 제주 방언과 함께 소개됐다. 제주는 ‘절 오백, 당 오백’이라는 말이 전해질 만큼 절과 신당이 많지만 관광지로 개발되며 신당에 건물이 들어서고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점점 훼손되며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칫 함께 묻혀버릴 수 있는 신화가 이렇게 책으로 남겨졌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제주의 신화를 소개한 또 한 권의 책이 있다. 『제주신화』, 제주 출신의 시인으로 제주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깊이 있게 연구해온 저자 김순이는 우리 신화의 원형이 남아 있는 제주도의 신화를 잊혀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무당에게서 직접 들은 신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옮겨졌다. 여기에 신화에 담긴 의미와 상징도 곁들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각 신화는 바다에서 건진 돌미륵, 역적이 된 효자 등의 제목들을 달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각색되어 있으니 그리 어렵지 않게 읽힌다.
아이와 제주 신화를 나누고 싶은 독자에게는 제주 신화의 주인공이 동화 속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녹디생이, 사라진 변기를 찾아라』를 권한다. 녹디생이는 제주 신화 〈문전본풀이〉에 나오는 조왕신의 아들이자 ‘문을 지키는 신’, 가난한 집안의 일곱 형제 중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막내 녹디생이가 아버지를 꾀어 어머니를 죽이고 형제마저 죽이려 했던 못된 여인의 손아귀에서 어머니와 형제를 살려낸다는 이야기로 상상 속에 머무르던 신화 속 주인공을 보다 친숙하게 만날 수 있어 제주의 신화를 아이들에게 소개하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