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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무도 모른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

by 박혜림 기자 2013.11.07

기자 , 문화를 추천하다

영화 “ 아무도 모른다 ”
▲ 아무도 모른다 (Nobody knows, 2004)

나이 어린 아역배우들의 실제 같은 연기 때문일까 ? 장면마다의 자연스러운 구도 때문일까 ? 아니면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일까 ?

영화는 적나라하다 느껴질 정도의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 보는 내내 끊임없이 마음이 두근거린다 . 예쁜 아역들의 얼굴과 햇살 가득한 화면이 제목에서 오는 부정적인 느낌과 오버랩 되며 생기는 이 두근거림은 결코 설렘의 두근거림이 아니다 .

도쿄의 평범한 맨션에 엄마와 열 두 살짜리 아들 , 이렇게 두 식구가 이사를 온다 . 그러나 사실은 두 식구가 아니다 . 이삿짐 속에 숨어 들어온 아들의 동생들이 셋 . 아이들이 많은 가정은 집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동생들의 존재를 숨기고 사는 다섯 가족의 기묘하지만 귀여운 일상이 시작된다 .

철없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 , 일을 나가는 엄마 대신 동생들을 돌보는 큰아들 , 피아노가 갖고 싶은 조용한 큰딸 , 언제나 까부는 귀여운 셋째 ,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막내딸 .

아역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연기 도중 절대로 그것을 자르지 않는다는 감독의 노력 덕분인지 카메라 속 네 아이의 모습 하나하나에서 생동감이 넘친다 . 감독은 이 생동감 넘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과장 없이 차가운 현실을 보여준다 .

어느 날 “ 곧 돌아올게 .” 라는 말을 남기고 엄마는 집을 나가 버린다 . 어린 장남은 엄마가 다달이 부쳐주는 돈을 가지고 열심히 살림을 꾸려보지만 엄마에게서 오던 그나마의 돈도 곧 끊어지고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은 그래야 할 수순을 밟듯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돈을 탕진한다 . 방치된 어린 동생들과 엉망이 된 집 , 결국은 친구들도 그를 떠난다 . 하지만 어느 누가 그를 나무랄 수 있을 것인가 ? 동생들은커녕 스스로를 돌보기에도 벅찬 나이 , 그는 겨우 열두 살인 것을 .

전기도 , 수도도 끊어진 집에서 아이들은 편의점의 날짜 지난 도시락을 얻어다 먹으며 연명해 나간다 . 베란다에도 나가면 안된다는 엄마와의 약속은 깨진지 오래다 . 아이들은 공원에 나가 세수를 하고 물을 마신다 .

영화 중간 , 아이들의 엄마가 큰 아들과의 대화 도중 자신을 책망하는 아들에게 “ 나는 행복해지면 안 되는 거야 ?” 라고 하는 부분이 있다 . 행복을 추구할 권리 . 그녀도 인간이기에 그 당연한 권리를 가지고 있겠지만 그녀의 욕망으로 인해 태어난 네 명의 아이들은 또 다시 그녀의 욕망으로 인해 불행했다 . “ 엄마 , 학교 다니고 싶어 .” 라고 하는 큰딸에게 “ 아빠가 없는 아이는 학교에 가봤자 따돌림만 당할 거야 .” 라던 엄마의 말은 누구를 위한 말이었나 ?

십자가로 받아들인다면 세상에 둘도 없이 무거울 책임감 , 부모 . 돌을 던져 마땅한 엄마였지만 아침에 눈을 뜨기 전 눈물을 흘리는 , 아이들이 볼까 서둘러 닦는 나약한 한 여자에게 주어진 무거운 십자가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일본의 실제 사건은 영화보다 훨씬 충격적이다 . 이 가슴 서늘한 영화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보다는 따뜻한 이야기라니 더욱 가슴 시리다 .

영화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어른들은 모두 지나가는 역할이다 . 그들은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다 . 아니다 . 그들은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의 곁을 무심히 지나쳐 버린 어른들 중 하나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