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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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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떤 시선”

영화 “어떤 시선”

by 박혜림 기자 2013.11.14

기자 , 문화를 추천하다

영화 “ 어떤 시선 ”
어떤 시선 (If You Were Me 6, 2013)

“ 이 영화는 자막을 넣지 않았습니다 . 언어장애가 있는 ,
소통이 불확실한 발음으로
얘기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잘 들으려고 하기보다는
‘ 왜 자막을 안 넣었지 ’ 에
중점적으로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요 . 그게 바로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장애를
향한 시선의 척도라고 생각을 합니다 .”
- 박정범 감독 , EBS 인터뷰 中

세 편의 단편을 묶어 개봉한 영화 ‘ 어떤 시선 ’ 의 첫 번째 작품인 ‘ 두한에게 ’ 의 감독 박정범의 말이다 .
‘ 두한에게 ’ 는 뇌병변 장애를 가진 두한이와 가난한 그의 친구 철웅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

어찌나 평범한지 “ 쟤네는 장애인이랑 한 반에 있는데도 왜 저렇게 아무렇지 않지 ?” 하는 생각이 든다 .
아차 , 여기서도 장애를 향한 기자의 시선의 척도가 드러난다 . 감독의 의도가 정확히 들어맞았다 .

철웅의 집을 찾아 헤매는 두한이 있다 .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두한이 산동네를 오르고 올라 ,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물으며 친구 철웅을 찾는다 .

알아듣기 어려운 두한의 말을 해석해주는 철웅이 있다 . 정물화는 그리기 힘드니 추상화를 그리겠다는 두한에게 미술 선생님은 “ 어떤 추상화를 그리고 싶니 ?” 하고 묻는다 . “ 여자의 엉덩이 .” 라고 대답하는 두한과 그것을 “ 여자의 얼굴 .” 이라고 해석해 주는 철웅 . 두한을 위한 답변인지 자신을 위한 답변인지 아리송하지만 웃음이 난다 .

두한을 괴롭히는 친구들에게 덤볐다가 흠씬 두들겨 맞은 철웅이 있다 . 그런 철웅에게 “ 누가 그랬어 !” 라며 화를 내는 두한이 있다 .

여자의 치마 속을 몰래 훔쳐보며 숨 죽이는 두한과 철웅이 있다 .

스크린 속에 그들은 평범한 사춘기의 두 소년이다 .

두 번째 작품인 ‘ 봉구는 배달 중 ’ 은 어르신 택배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봉구가 우연히 한 아이를 만나 그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게 되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다 .

독특한 음악 , 유쾌한 스토리의 진행과 함께 귀여운 아이가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보는 내내 웃음이 난다 .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세 번째 작품 , ‘ 얼음강 ’.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병역을 거부하기로 결심한 선재에게 무엇보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엄마다 . 남편과 아들 둘을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해 이미 감옥에 보내야 했던 엄마는 막내아들 선재만큼은 감옥에 보내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선재 외의 다른 가족들과는 인연도 끊었다 . 누구보다 착한 아들 선재가 자신의 진심을 전하려 오랜 세월에 걸쳐 한자 한자 눌러쓴 편지들은 엄마가 아닌 사람들이 보기에도 가슴이 저릿하다 .

장애인과 노약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는 아직도 , 앞으로도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이해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이 단단하게 얼어버린 저 강이 녹아 흐르는 날은 언제가 될까 . 선재와 엄마에게도 봄은 올까 .

잘 나가는 배우들과 빵빵한 자본으로 만들어진 소위웰메이드 영화들이 차고 넘치지만 , 평소 영화를 보는 것과는 다른 ‘ 시선 ’ 으로 바라볼 만한 영화 , 국가인권위원회의 ‘If You Were Me’ 시리즈 중 여섯번째 작품 , ‘ 어떤 시선 ’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