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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도서]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by 박혜림 기자 2013.11.28

기자문화를 추천하다 일곱 번째 이야기

「 잘라라기도하는 그 손을 」 -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사사키 아타루 < 자음과 모음 >

기자로 지내며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정보를 모으고 모은 정보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 같은 사건임에도 출처에 따라 이야기는 묘하게 다르다 . 누군가의 말을 전달하며 ‘~ 라고 밝혔다 ’ 라고 쓰는 것과 ‘~ 라고 주장했다 ’ 라는 것은 독자에게 있어 상당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 그것을 아는 기자는 한 사건을 접할 때 최대한 많은 정보들을 모으려 애쓴다 . 무엇인가를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며 하루를 보낸다 .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 무심코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정보의 바다에 빠져 배가 부른 줄도 모르고 정보라는 물을 끝없이 들이켰던 경험은 누구나 있지 않은가 .

사사키 아타루는 ‘ 잘라라기도하는 그 손을 ’ 에서 정보에 대한 강박관념을 세게 내리친다 .

질 들뢰즈의 강력한 말이 있습니다 . “ 타락한 정보가 있는 게 아니라 정보 자체가 타락한 것이다 ” 라는 . 하이데거도 ‘ 정보 ’ 란 ‘ 명령 ’ 이라는 의미라고 말합니다 . 그렇습니다 . 다들 명령을 듣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 정보를 모은다는 것은 명령을 모으는 일입니다 . 구체적인 누군가의 부하에게또는 미디어의 익명성 아래에 감추어진 그 누구도 아닌 누군가의 부하로서 희희낙락하며 영락해가는 것입니다 . - 본문 中 -

‘ 정보 ’ 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를 생각한다면 정보를 알수록 안심이 돼야 하는데 우리가 ‘ 정보 ’ 라고 부르는 것들은 왜 접하면 접할수록 불안해지는지에 대한 지은이식의 답변이다 .

사사키 아타루는 이 책에서 동 · 서양을 망라한 역사철학종교학 등의 지식으로 단단히 무장한 채 위에서 예로 든 본문처럼 과장된 듯한 주장들을 펼치기도 한다 . 하지만 그의 주장에 허점을 찾기는 어렵다 . 말한 것처럼 그는 ‘ 지식으로 무장 ’ 했기 때문이다 . 언제부턴가 세상의 정보 얻기를 그만두었다는 그는 이 책에서 손가락을 몇 번 움직여 검색하면 나오는 ‘ 정보 ’ 들과는 차원이 다른 깊이 있는 지식세계를 보여준다 .

언뜻 어려워 보이지만 그의 책은 비슷한 분야의 다른 책들보다 훨씬 읽기 쉽다 . 일단 예로 든 본문처럼 그의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존댓말이다 . 다소 강한 어조로 주장을 펼칠 때도 존댓말이라는 옷을 입은 덕분에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 . 다섯 개의 챕터를 닷새 밤 동안의 대화로 풀어나가는 책의 전개 방식도 그의 책을 친근하게 만드는 데 한 몫 한다 .

작가가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 독서의 힘 ’ 이다 .

책을 읽고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그런 정도의 일입니다 . 자신의 무의식을 쥐어뜯는 일입니다 . 자신의 꿈도 마음도 신체도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일체를지금 여기에 있는 하얗게 빛나는 종이에 비치는 글자의 검은 줄에 내던지는 일입니다 . - 본문 中 -

종교 개혁의 마틴 루터는 어떻게 혁명을 일으키게 되었는가 ? 그는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 성서를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기 때문이다 . 아무리 읽어도 성서와 교회가 달랐기 때문이다 . 성서의 가르침을 따라야 할 교회가 성서에도 없는 신의 가르침을 강요한다는 것을 읽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면 꽉 막힌 사람으로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를 이야기하면 잘난 척 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정보의 가치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세대를 사는 우리가 한 번쯤 귀 기울여 볼 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

판에 박힌 언론보도와 어쩐지 미심쩍은 뉴스 내용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제 그만 잘라라검색하는 그 손을 . 자신을 바꾸고 싶다면사회를 바꾸고 싶다면그런 혁명을 꿈꾼다면 책을 펼쳐라기도하는 그 손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