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리뷰

리뷰

[도서]나에게 묻기 - “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

[도서]나에게 묻기 - “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

by 박혜림 객원기자 2015.03.26

기자, 문화를 추천하다

나에게 묻기 -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30대는 그런 나이다. 경험이 쌓이면서 귀한 먹을 것, 좋은 입을 것 등 아는 게 많아지는 때, 하지만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아직 자리를 잡는 데 급급한 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부러워도 하고 싫어하기도 하다 드디어 ‘나’를 돌아보기 시작하는 때.

비단 30대에 대한 것들만 그런 건 아니지만 서점에는 유독 ‘서른’에 대한 책들이 넘쳐난다. 충고, 조언부터 제안, 위로, 공감 등 주제도 다양하다. 30대가 자아 찾기에 목마른 시기이기도 하지만 한창 생산성 있는 경제력을 갖추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장삿속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필자도 ‘과연 내가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지’가 너무나 궁금한 30대의 중간에 서 있지만 그런 것들을 잘 알고 있다는, 알려주겠다는 그런 서적들에는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성공한 작가들이 쓴 30대의 이야기에 무에 그리 공감이 가겠는가.
‘누군 그렇게 사는 게 좋은 줄 몰라서 이렇게 사나’하는 삐딱한 마음도 든다. “내 인생이 뭐가 어때서!” 따지고도 싶다.

에라, 모르겠다. 이런저런 잘난 책들 말고 만화책이나 편다.

변하고 싶은 30대 중반의 노처녀 수짱이 기록하는 일본 만화판 브리짓 존스의 일기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는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하는 수짱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지극히 평범한 외모에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고향을 떠나 혼자 살고 있는 그녀. 날마다 전화로 시집은 안 가냐는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만 연애는커녕 고백 한 번 못해 본 짝사랑 중인 그녀, 단순한 선 몇 줄로 그려진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마음이 놓인다.

그녀가 쓰는 평범한 일기들을 훔쳐보고 있자니 모르는 그녀에게 애정마저 생긴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평범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누군가를 칭찬하며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다가도 사소한 일로 그 사람을 욕하게 되고, 어제는 너무나 불행하게 느꼈던 내 인생을 오늘은 괜찮은 인생이라고 느끼는 그런 평범한 일상.

SNS를 들여다보면 모두가 특별한 삶을 살고 있다(나만 빼고). 호화로운 음식을 먹으며 웃고 있고 멋진 파티를 즐긴다. 다신 없을 듯이 사랑하며 연애를 하고 왠지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마저도 멋져 보인다. 여행은 어쩜 그리도 자주들 다니며 나이도 먹지 않고 외모는 나날이 예뻐진다(나만 늙고).
‘변하고 싶지만 어떻게 변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는’ 평범한 수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마음이 열리는 건 모두가 “나는 특별하니까, 특별한 인생을 살아야 해”하고 강요 아닌 강요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특별함이 아닌 평범함에서 오는 위로를 필요로 하는 이가 많았는지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를 비롯한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아무래도 싫은 사람」, 「수짱의 연애」) 전부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미래의 자신이 진짜고, 지금은 임시라고 생각하는’ 어린 친구들을 부러워하면서도 “너도 나이 들어봐라”욕하고, 속으로는 ‘그럼 지금 이곳에서 이렇게 살고 있는 나는 진짜?’하고 불안해하는 수짱, 필자를 비롯한 30대, 꼭 30대일 필요는 없이 우리 모두. 단순한 진리는 ‘모두가 특별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후회하고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일기도 꾸준히 못 쓰지만, 복어 요리를 먹어본 적도 없지만, ‘나도 나쁘지 않다는 느낌’을 갖는 것.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진짜 자신을 찾아 헤매는 불쌍한 자신을 위해 가끔 울어주는 것.

이것이 수짱이 제안하는 30대를 살아내는 방법이다.

박혜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