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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벼우면서도 묵직한 철학만화 "보노보노 (ぼのぼの)"

[도서]가벼우면서도 묵직한 철학만화 "보노보노 (ぼのぼの)"

by 박혜림 객원기자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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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 모두 놀란다.
모두 처음으로 나이를 먹기 때문이다.
- 단행본 25권 中-

“가장 좋아하는 게 뭐예요?”
몇 년 전, 인연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이가 물었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 대답에 따라 내 이미지가 결정되겠지? 좋아하는 영화나 책이 뭐냐고 물어야지, 아니면 좋아하는 음악을 묻지. 뭐라고 대답해야 적당히 지적으로 보이면서 잘난 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까?’
“요.”

고민 끝에 가볍게 내뱉은 대답이었지만 말을 하고 나니 매우 만족스러웠다. 인형부터 만화책, DVD까지 각종 것들을 모으고 있으니 가장 좋아하는 게 라는 대답이 사실이기도 했고 이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 또한 괜찮은 사람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귀여운 아기 해달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 . 아이들이나 보는 만화 같은데, 단순히 필자의 취향 아니냐고? 절대 아니다. 의 단순한 그림체를 보면 아이들 중에서도 유아를 대상으로 한 만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만화의 에피소드 중 하나라도 제대로 본 사람이라면 안다. 이 만화는 분명 ‘성인용 만화’다.
어른들이 봐도 깔깔대고 웃을 만큼 재미있는 에피소드부터 가슴에 와 닿는 철학적이고 아름다운 문구까지, 한 번 이 만화를 접하면 누군가에게 꼭 소개하고 싶어진다.

동글동글한 하늘색의 캐릭터는 모두가 어디에서 한 번쯤은 봤을 만큼 유명하다. 하지만 줄거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더욱 소개하고 싶은 만화이기도 하다.

왜 다들 그렇게 잊어버리고 싶어 할까?
난 잊어버리기보단 기억해 내고 싶어.
글쎄 뭐랄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봤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처음으로 자신의 손발을 움직였을 때 얼마나 신기했는지,
막 태어났을 때 느낀 그런 것들을 지금 하나하나 다 기억해 내면
정말로 굉장하겠지?
그 때의 마음만 기억해 내면 무슨 일이 있어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니?
-극장판 : 향기나무의 비밀 中-
주인공은 해달 ‘’, 다람쥐 ‘포로리’, 아메리카 너구리 ‘너부리’이다. 그 외 다양한 동물들이 조연으로 출연한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캐릭터가 분명하다. 순수함이 지나쳐 바보 같을 정도의 하지만 역시 이름을 내 건 주인공답게 중요한 순간엔 기가 막힌 명언들을 읊는다.)와 맨날 까불고 다니며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포로리, 까부는 포로리를 때리고 순진한 를 속이며 난폭하게 굴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숨기고 있는 너부리까지 우리 현실 속 주변의 누군가가 떠오르는 캐릭터들이다.

마냥 어려 보이기만 한 등장인물들이지만 와 그의 친구들은 서른이 넘었다. 원작자인 이가라시 미키오는 1986년부터 의 연재를 시작했으며 현재까지도 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 동안 29권의 만화책과 48편의 TV용 애니메이션, 2편의 극장판 작품이 소개되어 세대를 아우르는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실소失笑)와 함께 가슴을 울리는 철학과 여백의 미를 느끼고 싶다면 단행본을, 이보다 더 사랑스러울 수 없는 목소리와 함께 조금 더 가벼운 기분으로 를 만나고 싶다면 애니메이션을보고 나면 어느새 느리고 귀여운 말투의 주인공을 성대모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 모든 를 섭렵한 후 또 다른 느낌의 를 원한다면 극장판을 추천한다.

자꾸만 심술이 생겨나고 마음이 차가워지는 기분이 든다면 와 그 친구들을 만나보는 것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쌀쌀한 날씨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따뜻하고 달콤한 차를 한 모금 마시는 기분이라면 적절한 표현이 될까?

박혜림 객원기자
hyerim10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