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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자, 문화를 추천하다 “이 겨울, 이 음악”

[영화]기자, 문화를 추천하다 “이 겨울, 이 음악”

by 박혜림 객원기자 2015.12.23

겨울과 음악만큼 잘 어울리는 게 또 있을까. 자꾸만 웅크리게 되는 이 계절의 온도가 좋은 음악의 울림을 더하는지도 모르겠다. 음악 영화의 대표작 <원스>를 더욱 아련하게 하는 것도 겨울이라는 시간적 배경이다. 그리하여 언제 들어도 좋지만 겨울에 들으면 더 좋은 음악을 몇 곡 골라봤다.

-아일랜드 출신 가수 데미안 라이스의 ‘더 블로워즈 도터(The Blower's Daughter)’.
국내에서도 ‘쌀 아저씨’로 불리며 많은 팬을 갖고 있는 데미안 라이스는 지난 달 내한까지 총3번의 내한을 했을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한다. 영화 <클로저>의 인상적인 오픈 테마곡으로 이미 유명할 만큼 유명한 이 곡은 <슈퍼스타 케이7>에서 우승을 차지한 케빈오가 지난 시즌 준우승자인 김필과 듀엣으로 부르며 우리에게 더욱 익숙해졌다. 읊조리는 듯한 데미안 라이스의 목소리와 쓸쓸한 멜로디로 채워진 이 곡은 시작부터 끝까지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제임스 블런트의 ‘유아 뷰티풀(You're Beautiful)’.
국내 자동차 광고에도 삽입되며 우리에게 익숙한 이 곡의 압권은 뮤직비디오다. 바닷가에서 홀로 눈을 맞으며 노래를 부르는 한 남자그는 곧 외투와 티셔츠를 벗고 차가운 바닥에 앉아 신발까지 벗은 후 바지 주머니 속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 놓는다. 동전기타 피크 등 너무나도 사소해 현실적인 물건들이다. 자신의 본질을 증명하는 것들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손에 낀 반지를 뺀 남자가 바다로 뛰어드는 것으로 끝이 나는 이 뮤직비디오에 대해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곡의 아름다운 선율과 아름다운 단어들로 조합된 가사 때문인지 차가운 것으로 가득한 장면들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진다.

-식스토 로드리게즈 ‘커즈(Cause)’.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의 실제 주인공인 식스토 로드리게즈의 노래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이 주 전나는 직업을 잃었기 때문에’라는 가슴 아픈 가사로 시작하는 이 노래를 들으면 실제 로드리게즈가 거주하던 미국 디트로이트의 가난한 뒷골목이 머릿속에 그려질 만큼 곡의 분위기가 쓸쓸하다. 차가운 계절에 듣는 차가운 가사는 숨어 있던 마음속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존 메이어 ‘위스키 위스키 위스키(Whiskey Whiskey Whiskey)’.
잘생긴 외모와 더 잘생긴 보컬로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블루스계의 큰 별이 된 존 메이어. ‘그래비티(Gravity)’‘스탑 디스 트레인(Stop This Train)’등의 곡으로 국내에서도 이미 인기 초절정인 그지만 개인적으로 큰 호감은 없는 가수였다. 2012년 발매된 그의 5집에 수록되어 있는 이 곡은 필자의 음악리스트에서 플레이 되는 존 메이어의 유일한 곡이다. 보다 담백하고 어딘가 따뜻한 이 노래는 늦은 겨울밤 홀로혹은 둘이서 듣기 딱 좋다.

-배인숙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펄시스터즈의 동생 배인숙의 솔로1집 타이틀곡이다. 79년도에 발매된 앨범이니 35년도 훨씬 지난 옛날 노래지만 후배 가수들에 의해 꾸준히 리메이크 될 만큼 좋은 곡이다. 그리움쓸쓸함서러움 등의 감정들 앞에 ‘누구라도 그러하듯이’라는 말이 붙어 엄청난 위로가 된다. 한 해 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로 마음이 복잡한 요즘누구라도 그렇다는 조용한 위로를 들어 보자.

-벨벳 언더그라운드 ‘페일 블루 아이즈(Pale Blue Eyes)’.
미국인 친구가 좋아하는 가수를 물어 ‘루 리드(Lou Reed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보컬)’라고 답하자 ‘너는 아마도 우울증이 있겠다’라고 한 적이 있다. 실로 그의 음악들은 우울한 색깔들로 가득하며 중간 중간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운 색깔들이 섞여 있는 느낌이다. 접근하기 힘든 가수지만 그의 노래 ‘페일 블루 아이즈’는 영화 <접속>과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 삽입되며 이미 우리 귀에 익숙하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도 멜로디지만 이 곡은 가사가 예술이다. ‘Sometimes feel so happy sometimes feel so sad’로 시작하는 이 곡의 가사는 잘 쓰여진 한 편의 시처럼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또 다른 것들을 숨기고 있는 듯 많은 생각들이 저절로 떠오르게 한다. 만날수록 알 수 없고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는 느낌.

마지막 한 장 남은 올해의 달력을 넘길 날이 다가온다. 모임이 많아질 요즘이지만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내 보자. 당신을 위한 그 시간에 이 노래들이 함께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