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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자, 문화를 추천하다 <공포영화 7선>

[영화]기자, 문화를 추천하다 <공포영화 7선>

by 박혜림 객원기자 2016.07.27

여름이면 쏟아지는 공포영화들. 그런데 정말 공포영화를 보면 시원해지는 걸까?

그래서 찾아보았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한다. 무서울 때 몸이 살짝 떨리며 소름이 돋거나 털이 쭈뼛 솟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 때 신체에서 열을 방출하며 체온이 순간적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올라간 체온 때문에 주변의 온도가 낮게 느껴지는 것이 공포 영화의 과학적 효과라는 것. 그래서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필자가 이제까지 본 것들 중 추천할만한 영화 편을 꼽아 개봉 연도별로 정리해 봤다.

셔터(Shutter 2004 태국) 태국은 한 해 개봉하는 자국 영화 중 30% 정도가 호러영화라고 한다. 사계절 내내 더운 나라답다. 「셔터」는 한을 품고 죽은 여자가 귀신이 되어 복수를 한다는 빤한 설정이지만 어떻게 전개될지 모든 것을 알고도 무서운 영화다. 그야말로 귀신같은 비주얼의 귀신이 등장하는 영화는 호하지 않아 일본의 공포물은 거의 보지 않는 필자지만 태국의 귀신 영화는 조금 달랐다. 태국영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유머에 긴장이 풀려 웃다가도 소리 없이 비주얼만으로도 압도적인 귀신에 심장이 벌렁거리는 영화「셔터」다.

스켈리톤 키(The Skeleton Key 2005 미국독일) 잔인한 장면이나 귀신깜짝 놀랠 장면 하나 없이도 무서운 이 영화는 영화가 끝나는 순간이 가장 무섭다. 우리나라에서는 낯 흑마술의 일종인 ‘후두’를 소재로 주인공 역할의 케이트 허드슨이 낡은 저택의 옛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피가 튀거나 놀랄 장면들이 튀어나오는 영화는 별로지만 스토리로 서늘하게 하는 공포영화를 맛보고 싶다면 추천할만하다.
극락도 살인사건(200 한국) 전체 주민이 1명밖에 되지 않는그 이름도 평화로운 극락도에 어느 날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주민 전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동시에 용의자인 상황. 어쩌면 춘배(성지루 분)의 주장대로 섬의 전설 속 굶어죽은 열녀 귀신의 짓일까? 작고 고립된 섬에서 펼쳐지는 살인범 찾기는 갈수록 긴장감이 커지면 신경을 팽팽하게 한다. 옛 것과 진보된 문명과 악인간과 귀신이 뒤엉켜 묘한 공포감을 주는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

캐빈 인 더 우즈(The Cabin in the Woods 2012 미국) 아마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이 같은 반응일 것이다. “뭐 이런 공포영화가 다 있지?”. 모든 영화가 그렇겠지만 특히 공포영화의 생명은 몰입도다. 그런데 이 영화는 몰입을 할 수가 없다. 관객만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또 다시 영화 속 무서운 이야기를 지켜보며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 영화에는 전 세계 모든 공포영화의 소재가 되는 존재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등장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공포는 그것들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영화가 말하고 싶은 진짜 공포의 대상은 무엇일까? 끝까지 보면 알 수 있냐고? 글쎄.

컨저링(The Conjuring 2013 미국) 개봉 당시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카피로 관객을 모았고 필자 역시 카피에 끌려 극장으로 향했던 영화. 솔직히 말하면 무서운 장면참 많다. 그래서 많이 무섭다. 개인적으로 지난 달 개봉한 컨저링2보다 훨씬 무섭다고 생각한다. (1이 이야기 자체가 무서운 걸 그대로 표현한 느낌이라면 2는 감독이 작정하고 ‘내가 너희를 무섭게 해줄게’라고 하는 느낌이다.) 평범하고 화목한 한 가족에게 이사를 한 날부터 무섭고도 불쾌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무엇보다 이것이 실화라는 것이 가장 공포스럽다.
바바둑(The Babadook 2014 호주)
어리고 별난 아들 사무엘과 살아가는 아멜리아남편은 아내의 출산차 병원으로 가던 중 교통사고로 죽었다. 혼자서 일을 하며 착한 애를 키우기도 쉽지 않은데 이 아들이 도통 평범하지가 않다. 어느 날 사무엘이 읽어달라며 가지고 온 동화「바바둑」. 책을 펼친 순간 아멜리아는 바바둑이라는 공포의 덫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한다.
동화 속 인물인 바바둑 외에 공포의 장치가 없고 그 또한 종이로 만들어진 바바둑이 큰 긴장감을 불러오진 않지만 주인공이 실체 없는 공포에 당해가는 심리의 표현이 매우 볼만하다. 전 세계 영화제 및 어워즈 4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고 하니 누가 뭐래도 웰메이드 공포영화로 꼽을만하다.

곡성(2016 한국) 지난 5월 개봉한 후 관객 680만 이상이 들었다고 하니 볼 사람은 이미 다 본 영화겠지만 꼽지 않을 수가 없다. 마니아인 필자도 영화를 보고 집에 가는 길이 무서워 보기는 처음이었다. 피로 범벅이 된 잔혹한 살인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작은 시골마을곡성. 이번 타깃은 자기 딸이라는 징후에 경찰 종구(곽도원 분)는 유명하다는 무당을 불러 굿을 하고 의심이 되는 외지인을 찾아가 난동을 부린다. 15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동안 시계를 들여다 볼 생각은 할 틈을 주지 않고 냅다 달리는 이 영화. 신부(神父)의 입을 통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믿는가요?”라는 말을 하게 한 감독의 의도동양의 무속인 혹은 귀신에게서 나오는 성경 구절대배우들의 소름 돋는 연기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맞는지 눈을 의심케 하는 마지막 장면 모두 관객을 생각하고 생각하게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처음부터 감독이 던진 공포라는 미끼를 물었다.
박혜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