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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by 이연서 기자 2016.11.11

사라지는 것을 통해 얻는 소중함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누가 슬퍼해 줄까요?”

주인공의 독백처럼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영화의 전반에 녹아 있는 질문은 ‘내 존재가 소멸된다면?’이다. 이 질문은 인간의 존재론적인 의문과 상통한다. 이 영화는 “네가 태어난 이후 내 인생이 얼마나 멋지게 빛났는지 넌 모를 거야(엄마 대사)”라며 관객들에게 따뜻한 대답을 던지기도 한다.

집배원으로 일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남자 주인공은 어느 날 뇌종양 판정을 받는다. 자신에게 곧 닥쳐올 죽음을 인지하기도 전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의문의 남자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 의문의 남자는 그에게 세상에 하루에 하나씩 물건을 없애면 생명을 하루씩 늘려준다는 황당한 제안을 한다. 사실상 악마와의 거래인 셈. 무언가를 얻으려면 또 무언가는 잃어야 하는 등가원칙의 법칙처럼 주인공에게 사라지는 것들을 지켜보는 것은 자신의 죽음보다 가혹하기만 하다. 사물과 관련된 추억과 ‘인연’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전화기, 영화, 시계 등이 차례대로 사라진다. 그 사물들에 얽혀 있는 ‘인연’들도 차례대로 사라진다. 우연히 잘못 걸려온 전화로 맺어진 사랑의 인연과 영화 취향을 공유하며 맺어진 친구와의 우정이 세상에서 소멸된다.

이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소멸’과 ‘인연’이다.

하지만 ‘소멸되는’것들을 바라보며 ‘시작되는'‘새롭게 생기는’감정들도 있다. 남자 주인공은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생명을 의연하게 바라보며 의문의 남자에게 “내가 없는 것과 있는 것은 적은 차이지만 많이 다를 것”이라고 말하며 존재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전화기, 영화 등에 얽힌 추억과 그 인연들을 회자하면서 사실상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해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한다.

2012년 일본 LINE을 통해 연재를 시작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원작 소설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대만 등 각국에서 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원작을 영화화하며 개봉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킨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지난 5월, 일본 현지 개봉 당시 5주 만에 흥행 수입 100억 원을 돌파하며 흥행했다. 잠시 잊고 살았던 저마다 인생의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감동적인 스토리로 관객들의 공감대를 자극해 올 가을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영화로 주목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