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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자, 문화를 추천하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기자, 문화를 추천하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by 박혜림 객원 기자 2017.01.25

기자, 문화를 추천하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심장병의 악화로 더 이상 경제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다니엘 블레이크(데이브 존스 분). 평생을 성실하게 목수의 일을 하며 세금을 내는 평범한 국민으로 생활해 왔으니 이 나라의 복지 정책인 질병수당을 받는 것이 타당하나 그 절차가 너무나 복잡하다. 태어나 컴퓨터는 만져본 적도 없는 다니엘에게 담당 공무원은 디지털 시대이니 인터넷으로 수당을 신청하란다. 컴퓨터 모니터에 마우스를 올리라는 설명에 마우스를 집어 들어 모니터에 갖다 대는 다니엘이다.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다.

어린 두 아이의 엄마 케이티(헤일리 스콰이어 분)의 사정은 더 딱하다. 물이 새는 집에서 살다 보니 작은 아이가 늘 병원 신세를 졌고 적당한 집을 구할 수 없어 노숙자 시설에서 2년을 살았다. 쉼터의 좁은 단칸방에서 세 식구가 사는 시간이 길어지며 깔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심해지자 허름한 집을 구한 케이티. 변기도 말썽이고 전기세를 낼 돈도 없다. 수당 신청을 하러 갔다가 인연이 닿은 다니엘이 집수리를 봐주러 케이티네에 들렀고 전기세로 쓰라는 내용의 짧은 쪽지와 적은 돈을 남긴다. 딱한 엄마를 돕는 것이 덜 딱한 노인이다. 울음이 터지는 장면이다.
삶을 유지하기가, 그러니까 먹고 사는 것 이상이 아닌 정말 딱 그 만큼의 삶을 유지하기가 힘든 그들의 삶은 차라리 외면하고 싶을 만큼 처절하다. 병든 노인은 게으름뱅이 취급을 받고 가난한 엄마는 생리대를 훔치는 도둑이 된다. 신발 밑창이 떨어진 어린 딸은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엄마의 가슴은 찢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하나하나의 국민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 국가고 그 국민을 위한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것이 국가건만 작은 개개인의 사정을 헤아리기에 국가는 너무나 거대해졌다. 국민의 목소리가 국가에 닿기에는 그 거리가 너무 멀고 개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 만큼 작다.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등지고 국가를 향해 서 있다.

국가의 존재론이나 자본주의와 같은 거창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다니엘 블레이크, 케이트 모건, 데이지, 딜런, 당신, 나, 누군가를 돕는 이, 도움을 받는 이, 이 세상의 모든 개개인의 존재를, 그 존재들을 외면하는 국가라는 이름의 또 다른 개인을 이야기하고 싶은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