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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영화>얼음이 녹자 드러나는 비밀 ‘해빙’

<금주의 영화>얼음이 녹자 드러나는 비밀 ‘해빙’

by 이연서 기자 2017.03.03

<해빙>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불안을 포착하고 그것으로 인해 확인하게 되는 인간의 본성을 다루는 미스터리심리스릴러이다.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분위기와 캐릭터 간의 치밀한 심리전은 관객들의 심장마저 옥죈다.

한 때 미제연쇄사인사건으로 유명했던 지역에 들어선 경기도의 한 신도시. 병원 도산 후 이혼하고 선배 병원에 취직한 내과의사 승훈은 치매 아버지 정노인을 모시고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성근의 건물 원룸에 세를 든다.

어느 날, 정노인이 수면내시경 중 가수면 상태에서 흘린 살인 고백 같은 말을 들은 승훈은 부자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된다. 한동안 조용했던 이 도시에 다시 살인사건이 시작되고 승훈은 공포에 휩싸인다. 그러던 중 승훈을 만나러 왔던 전처가 실종되었다며 경찰이 찾아오는데….

<해빙>은 이중적인 미스터리의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한강에 머리 없는 여자 시체가 떠오른 그 때,천진할 정도로 무해해 보이는 치매 노인이 수면내시경 도중 ‘팔 다리는 한남대교에, 몸통은 동호대교에’ 라는 섬뜩한 말을 뱉는다.

그리고 무대는 범인이 아직 잡히지 않은 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지역에 들어선 신도시의 병원이다.
혼자 들었기에 증거도 기록도 없고, 깨어난 노인은 태연하다. 게다가 이 노인은 자신이 세 든 건물 집주인의 아버지다. 수면내시경을 한 의사 승훈은 그 날부터 빠져나올 길 없는 의심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휴식의 공간이어야 할 집은 들어가기도 무서운 곳이 되고, 집주인 부자의 친절 또한 섬뜩하기만 하다. 남에게 이해시킬 수도 없고, 혼자서는 해결할 수도 없는 의혹과 공포의 한 가운데, 승훈의 시선과 심리를 쫓아가는 영화 <해빙>은 주인공이 절대악인 살인마를 찾고 추격하는 한국 스릴러의 패턴과는 다르다.

살인의 공포는 승훈과 함께 관객 또한 숨쉴 틈 없는 서스펜스로 조이며 심리스릴러의 새로운 재미를 선보이고 제각기 다른 캐릭터들의 비밀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며 퍼즐처럼 맞춰져 드러나는 사건의 실체는 미스터리 본연의 재미에 충실하다.

<해빙>의 서스펜스와 공포는 제각각 감춰야 할 비밀이 있는 듯한 캐릭터들의 배치로 인해 치밀하게 완성된다.
비밀과 의심의 진원지인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연기력은 물론, 캐릭터에 뚜렷한 색깔을 덧입히는 개성을 가진 신구와 김대명. 그리고 이청아와 송영창이다.

인자하고 지혜로운 어른의 이미지가 강한 신구는 치매노인의 천진함과 살인 고백을 툭 내뱉는 극단적인 두 얼굴을 가진 정노인으로 <해빙>의 이야기가 점화되는 순간을 책임진다. 집주인이어서 그렇다고 하기엔 도가 넘는 친절을 베풀며 승훈에게 다가오는 정육점 사장 성근은, 심상찮은 목소리로 등장부터 기이한 기운을 불어넣는 김대명이 연기해 불안과 의심의 그림자를 극 전체에 드리운다.

그리고 승훈의 주변을 늘 맴돌며 눈웃음을 날리고, 명품백을 수시로 바꿔 드는 토박이 간호조무사 미연 역에는 발랄하고 고운 이미지의 이청아는 겉만 봐서는 알 수 없을 것 같은 이면을 궁금하게 만든다.

한편, 불쑥불쑥 시도 때도 없이 승훈 앞에 나타나는 전직형사 조경환 역의 송영창은 그가 전하는 신뢰감의 뒤편으로, 승훈 편인가 하는 안도감과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동시에 불러 일으키며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들의 연기는, 다음 상황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고, 이들이 가진 비밀이 도대체 무엇일지 실체를 궁금하게 하면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고 <해빙>의 재미를 완성한다.

(개봉일: 3월 2일/감독:이수연/출연:조진웅, 신구, 김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