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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자, 문화를 추천하다『앙: 단팥 인생 이야기』

[영화]기자, 문화를 추천하다『앙: 단팥 인생 이야기』

by 박혜림 객원기자 2017.06.13

기자, 문화를 추천하다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언어가 있다" 『앙: 단팥 인생 이야기』
그럭저럭한 단팥빵을 만들어 팔며 소소한 삶을 살던 센타로(나가세 마사토미)에게 어느 날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 어떤 사물과도 소통하는 능력을 가진 할머니 도쿠에(키키 키린)의 등장이다. 나이도 너무 많고 손도 불편한 도쿠에였지만 그녀가 만든 단팥소의 기막힌 맛을 본 센타로는 도쿠에를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

도쿠에표 단팥소 맛의 비법은 바로 팥과의 소통. 단팥소를 끓이며 팥에게 조곤조곤 말을 걸기도 하고 팥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한 순간, 한 순간 소중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맛있는 단팥빵을 알아챈 손님들이 늘어나며 센타로의 가게도 예전과는 다른 활기를 띤다. 엄마에게서는 이해받지 못하지만 단팥빵 가게에만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단골 여중생 와카나(우치다 카라)도 이 활기에 한 몫을 한다.

좋은 날이 계속될 것만 같던 잔잔한 이들의 일상에 그늘이 든 것은 도쿠에의 비밀이 소문나며 날이 갈수록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뜸해졌기 때문.

거기에 건물주의 말도 안되는 압력까지 더해지며 센타로는 힘들어 하고 도쿠에는 조용히 센타로의 곁을 떠난다.
도쿠에가 떠나며 더욱 쓸쓸해진 가게에 어느 날 배달된 편지 한 통. 울타리에 부는 바람에 사장님 생각이 났다는 도쿠에로부터 온 편지다. 센타로는 지켜주지 못한 도쿠에에게 미안한 마음뿐인데 도쿠에는 오히려 편지를 통해 센타로를 위로한다. 아무 잘못 없이 살아가는데도 타인을 이해하지 않는 세상에 짓밟힐 때가 있다는 도쿠에의 담담한 위로. 평생을 세상의 편견 속에서 외롭게 살아온 도쿠에가 전하는 편지에 센타로도, 와카나도, 영화를 보는 이들도 가슴이 저리다.

세상의 무시와 냉대 속에 살아오며 도쿠에는 바람과, 달님과, 설탕과 함께 익어가는 팥과, 와카나가 키우던 카나리아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 어떤 것 하나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존재는 없다.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는 도쿠에의 말은 그래서 세상에 그 어떤 것도 특별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뜻이 된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숨은 메시지 같은 걸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정갈하고 소박한 영화의 배경을 보고, 도쿠에가 찾은 삶의 방식에 귀 기울이며, 평소에는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을 도쿠에와 같이 소외된 이들에 대해 잠시 생각하면 충분한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