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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자, 문화를 추천하다『친니친니』

[영화]기자, 문화를 추천하다『친니친니』

by 박혜림 객원기자 2017.06.28

기자, 문화를 추천하다 영화 『친니친니』
누구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는 장면들을 몇 장쯤은 간직하고 있다. 사춘기 시절 보았던 이 영화가 나에게 그런 장면 중 하나이다. 지금의 한류처럼 홍콩 영화와 홍콩 배우들이 우리나라를 주름잡던 시절이었다. 그 때 학창시절을 보냈던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렐 배우들이 총출연하는 이 영화는 바흐가 아내를 위해 만들었다는 미뉴에트가 소재가 되어 마치 한 편의 경쾌한 소곡처럼 흘러간다.

<제1악장 : 유목연> 작가 지망생 유목연(곽부성)은 빈털터리 백수에 타고난 바람둥이다. 언젠간 대작을 쓸 거라는 호언장담을 하며 자신을 쫓아다니는 여자들의 집을 전전하며 살던 목연. 어느 날 우연히 피아노 조율사 첸가후(금성무)에게 얹혀살게 되고 잔잔하기만 하던 가후의 삶이 달라지는 계기가 된다.

<제2악장 : 목만이> 목연과 가후가 사는 아파트 위층으로 이사 오게 된 목만(진혜림). 가후는 이사를 하며 생수를 마시다 머리 위로 물을 뿌리는 목만의 풋풋한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멋진 피아노를 가지고 이사 온 목만은 날마다 형편없는 피아노 실력으로 바흐의 미뉴에트를 연습하고 가후는 그 음악소리에 신이 나지만 목연은 끝없는 소음에 화를 낸다. 목만을 향한 가후의 마음이 깊어 갈수록 목연과 목만의 갈등은 깊어지고 가후가 목만에게 고백하기로 마음먹은 날, 어긋난 인연의 끈은 가후와 목만이 아닌 목연과 목만을 엮는다.
<제3악장 : 유목연과 목만이> 목연의 복잡한 과거 여자관계를 알게 된 목만은 목연에게 이별을 고한다. 말없이 사라진 목연을 찾던 가후와 목만, 가후는 목만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목만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먼저가 아닌, 목연을 향한 목만의 마음이 먼저였던 것이다. 가후가 첫눈에 반했던 목만의 모습이 사실은 목만이 목연에게 첫눈에 반했던 모습이었던 것. 이사할 집을 보러 왔던 목만은 운동을 하다 머리에 물을 뿌리는 목연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해 가후의 아파트로 이사할 결심을 했던 것이다.

<제4악장 : 변주> 목만과의 사랑을 이루지 못한 가후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소설을 쓰고 대히트를 치게 된다. 4악장은 가후가 쓴 사랑에 대한 소설 이야기다. ‘목만은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나 알아보지 못하고, 아무나 얻지 못한다.’

영화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다양한 얼굴의 사랑, 아무리 진실하고 간절하다 해도 안타깝지만 모두에게 주어지지는 않는 사랑을 이어주는 인연에 대해 아주 단순하고 발랄하게 이야기한다.

홍콩 멜로 영화 특유의 미화시키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청춘과 사랑, 특별출연한 반가운 얼굴 장국영, 여주인공 진혜림이 부른 A Lover’s Concerto까지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