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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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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 가을, 책으로 만나는 제주해녀

[도서]이 가을, 책으로 만나는 제주해녀

by 한지숙 자유기고가 2017.09.07

『명랑해녀』, 『엄마는 해녀입니다』, 『해녀들』
지난해 해녀와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척박한 삶을 주도적으로 개척해나가는 그들의 삶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집중 조명되고 있다. 그 중 해녀 자신의 글 혹은 그들을 삶을 시로 표현하거나 그림과 함께 동화로 구성하는 등 제주해녀를 주제로 한 신간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세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명랑해녀』는 서울에서 증권인, 비즈공예 디자이너로 바쁘고 치열한 도시의 삶을 살다 휴가 차 찾아온 제주에서 바다에 매료돼 도시의 삶을 접고 제주 해녀해남으로 살게 된 김은주 씨 부부의 이야기이다.

거친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해녀의 삶이지만 저자는 묵직한 삶의 무게를 전하기 보다 찰랑이는 제주 바다처럼 에너지 넘치는 시선으로 제주해녀의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제주에서 유일한 해녀학교 두 곳을 모두 졸업해 해녀계의 고학력자가 된 사연, 바다 한 가운데서 한창 물질 하다 볼일 봐야 했던 일, 수십 년 경력 해녀도 바다에서의 안전을 위해 빨간 부적 팬티를 입고 있다는 숨은 비밀까지 폭로(?)하며 훈훈하고도 활력 넘치는 제주 해녀살이를 전한다.
명랑해녀 | 김은주 | 마음의숲 | 13,800원

동심을 자극하는 귀여운 그림과 함께 구성된 『엄마는 해녀입니다』는 해녀에 매료된 동서양 작가의 만남으로 세상에 나온 그림동화책이다.

글 구성은 제주해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의 고희영 감독, 그림은 스페인 유명 화가인 에바 알머슨으로 해녀라는 공통분모가 연관성 없던 두 사람을 엮으며 세계 어린이들에게 제주의 해녀를 소개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아 해녀 동화를 만들었다. 책에는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어린 딸이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린 딸의 시선으로 보는 해녀 할머니와 해녀 엄마의 이야기는 때로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바다가 싫어 도시로 떠갔던 엄마가 다시 바다가 그리워 해녀가 된 얘기, 바다에 나가기 전 엄마와 할머니가 물갈퀴며 큰눈이, 돌허리띠, 테왁과 그물을 챙기는 모습을 정감 있게 묘사해 아이들이 바닷가 해녀의 생활을 친숙하게 그려볼 수 있게 한다. 호흡을 참고 눈 앞의 엄청난 크기의 전복을 주우려다 할머니 해녀에게 끌어올려져 위험을 넘긴 엄마 해녀의 이야기도 있다. 바다에 나가기 전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 전하는 할머니의 당부로 끝을 맺는 동화에서 만족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의 우리들에게 큰 울림으로 남는다.
엄마는 해녀입니다 | 고희영 글/에바 알머슨 그림 | 난다 | 13,500원

'해녀’를 주제로 한 시집도 나왔다. 문학동네시인선 시리즈의 아흔다섯 번째 시집, 허영선의 『해녀들』이다. 시인은 제주의 해녀들, 특히 제주 4〮3항쟁을 겪어낸 해녀들을 조명해 그들의 삶을 칼끝처럼 시린 시어로 풀어냈다.

호명하듯 해녀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24편의 시에는 다큐멘터리 영화 <하루코>의 주인공이었던 정병춘 해녀, 열여덟의 나이에 결혼했으나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같은 해 12월 표선백사장 집단학살로 남편을 잃은 오순아 해녀 등의 이야기가 마치 설움을 토하듯 깊은 감정을 담아 각 편의 시로 읊조려져 있다.

1부에서 일제강점기와 제주 4·3항쟁을 모질게 이겨낸 해녀들을 불러냈다면 2부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뒤섞인 ‘바다’를 매일 같이 나가야 하는 해녀의 삶을 노래하였고 마지막 한 편의 산문에서는 평생 제주에서 나고 자란 시인의 소회를 담았다. 『해녀들』은 허영선 시인의 세 번째 시집으로 13년 만에 선보이는 신간이다.
해녀들 | 허영선 | 문학동네 |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