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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자, 문화를 추천하다 소설 『82년생 김지영』

[도서]기자, 문화를 추천하다 소설 『82년생 김지영』

by 박혜림 객원기자 2017.09.27

“실제로 1982년에 태어난 여성들의 이름 중 가장 많은 것이 김지영이란다” 소설 『82년생 김지영』 中

소설이 아닌 내 주변의 이야기다. 얼마 전 친한 친구가 아이를 출산했다. 친구는 소설의 주인공 김지영씨보다 한 살 어린 83년생이다. 평소 맥주 한 잔씩 마시기를 즐기던 그녀는 임신기간 동안 남편에게도 음주를 금했었다. 공동의 아이를 낳는데 여자의 희생만 있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이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남편의 회사 동기가 친구에게 남편 좀 풀어주라며 이랬단다. “이래서 많이 배운 여자들은 피곤하다니까.”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하여 주경야독하다 결혼과 출산 때문에 졸업논문을 쓰지 못해 대학원 수료 상태인 그녀는 출산 보름 전까지도 출근을 했었다. 딸을 낳은 그녀는 출산을 하느라 너무 힘들었지만 남편이 장남인데 아들 하나를 더 낳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든다고 했다.

선배가 아내와의 심각한 불화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
이유를 묻자 “내가 돈을 많이 못 버니까 큰 소리를 못 치고 또 우리가 애를 안 낳았던 게 가장 큰 문제”란다. 본인이 돈을 잘 벌면 자기가 하자는 대로 밀어붙일 수 있는데 아내의 수입이 더 많으니 그럴 수 없고 지금같이 돈을 벌더라도 아이가 있었으면 아내가 자신에게 의지하려고 했을 거라는 것이다. 평소 쿨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인데다 일처리까지 확실해 어딜 가나 인기가 많은 79년생 선배다.
「82년생 김지영」은 오늘의 젊은 작가로 선정된 조남주가 지난 해 출간한 장편소설이다. 한국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매우 덤덤하고도 덤덤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여성혐오’가 큰 사회적 관심으로 떠올랐다. 주변의 남자 지인들 중 몇몇은 발끈했다. “여성혐오라니! 그건 정말 여자들의 자격지심 같은 소리야! 우리는 여자를 혐오한 적이 없다고!” 그들은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여자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혐오’라는 단어에서 오는 느낌 때문에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작게든 크게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남자든 심지어 여자든 모두가 여성혐오를 저지르고 있다.

소설을 읽고 난 주위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였다. 여자는, “김지영 정도면 그래도 좀 양호한 편 아냐?” 남자는, “...딱히 할 말이 없네.” 또는 “이건 너무 극단적으로 표현한 거 아냐?” 김지영씨보다 한 살 어린 필자가 솔직히 말하자면 ‘김지영 정도면 그래도 좀 양호한 편이다.’ 나는 살면서 크고 작은 성희롱을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당했고 동생까지 네 번째 딸을 낳은 우리 엄마는 비참한 마음에 동생을 안아주지도 않았었다. 주변에서는 “그래도 딸이 많으면 나중에 비행기 탄대”라는 말로 엄마를 위로(?)했다.

「82년생 김지영」씨의 이야기가 과연 소설 속 허구의 이야기일까? 읽고 비교해보시기 바란다. 나와 내 어머니, 내 딸, 내 주변의 삶과 김지영의 삶을. 남자와 여자의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