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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4·3이 머우꽈?” 제주 4·3 관련 도서 3

[도서]“4·3이 머우꽈?” 제주 4·3 관련 도서 3

by 제주교차로 2018.04.02

꽃 피는 봄이 유독 아름다운 제주는 올해도 지천에 꽃들이 가득해 상춘객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며 섬 이곳저곳에서 축제가 열리지만 올해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다.
2018년은 제주 4·3 사건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 때문에 축제나 봄행사의 수선스러움을 다소 자제하고 각종 기관과 단체에서는 추모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
스치는 따스한 바람도, 터지는 꽃망울도 그 누군가에게는 사무치게 아픔으로 다가오는 봄날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제주의 4.3 사건을 알지 못한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54년 9월 21일까지 7여 년에 걸쳐 지속된, 한국 현대사에서 6·25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극심했다. 하지만 이런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민 제주 4·3 사건에 대한 인식 조사(제주 제외 전국 성인 남녀 1000명 대상)에 의하면 ‘제주 4·3 사건’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이가 68%에 불과했다(코리아리서치센터 ‘전국민 제주4·3사건 인식조사’(2017)).
1978년 현기영 작가가 최초로 《순이삼촌》을 발간해 4·3의 참상과 상처를 고발했지만 그조차로 금서로 지정된 적이 있다. 2005년 제주 4·3 사건 정부 공식 보고서 확정,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를 방문해 공식 사과했으며 2014년 4·3 사건 희생자 추념일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했다. 정부의 과오로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인정한 셈이다.

아픔조차 숨죽여 앓은 피해자와 유족들은 크나큰 아픔을 겪어내며 치유해 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와 유족들조차 대부분은 이미 고령이거나 고인이 됐다. 기나긴 세월 그 시간조차 그들에게는 아픔이다.

오랜 시간동안 묻혀왔던 크나큰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어떻게 위로를 해야할까. 겪지 못한 아픔에 대해 위로는 조심스럽고 어렵다.
아무렇지도 않게 밟는 아름다운 땅과 피어나는 꽃들이 더욱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4월이지만 불어오는 훈풍과 아름다운 꽃들이 그들의 아린 상처를 조금이나마 보듬고,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는 제주가 더욱 활짝 피길 바라며, 육지에 널리 알려지길 바라며.
그 아픔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주고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작은 소망으로 4.3 사건을 다룬 도서 3권을 소개한다.

‘순이삼촌’ 현기영 저
『순이 삼촌』에는 표제작을 비롯하여 10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이중에서 오랫동안 금기시했던 ‘4ㆍ3사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순이 삼촌」, ‘그날’의 처절한 현장을 역사적 현재의 수법으로 절실하게 재현해낸 「도령마루의 까마귀」, ‘4ㆍ3사건’의 비극을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적 사건으로 부각시킨 「해룡이야기」 등 초기 3부작이 돋보인다. ‘폭도’에 가담한 아버지를 둔 소년의 불안한 심리를 묘사한 등단작 「아버지」 역시 ‘4·3사건’과 맞닿아 있다. 특히 대표작 「순이 삼촌」은 학살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나 환청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다가 결국은 자살하고 마는 ‘순이 삼촌’의 삶을 되짚어가는 과정을 통해 30년 동안 철저하게 은폐된 진실을 생생히 파헤친 문제작으로, 한국 현대사와 문학사에서 길이 남을 작품으로 꼽힐 만하다.

탄탄한 구성과 서정적인 묘사가 어우러진 중후한 문체로 제주도 수난의 역사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파고들면서 특히 ‘4·3사건’의 역사적 진실을 복원하는 데 집중해왔던 현기영의 중단편전집(전3권)이 출간되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아버지」(1975)부터 계간 『창작과비평』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4·3소설’의 최고봉이자 ‘4·3사건’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순이 삼촌」(1978), 단편소설의 백미인 「마지막 테우리」(1994)까지 모두 30편의 중단편 작품(마당극 「일식풀이」와 희곡 「변방에 우짖는 새」 포함)을 개정해 새로운 장정으로 선보인다. 비록 과작이기는 하나 빼어난 문학적 성취를 보여준 현기영 소설의 정수를 일목요연하게 맛볼 수 있는 이 전집은 작가의 등단 4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그의 작품을 새롭게 조명하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녹아든 명편들은 여전히 변함없는 감동을 자아내며 작가의 강직하고 사려깊은 문학적 삶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모르는 아이’ 장성자 저
우리 아동문학의 첫 길을 연 마해송 선생(1905~1966)의 업적을 기리고 한국 아동문학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주)문학과지성사가 2004년 제정한 ‘마해송문학상’의 제11회 수상작이 출간됐다. 『모르는 아이』는 어린이의 눈으로 본 4· 3 이야기로,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를 잃고 어린 동생과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녀 ‘연화’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안정된 문장력과 진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모르는 아이』는 우리 근대사의 아픈 역사인 제주 4·3 사건을 주인공 연화의 눈을 통해 보여 주는 작품으로, 한 가족에게 일어난 슬픔과 그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려 내고 있다.
작가는 안정적인 문장, 등장인물들의 입체적인 캐릭터, 이야기가 담고 있는 진정성 등을 통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설득력 있게 묘사하며 독자들을 제주도의 한 마을로 자연스레 인도한다.

작가 장성자는 『모르는 아이』를 통해 산 이야기에 바다 이야기를 결합하여 주제를 심화시키는 놀라운 안목을 보여 준다. 뿐만 아니라 잘 짜인 구성과 현실감 있는 등장인물을 설정하여 1940년대 후반, 제주도에 일어난 역사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생생하게 인도하고 있다.

‘한라산의 눈물’ 이규희 저
평화롭기 그지 없는 아이들의 해루질하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해방을 맞은 평화로운 제주도에서 고무신을 사준다는 아버지를 따라간 읍내에서 미루는 시민과 경찰간 어지로운 소요를 목격한다. 과격해진 시위는 무장봉기로 이어지고, 수천 명에 달하는 군인이 육지에서 제주도로 내려온다. 손발이 얼어붙는 추위, 지독한 배고픔, 가족과의 이별, 무장대와 토벌대의 참혹한 폭력이 어린 미루의 삶을 파고든다.

《한라산의 눈물》 속 아이들은 아직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순진무구한 아이들이다. 그래서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봉홧불에도 입을 헤 벌리고 그저 신기해하며, 동굴에 숨는 일을 숨바꼭질로 여기고, 무장대가 뿌리는 삐라조차 재미있는 놀 거리로 삼는다. 하지만 아이들의 이러한 천진난만함은 역사의 단편으로만 평가되던 4·3 사건을 오히려 더욱 비극적으로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