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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엄마'에 관한 이야기 '당신의 부탁'

[영화]'엄마'에 관한 이야기 '당신의 부탁'

by 제주교차로 2018.04.20

여러 ‘엄마’의 모습으로 보는 ‘모두의 엄마’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32살 효진(임수정)은 그녀의 절친한 친구인 미란(이상희)과 동네 작은 공부방을 하며 혼자 살아간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효진 앞에 갑자기 죽은 남편의 아들인 16세 종욱(윤찬영)이 나타난다. 오갈 데가 없어진 종욱의 엄마가 되어달란 당황스러운 부탁. 효진은 고민 끝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종욱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하는데….

영화 <당신의 부탁>은 김지운, 박찬욱, 최동훈, 민규동, 이윤기, 곽재용까지 당대 최고의 영화 감독들과 함께 작업했던 국내 대표 여배우 임수정이 선택한 작품이자 여성 원톱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영화 <당신의 부탁>에서 배우 임수정은 갑자기 사고로 남편을 잃고 작은 학원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서른 둘 여성 ‘효진’ 역을 맡아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쉽지 않은 관계들로 빼곡한 상황에서의 감정을 능숙하고 안정적으로 연기해내며 극을 탄탄하게 이끌어 간다. 특히, 사고로 죽은 남편이 남기고 간 16살 아들 ‘종욱’을 갑자기 떠맡게 된 복잡 미묘한 심정을 그녀만의 독보적인 섬세한 감성으로 표현해냈다.

영화 <당신의 부탁>은 가족에 대한, 구체적으로는 ‘엄마’에 관한 이야기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편의 아들에게 법적인 엄마로 남겨진 ‘효진’(임수정), 자신이 기억하는 친엄마를 찾아 다니는 ‘종욱’(윤찬영). 다시 만날 수 없는 이에 대한 상실의 아픔을 가진 두 사람이 갑자기 가족이 되고, 통과의례와도 같은 애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낯설었던 이들의 관계도 서서히 변화를 겪게 된다. <당신의 부탁>은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슬픔과 새롭게 맺은 가족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회복의 과정을 담백하고 진정성 있게 풀어낸다.
더불어 영화 속에는 죽은 남편이 남기고 간 아들 종욱의 법적 엄마 ‘효진’(임수정) 말고도 다양한 엄마들이 등장한다. 효진의 절친한 친구 ‘미란’(이상희)은 갓 아이를 출산한 초보 엄마이며, 항상 딸이 잘 되기를 바라며 잔소리하는 현실적인 엄마의 모습을 그린 ‘명자’(오미연)는 효진의 엄마이다. 생각지도 못한 임신을 하게 되어 아이를 입양 보내기로 한 종욱의 친구 ‘주미’(서신애), 엄마가 되고 싶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어 ‘주미’의 아이를 키우기로 한 ‘서영’(서정연) 그리고 ‘종욱’이 찾고 있는 친엄마 등 아이를 낳고, 떠나고, 함께 사는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통해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혈육으로서 엄마만이 아닌 엄마의 더 넓은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갑자기 엄마와 아들 사이가 된 효진과 종욱의 관계를 통해 ‘낯선 엄마에서 진짜 엄마가 되어가는 성장과 선택’에 대한 통찰력 있는 이야기와 더 나아가서는 가족의 역할에 대한 의미 있는 주제를 담고 있는 영화 <당신의 부탁>. 이 영화가 삶을 바라보는 성숙함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2018년 올해의 여성영화이자, 가족 영화, 성장 영화를 모두 아우르는 공감의 드라마로 평가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