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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변신 –프란츠 카프카 / 감정의 물성

[도서]변신 –프란츠 카프카 / 감정의 물성

by 제주교차로 2020.04.09

-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장갑차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벌렁 누워 있었는데, 고개를 약간 들자, 활 모양의 각질(質角)로 나뉘어진 불룩한 갈색 배가 보였고, 그 위에 이불이 금방 미끄러져 떨어질 듯 간신히 걸려 있었다. 그의 다른 부분의 크기와 비교해 볼 때 형편없이 가느다란 여러 개의 다리가 눈앞에 맥없이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 中 P.9 -
그렇다. 첫 시작 그대로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속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날 갑자기 한 마리 해충으로 변신한다. 주인공의 직업은 외판사원이다. 출근을 앞둔 바쁜 아침 벌레로 변한 자신을 문밖에서 다급하게 깨우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허우적거린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작은 다리들, 볼록한 배, 무엇보다 해충으로 변한 자신을 보고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두렵다. 평소 열심히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위해 헌신했지만 끔찍한 해충으로 변한 그에게 모두 냉소적으로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해충으로 변한 상황에서도 그레고르 잠자는 여동생을 생각하고 부모님의 마음을 먼저 생각한다. 벌레로 변해버린 자신을 향해 사과를 던져 몸의 상처를 입힌 아버지, 결국 그 사과는 그레고르 잠자의 몸에 박혀 점차 죽음에 이르게 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벌레 취급하는 가족들에게 맞이하는 비참한 최후. 가족에게 짐이 되어버린 주인공. 왜 카프카는 사람을 해충으로 변신시키는 글을 썼을까? 아무래도 카프카가 살았던 시대가 인간 운명의 부조리와 소외, 불안, 번뇌가 많았던 시대이기도 할 것이다. 무미건조하게 서술하고 있는 기이한 소설 변신. 주인공이 모두의 무관심 속에서 죽고 난 후, 마치 기다렸던 평화가 찾아오자 가족들이 나들이를 떠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뉴스가 들린다. 가족을 부양하고 아픈이를 돌보는 가족애는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처음 마음처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꽤 오랜 시간 병상에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아픈 가족을 오랫동안 부양해본 경험이 있다면 그것이 얼마나 힘들 일인지 알 것이다. 누구보다 그 시간을 가까이서 견디고 있던 엄마는 세월의 흐름보다 앞서 부쩍 늙어갔다. 문득, 나는 내 자신을 카프카의 소설 속에 투영하게 된다. 우리의 가족애는 어디까지였는지, 그것이 옳고 그르다는 것은 과연 그 누가 매단 할 수 있단 말인가.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카프카는 벌레로 변한 주인공을 앞세워 인간 존재의 불안을 통찰한다. 그의 아버지는 보수적이고 완고한 성격으로 실제로 카프카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과 열등감이 많았던 걸로 알려져 있다. 유년 시절의 고통과 몇 번의 결혼과 우울증, 시대적 상황으로 개인의 무력함과 불안을 소설 속에 스며들게 해서일까, 나는 왠지 그의 글이 어딘가 말끔하게 개운하지는 않다.
- “그러고 나서는 셋이 다 함께 집을 떠났다. 벌써 여러 달 전부터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리하여 전차를 타고 교외로 향했다. 그들 모두가 탄 칸은 따뜻한 햇볕이 속속들이 들어와 있었다. 그들은 좌석에 편안히 뒤로 기대고, 장래의 희망에 대해 논의했는데 좀더 자세히 관망해 보니 장래가 어디까지나 암담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은 서로 전혀 상세히 물어보지 않았던 세 사람의 직장이 썩 괜찮았으며 특히 앞으로는 상당히 희망적이기 때문이었다. ”
프란츠 카프카, 변신 中 P.78 -

-여행작가, 라라
애월에서 소규모숙소<달빛창가302호>를 운영, 여행서<연애하듯 여행>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