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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극한 생존의 수직 감옥 ‘더 플랫폼’

[영화]극한 생존의 수직 감옥 ‘더 플랫폼’

by 제주교차로 2020.05.08

30일마다 랜덤으로 레벨이 바뀌는 극한 생존의 수직 감옥 ‘플랫폼’
파격적인 컨셉과 메시지로 전 세계를 뒤흔든 화제작 <더 플랫폼>이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우리나라와 홍콩, 대만을 제외한 유럽과 미주지역에서는 지난 3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작품. 미국에서는 스트리밍과 동시에 시청순위 1위를 기록했으며, 다른 나라에서도 톱 10 상위권에 머물며 약 1달이 흐른 지금까지도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단순히 영화를 본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영화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고 말하고 싶어하며 나아가 관련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재생산해 블로그, SNS, 유튜브 등 온라인에 게재하는 등 뜨거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더 플랫폼>은 대담한 컨셉, 숨막히는 흡입력, 예측불허의 반전까지 장르적 묘미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30일마다 랜덤으로 레벨이 바뀌는 극한 생존의 수직 감옥에서 깨어난 한 남자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스토리는 가히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일명 ‘수직 자기관리 센터’ 그 미스터리한 수감 시설에는 각 레벨당 2명이 배정되며, 각자 원하는 개인 물품을 하나씩 소지할 수 있다. 각 레벨의 중앙에는 천장과 바닥이 뚫린 형태로 모든 층을 관통하는 일종의 거대한 식탁(플랫폼)이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며 상위층에서부터 먹고 남긴 음식만을 아래로 전달하는 일종의 릴레이 방식으로 하루 1회 공급한다. 높은 층에 있는 특권층은 아래층에 있는 이들의 처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배를 채운다. 때문에 어느 층인가부턴 소스 한 방울 남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30일이 지나면 레벨은 무작위로 재배치되며 특권층과 열등층이 순식간에 반전되기도 한다.
영화의 스페인어 원제 ‘엘 오요’(El Hoyo)는 ‘구멍’ 내지는 ‘구덩이’를 뜻으로 이 수감 시설의 모든 층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더 암흑과도 같은 나락을 의미한다. 극중 생사를 좌우는 레벨은 숫자를 매긴 명확한 서열화로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극단적이며 미학적인 공간 연출과 사실적인 촬영은 관객들을 극중 인물과 동일선상으로 초대해 생생한 체험감을 선사한다. 특히, 이 극한으로 내몰린 주인공에 몰입한 관객들은 90분의 러닝타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축적해 영화가 끝난 뒤에도 강렬한 뒷맛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더 플랫폼>은 스릴러 장르의 묘미를 충족하는 동시에 거침없는 메시지로 각광받고 있다. 바로 무수한 레벨로 이뤄진 수직 감옥을 배경으로 레벨에 따라 인성이 어떻게 바닥으로 곤두박질 쳐질수 있는지 경제적 불균형이 낳은 디스토피아를 통해 비유적으로 그린다. 코로나19로 팬데믹이 선언된 국제적인 위기를 맞은 우리의 현실이 투영되며 시의적절한 작품으로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해외 주요 매체에서는 “요즘 같은 시국에 이보다 더 알맞은 영화가 있을까”(National Post), “팬데믹 시대를 기막히게 대변하고 있다”(Forbes), “불평등이 치솟는 세계를 사는 우리가 꼭 봐야 할 가더 가츠테루-우루샤 감독의 빛나는 데뷔작”(Los Angeles Times),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에게 절실하고 의미심장한 인권 성명서에 버금가는 영화”(AWFJ Women on Film), “스릴러 영화의 메커니즘으로 도덕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Empire Magazine) 등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는 우리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큰 영화에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 상황과 맞물린 개봉시점에 쏠린 관심에 대해 가더 가츠테루-우루샤 감독은 “어느 시기에 개봉했더라도 적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나 사회적 불평등에 시달려왔다. 달리 표현하자면 갈수록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어느 시대, 어느 곳에 살건 같은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본다. 우리는 명함으로 신분과 계층을 드러내고 불행하게도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모두를 고통스럽게 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선 음식 대신에 마스크와 화장실 휴지를 사재기하듯 이 영화는 인간의 마음속 깊이 자리한 이기심이란 본질을 이야기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전하며 자신의 명확한 연출의도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