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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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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덩치가 품은 알찬 풍경 ‘정물오름’

작은 덩치가 품은 알찬 풍경 ‘정물오름’

by 제주교차로 2018.09.20

제주의 여름과 가을 동시에 느껴보세요 ‘정물오름’
억새를 품은 오름은 제주 가을의 대표적인 이미지이다. 9월의 오름은 여름과 가을의 중간에서 갈팡질팡하며 두 가지의 얼굴을 품고 있는 것만 같다. 지금 오름을 오른다면 여전히 여름의 느낌이 남아 있어 억새의 모습을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조금씩 사라져가는 여름의 여운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이시돌목장 인근에 위치한 정물오름을 오른다면 바로 여름과 가을 두 가지의 계절을 함께 품은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정물오름은 ‘덩치’가 크지 않지만 풍경이 매우 알차다.
정물오름은 가볍게 오를 수 있지만 입구(주차장) 찾기가 고난이도이기 때문에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네비게이션이나 인터넷 지도에 표기된 주소를 따라가다보면 입구를 해매기 십상이다.

한림읍 금악리 133번지로 검색 후 작은 길로 100여 미터 들어가면 주차장이 나온다. 정물오름의 주차장과 팻말을 찾았다면 거의 정상까지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정물오름은 오름 북서쪽으로 넓게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가진 오름으로, 오름 동남쪽에 ‘당오름’이 이웃해 있다. 오름의 형태는 남서쪽에서 다소 가파르게 솟아올라 꼭대기에서 북서쪽으로 완만하게 뻗어 내렸다. 오름 북서쪽으로 두 팔을 벌린 형태의 비탈 아래쪽 기슭이 ‘정물’이라 불리는 쌍둥이 샘이 있는데 이 샘 이름에서 오름 이름이 나왔다. 이 오름 서쪽에 조그만 ‘알오름’이 있는데, 이를 ‘정물알오름’이라고 불린다.

이 오름의 동녘 자락에 있는 들판은 정물오름을 모태로 해 예로부터 으뜸가는 목장지대로 이용되고 있다. 이 오름에는 ‘개가 가리켜 준 옥녀금차형의 명당터’가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며 오름 안 팎의 기슭에는 묘지가 많다.

정물오름은 오름이 가진 매력에 비해 인적이 ‘매우’ 드물었다. 입구를 찾기가 까다로워서인지 알 수는 없으나 안전한 산행을 위해 2인 이상 동반해 오르길 추천한다.

오름의 입구는 길이 나 있지만 정비가 잘 돼 있지 않아 열대우림 속을 걷는 기분이 들 정도로 수풀이 우거져 있어 진드기나 뱀 등을 조심해야 하며, 특히 비온 뒤나 비가 오는 날은 진흙길로 바뀌기 때문에 신발과 복장에 유의해야 한다.
오름의 정상에 오르기 까지는 멀지 않다. 10분에서 길면 20분동안 오르막(계단)을 오르면 정상에 오를 수 있으며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다. 계단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이 짧아도 급경사로 오르기 때문에 결코 정상을 보기가 쉽지는 않다. 급경사 계단을 오르다 숨이 차오를 때 뒤를 돌아보길 바란다. 얼마 오르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생각보다 높이 오른 위치에 놀라며 정상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가지게 된다.

정물오름은 사실상 인근의 이시돌목장이나 금오름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을뿐더러 지도상 주소가 확실치 않아 접근성이 결코 좋은 곳은 아니다. 하지만 오름트레킹이 힘들지 않고 작은 몸집에 비해 크게 품은 풍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용한 곳에서 여름과 가을의 분기점을 느껴보고 싶다면 정물오름을 올라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