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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오름 : 동부권

오름의 군주 '용눈이오름'

오름의 군주 '용눈이오름'

by 제주교차로 2020.01.08

오름의 군주, 용의 머리에 앉아 새해 소원을 빌어보자 '용눈이 오름'
새해가 시작되는 날에는 일출을 보기 위해 일출 명소에 사람들이 넘쳐난다. 북한산이나 지리산, 한라산 등 산 정상뿐만 아니라 해운대나 간절곶, 강릉, 성산 등 일출 명소로 소문난 장소에는 수 만 명이 모여 신년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빌고 기도를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권에서뿐만 아니라 서양인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 열광하고 환호하는 모습은 동양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일출은 수평선 위로 태양이 뜨는 순간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지구는 남극과 북극을 잇는 자전축을 중심으로 1시간에 15도씩 자전한다. 즉 태양은 가만히 있는데 지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을 하므로 지표면에서 볼 때 태양은 동쪽하늘에서 뜨게 된다. 과학적으로 말하면 태양이 뜨는 것이 아닌데 사람들은 왜 이리 신년 일출에 목을 맬까?
구좌읍 종달리에 있는 용눈이오름은 표고 247.8m 높이 88m인 오름이다. 남북으로 비스듬히 누운 이 오름은 부챗살 모양으로 여러 가닥의 등성이가 흘러내려 기이한 경관을 빚어내며 오름 대부분이 연초록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한 풀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등성이마다 왕릉 같은 새끼 봉우리가 봉긋봉긋하고 동쪽 비탈은 남동쪽으로 얕게 벌어진 말굽 형을 이루며 남서쪽 비탈이 흘러내린 곳엔 곱다랗게 알오름이 딸려 있다.
산정상부는 북동쪽의 정상봉우리를 중심으로 세 개의 봉우리를 이루고, 그 안에 동서쪽으로 다소 트여있는 타원형의 굼부리가 있다. 전체적으로 산체는 동사면 쪽으로 얕게 벌어진 말굽형화구를 이룬다. 서쪽사면 기슭에는 정상부가 주발모양으로 오목하게 패어 있는 아담한 봉우리와 원추형의 알오름이 딸려 있다. 오름 기슭자락에는 용암부스러기로 이루어진 언덕들이 산재해 있다. 오름의 전 사면이 잔디와 함께 풀밭을 이루는 아름답고 전형적인 제주 오름의 모습이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 중에서 새별오름과 산굼부리, 성산 등과 같이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오름으로 너무 많은 탐방객들이 몰리면서 훼손이 심각하여 오름휴식년제를 검토하고 있는 오름이기도 하다. 휴식을 시키는 것도 좋지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찾아봐야 할 것이다. 탐방객들이 몰린다는 것은 그 경관이나 사람에게 주는 감동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용눈이오름은 얼마 남지 않은 전형적인 풀밭 오름으로 어느 곳에 서든 시야가 탁 트여 주변 경관을 시원하게 볼 수 있고, 막힘없는 편안한 걸음으로 오르내릴 수 있다. 오름이 높지 않고 아름다운 오름 능선의 곡선은 사람에게 편안함과 아늑함을 가져다준다.
오름을 오르면 서 있는 위치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위의 풍광을 마주할 수 있어 어느 곳에서든 흠잡을 데가 없다. 바람이 없어 고요한 아침에 오름을 오르든 능선을 따라 불어오는 칼바람이 매서운 저녁에 오름을 오르든 그 향기는 변함이 없고, 혼자 외롭게 오르거나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깔깔대며 오르거나 그 맛도 변하지 않으며, 능선을 헉헉대며 부지런히 오르든 나무늘보가 나무를 오르듯 천천히 오르든 그 느낌 또한 그대로이다. 오름에 오르면 동쪽 해안으로 성산과 우도가 푸른 바다와 함께 나타나고, 드넓은 동녘 중산간의 들판위에 다랑쉬오름과 마주하고 있는 아끈다랑쉬오름과 돝오름도 보인다. 굼부리 능선을 뚫고 손지봉과 높은오름 너머 한라산도 찾아볼만 하다.
‘용눈이오름’은 『탐라지도(1709)』와『제주삼읍도총지도(18세기 중반)』 등에 ‘용논이오름(龍遊岳)’, 그 이후 지도에는 ‘용눈이오름(龍臥岳)’으로 표기하였다. 이 오름의 형세가 용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라는 데서 ‘용논이오름’이라 했을 수도 있고, 용이 누워있는 모습과 같다는 데서 ‘용눈이오름(龍臥岳)이라고 했을 수도 있다. 산 복판이 크게 패어있는 것이 용이 누웠던 자리와 같다고 해서 ’용눈이오름‘이라 부른다는 설도 있다. 이른 시기의 지도에 ‘용논이오름(龍遊岳)’이라 나오니 그것이 타당해 보이기도 하다.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일월에는, 아름다운 오름에 올라 나무(木)위에 해(日)가 걸리는 동(東)쪽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