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오름

오름 : 서부권

아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송악산’

아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송악산’

by 제주교차로 2018.05.16

한라산과 산방산, 마라도와 가파도까지 넓게 볼 수 있는 ‘송악산’
5월의 제주도는 다양한 축제와 행사들로 떠들썩한 가운데 푸르른 물결이 넘실거리던 가파도의 청보리는 어느덧 황금빛으로 익어 봄이 지나간 자리를 여름이 채워나가고 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지난 주말은 그동안 만나기 힘들었던 아주 청량한 날씨로 여행객들은 물론이고 도민들도 나들이에 나서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가족들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감상하고 가볍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오늘은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아픔을 간직한 ‘송악산’을 소개하고자 한다.

송악산은 대정읍 상모리에 위치한 산으로 우리나라 최남단 섬인 마라도를 훤히 볼 수 있고, 한라산도 한 눈에 볼 수 있어 제주도 전체 경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송악산을 둘러싼 길은 약 2.8km로 1시간~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히 걸을 수 있어 가족 모두가 산책하기 딱 알맞은 코스다. 현재 많은 이들이 다녀가 자연이 훼손된 분화구 정상 및 정상탐방로는 오는 2020년 7월 31일까지 훼손 복원을 위해 출입이 제한됐다. 비록 정상에는 가지 못하지만 둘레길을 통해 한 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멋진 자연풍광을 즐기기엔 충분하다.

송악산은 그 모양새가 다른 화산들과는 달리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모여 이루어져 있다. 현재 출입이 제한된 주봉의 높이는 해발 104m. 이 주봉을 중심으로 하여 서북쪽은 넓고 평평한 초원지대이고 서너 개의 봉우리가 있다. 주봉에는 둘레 500m, 깊이 80m 정도 되는 분화구가 있는데, 그 속에는 아직도 검붉은 화산재가 남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중국 침략의 발판으로 삼았던 곳으로 중국 폭격을 목적으로 건설했던 비행장, 고사포대와 포진지, 비행기 격납고 잔해가 산재해 있고, 송악산 절벽 아래에는 해안참호가 15개소 있다. 이 중 몇 개는 이미 붕괴되기도 했다.

송악산 바로 앞에는 아주 넓은 주차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송악산 둘레길은 이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완만하게 잘 포장된 길을 천천히 올라가면 왼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 사계해안도로의 모습과 해안도로가 끝나는 부분에 우뚝 서 있는 산방산 그리고 그 뒤로 넓게 펼쳐진 한라산이 그림처럼 펼쳐져있다.
둘레길은 타 오름이나 산처럼 가파르지 않고 완만해 친구나 연인, 가족들과 함께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도 숨을 헐떡이게 되는 일이 없다. 내려올 때는 해송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곧게 뻗은 길이 이어지며, 길 사이에 위치한 전망대에서는 마라도와 가파도를 손에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