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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오름 : 서부권

초보 오르미와 함께 떠나는 노꼬메의 가을...

초보 오르미와 함께 떠나는 노꼬메의 가을...

by 하루이야기 2008.07.31

오롯이 계절의 추이속에 오름은 옷을 갈아입고 있다.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는 제주의 모습은 가히 절경이니 순식간에 보람과 만족감에 전율을 느끼게 된다. 힘들게 올라간 산정에서의 해방감, 사철 피고 지는 들꽃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떼들…. 각별한 추억으로 각인될 무렵, ‘오늘도 배낭을 메고……’ 또 다시 오름을 찾아 오를테지.

한라산 자락이 시작되는 오름 노꼬메... 제주시에서 서귀포방향으로 서부관광도로를 달리다 보면 왼편으로 시선을 끄는 웅장한 오름을 보신적이 있나요? 바로 이곳이 노꼬메오름(해발 833.8m)이랍니다. 아는 지인분께 물어 물어 괜찮은 오름을 추천받은 곳이 바로 노꼬메였어요.

제주동부지역을 대표하는 오름이 다랑쉬라면 제주 서부지역 오름을 대표하는 오름이 이곳이라며... 이제 막 오름등반에 재미를 붙인 초보 오르미지만 바로 전주 다랑쉬오름을 등반했던 터라 서부를 대표하는 노꼬메오름을 오르면 왠지 제주의 동서부를 다 정복한 것 같은 이유없는 승리감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초행길이라 이리 저리 헤매다 찾아간 다랑쉬오름에 비해 노꼬메오름은 훨씬 찾기가 쉬웠습니다. 노꼬메라는 이름부터 참 독특하고 인상적이다는 느낌을 안고 입구에 도착했을 때 철문 옆으로 ‘놉고메’라는 푯말에 의아해졌습니다.

(등반을 마치고 바로 포털사이트를 검색해보니 ‘놉고메’ 혹은 ‘녹고메’라고도 부른다고 하네요. 노꼬메의 확실한 어원은 알 수 없지만 鹿古岳, 鹿高岳으로 표기된 것으로 보아 옛날 사슴이 이 오름에 살았었다는데 연유한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과 ‘놉고메’, ‘녹고메’로 ‘높다’는 뜻에서 내려온 말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시멘트 길로 포장되어 있는 목장길을 10여분 걸어가니 남·북 양쪽의 뾰족한 두 봉우리가 아름다운 능선을 이루며 한쪽으로 툭 터져 나온 듯한 굼부리의 형세가 눈에 들어옵니다. 본격적인 오름등반을 시작하고 입구로 하늘을 향해 쑥쑥 자란 나무들과 담쟁이 넝쿨이 울찬한 숲터널이 오랜만에 자연의 내음을 한가득 안겨주더군요.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 할 뿐, 40여분 동안 쉴 틈 없이 올라야 하는 힘든 코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멀리서 봤을 때는 차마 짐작하지 못했던 급경사 코스로 인해 등에는 이미 땀방울이 촉촉해져 있구요, 숲을 헤치며 언제쯤이면 정상에 오를까 하는 막막함에 아~주 잠깐 후회가 밀려와 주춤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웬 걸... 힘든 여정끝에 정상에서의 여운은 내게 값진 선물 그 이상이었습니다. 정상의 서쪽편 크고 작은 오름들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주위에는 온통 춤추듯 살랑거리는 억새의 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구름에 싸여 한라산의 자태는 보지 못했지만 정상에서의 환희는 가슴속에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기 충분했습니다. 저절로 양 팔을 벌리고 가을 바람을 온 몸으로 만끽하고 나니 내려오는 발걸음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새털처럼 가벼워져 있었답니다.

어때요? 여러분도 주말, 가까운 오름에 올라보세요. 일순간에 온갖 답답함과 초라함 그리고 분노와 슬픔들이 흩어지고 진정한 자유인이 된 기분을 맛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노꼬메오름은 : 원형의 화구였던 것이 침식되어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화구를 이룬 것으로 추측된다. 큰오름은 비고(산 자체의 높이)가 234m로 상당한 높이와 가파른 사면을 가지고 있으며 남·북 양쪽에 두 개의 봉우리를 품고 있는 화산체로 큰오름의 북쪽 봉우리가 주봉으로 정상이며, 화구방향인 북서쪽에 암설류(岩屑流)의 소구릉들이 산재되어 있다.
족은오름은 정상 가운데가 우묵져 남북으로 두봉우리가 마주보면서 북서쪽으로 말굽형화구를 이루고 있으며 큰오름에 비해 높이가 낮고 산체가 작으며 경사도 심하지 않다.

▲찾아가는 길 : 서부산업도로변 납읍관광목장에서 제1산록도로로 약3km(어승생에서 약 7.5km) 지점에 나란히 보이는 두 오름 중 위가 뾰쪽하게 도드라진 오름이 노꼬메 큰 오름이고, 그 옆에 경사가 낮은 것이 노꼬메 족은 오름이다.
소길공동목장으로 들어가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큰노꼬메 아래에서 산재되어 있는 묘들 사이로 가다보면 소나무 숲 중앙에 오솔길이 나 있어 그 쪽으로 걸어올라 갈 수 있다. 어승생 유원지를 지나 좌측으로 진입하면 어리목 방면이고 직진으로 약 10분정도 차를 타고가면 우측에 보인다.
▲ 글/ 독자 한은영 씨(서귀포시 보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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