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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오름 : 서부권

바농오름

바농오름

by 절세미인 2008.07.31

두개의 굼부리를 가진 바농오름
제주시에서 버스를 봉개동을 벗어나자마자 첫 번째로 보이는 오름이 구좌읍에 있는 바농오름이다. ‘바농’은 바늘이라는 뜻의 제주방언인데, 다른 오름과는 달리 산자락에 가시덤불이 잔뜩 우거져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이 오름은 가을이면 굼부리 안이 억새로 장관을 이루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차하여 ‘이기풍선교기념관’에서 오름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하는 산행길. 한적한 숲길을 따라서 방풍림으로 심어놓은 삼나무가 가득하고 그 방풍림이 끝나는 곳에 가시넝쿨 지대가 나온다. 바농오름에 오른 날, 하늘은 잔뜩 흐려있고 간간이 안개 속에서 부피가 느껴지지 않는 비가 어깨 위에 내려와 떨어지고 가시나무의 뾰족한 가시 위에도 희부옇게 얹혀지고 있었다. 가시넝쿨을 힘들게 통과하고 나면 다시 삼나무 오솔길이 시작된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니 삼나무가 여기저기 쓰러져있어 길을 찾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자꾸만 피어오르는 안개. 어디선가 훅-하고 흙냄새가 지나갔다. 간신히 숲을 벗어나니 시야가 확 트여서 넓어지고 정상이 눈앞이다.
그러나 안심도 잠깐. 정상부가 상당히 가파른데다가 길이 미끄러워 오르기가 힘이 든다. 할 수 없이 안개비 위에 땀까지 삐질삐질 흘리니 온 몸이 축축하다. 10분 정도 올라갔을까? 정상의 두개나 되는 굼부리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정상의 원형 화구 안에는 풀들이 무성했고 가운데 부분으로 해송과 쥐똥나무 그리고 청미래덩굴이 얽혀있다. 겨울이어서인지 풀들이 바람 속에서 서걱거렸다. 산 옆구리에 있는 말굽형 화구 안에는 보리수나무와 잡목등이 우거져 자연림의 숲을 이루고 있었다. 두 개의 굼부리에서 안개가 피어오르고 하늘은 온통 잿빛인데다가 저 만치 발 아래로 보이는 목장의 희미한 실루엣이 현실과 동떨어진 다른 세계로 잠시 바뀌어 버린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가는 시간은 약 40분 정도. 올라갔다 내려오는 시간은 약 2시간이면 충분한데도 그 시간이 오늘은 유난히 낯설고 신비롭다. 아마도 사방에서 피어오르던 그 물안개 때문이리라.
◆찾아가는 길
바농오름은 자동차로 가지 않아도 되는 오름이다. 제주 종합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 20까지 20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되고 있기 때문. 이 곳에서 남조로 경유 직행버스를 타고 약 30분 정도 지나 제동목장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이기풍 선교 기념관까지는 도보로 약 5분 걸린다. 만약 자동차를 타고 움직인다면 제주시에서 97번 동부 산업도로를 타고가다 112번 남조로와 만나는 사거리에서 교래리 방면으로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