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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오름 : 서부권

사라봉

사라봉

by 하루이야기 2008.07.31

제주항 동쪽바다를 지키는 ‘사라봉’

저만치 사라봉 위로‘쟁반같이 크고 둥근’ 빨간 석양이 막 내려앉는다. 이제 곧 새빨간 해는 바닷물 속으로 녹아들고 사라봉 아래의 바닷물은 그야말로 붉디붉은 물살들로 반짝이다가 밤과 함께 검어지리라. 차갑게 몸살을 앓으며 타오르던 바다가 사라봉 아래께에서 자꾸만 뒤척인다. 저 석양이 없었다면 사라봉이 이렇게 까지 아름답지는 않았겠지……. 막 붉디붉은 석양이 정수리까지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고 만다.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정도로 펼쳐지는 바닷물…….
제주항 동쪽 바닷가에 접해있는 사라봉은 제주시를 대표하는 오름이다. 표고 148m에 둘레1934m인 이 오름 북쪽으로는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고, 남쪽으로는 한라산이 매순간 그 모습을 바꾸며 버티고 서 있다. 이 오름은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구인데, 해송이 둘러싸고 있어서 아름답다. 또 사라봉에 올라가 바라다보는 제주시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데 그 중에서도 석양이 붉게 물든 바닷물의 모습은 보는 이의 넋을 빼놓을 만큼 아름다워서 영주십경(瀛州十景)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오름은 전체가 제주시민을 위한 체육공원으로 조성되어 있기도 한데, 체력단련을 위한 각종 야외시설이 설치되어있을 뿐만이 아니라 붉은 해송들이 뿜어내는 기운을 받기 위한 산림욕코스로도 이용되고 있다.
부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운동하는 모습, 망연히 서서 붉은 노을이 바닷물로 변하며 차갑게 타오르는‘사봉낙조(沙峰落照)’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서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 바쁘게 건강을 챙기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대비되는 이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오름은 오늘도 제주시의 상징처럼 사람들을 지켜보며 서 있다.
이 사라봉의 북쪽에 보이는 봉수대는 제주도 기념물 제 23 호로 지정되어있는데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보호되고 있다. 또 사라봉 북쪽 바닷가 벼랑 위에는 1917년에 세워진 제주도 최초의 유인등대인 산지등대가 있고 남쪽으로는 의병항쟁 기념탑과 흉년으로 죽어가는 제주도를 구한 김만덕의 묘비가 있다. 그리고 현재의 금산저수지 일대의 언덕은 조선시대부터 말림갓으로 보호되던 곳인데, 말림갓이란 나무나 풀을 함부로 베지 못하게 하는 땅이란 뜻이다. 오름의 정상에는 망양정(望洋亭)이라는 팔각정이 있는데, 이 곳에서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라다보는 제주시의 거리가 일품이다. 어떤가? 보온병에 담아 온 뜨거운 커피를 곁들이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저 눈물겨운 낙조에 이어 제주시의 야경을 감상해 보는 것이?